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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시즌 전 일이다.
내가 그트 좀 한다고 꽃보더나 리프트 앞에서 깐족데던 때다.
둔내 파출소 옆골목 시즌방에는 엣징의 달인이라는 개츠비라는 옹이 있었다. 일본 프로들도
이 영감에게 엣징을 받으러 성우로 원정온다는 소문이 있을정도였다.
당시 사귀던 여친의 57/58 낡은 살로몬 아이비를....... 엣징을 부탁한다고 맡겼다.
야스리 질에만 시간을 굉장히 들이는 듯 했다.
"좀 빨리 해주실 수 없습니까?" 했더니,
"엣징 하나가지고 에누리 하겠수? 느리거든 토코샵에 맡기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옹이었다. 값을 에누리 하지도 못하고, 다이아 스톤질이나 곱게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그는 잠자코 열심히 야스리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노우즈와 테일도 야스리질 하고 마냥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그만하면 스톤질 해도 됐는데,
자꾸만 야스리질만 하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스톤질 빨리 하고 돌려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척 대꾸가 없다. 셔틀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스톤질 안해도 좋으니 그만 돌려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내며,
"휘팍 꽃보더도 3시즌 짬밥 처묵해야지 꽃보더 소리 듣지, 성우 너구리가 휘팍간다고 바로 꽃보더 돼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타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슨 야스리질을 더 한다는 말이오?개츠양반 진짜 강씨고집이시구먼, 셔틀시간 없다니까요."
개츠비 옹은 퉁명스럽게,
"성우 토코샵가서 시마이 하시우. 난 안갈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셔틀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지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스톤질 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거칠어 지고 늦어진다니까. 엣지라는게 제대로 갈아야지. 스톤질 하다가 그만두면 되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스톤질 하던 것을 무릅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사랑방에 놀러온
손녀딸 옥희랑 츄러스를 나눠먹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휘팍 스키하우스에 놀러간 성우 너구리 모냥 하염없는 구경꾼이 되고 말았다.
옥희가 추러스를 다 먹거 사랑방으로 뛰어가 버리자. 개츠비 옹은 이리저리 데크를 들어 엣지각을
살펴보더니 다 됐다고 돌려준다. 사실 다 되기는 옥희가 추러쓰 처묵처묵 하면서 오기 전부터였다.
셔틀을 놓치고 다음 셔틀로 가야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엣징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턱이 없다. 라이더 본위가 아니고 영감탱이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시간만 되게 부른다. 주말보더의 스케쥴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영감탱이다.'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개츠비 옹은 태연히 사타구니를 긁으며,
휘팍 웹캠을 통해 오늘의 꽃보더에게 별풍선을 쏴주고 있다.
그때 그 모습을 보니, 과거 성우 너구리 1세대들과
비운의 ASKY 독거 노인들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안타까워 보였다.
눈깔 마져도 크롬도금 고글을 쓴듯,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어줍잖게 기른 백발 수염으로 화톳불에서 청춘의 불씨를 찾아 날로 주워먹으려는 간지를 느낄 수 있어.
개츠비 옹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슬로프에 올라가니 여친이 데크를 기다리고 있었고, 빌어먹을 너구리들이 간만에 보는 꽃보더가
신기한지 킁킁데며 서로 저 꽃보더 썬크림 뭐썼는지 내기하고 있다.
조금만 늦었다면 여친에게 구닥다리 아이폰 25를 들이데며 전번을 구걸했을 것이다.
여친이 막상 데크를 탔더니, 새 데크보다 좋다고 야단이다. 전설의 오토리버스 카빙 머신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엣지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여친의 설명을 들어보니
사이드 엣지각이 너무 서있으면 역엣지가 잘 걸리고, 파이프나 킥커에서 크게 위험할 수 있단다.
그래서 몇몇 고수들은 베이스각을 마이너스 각도로 깎아주는데 너무 깎아주면 엣지가 절대 안걸려
지빙 막데크로 전락 되기 쉽단다. 요렇게 제대로 된 베이스 엣지각의 데크는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 영감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