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주차장에 들어가서 차를 주차하고 짐을 내리는데 허리가 무겁다.

허리가 아팠던 적은 태어나서 한번도 없었다. 그런데 2년 전 잠에서 깨어나 움직이는데 허리가 무겁다고 느껴졌다.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는데 어라…… 부자연스러운 허리..

결국 난 랩탑을 손에 들지 못하고 어께에 어설프게 걸치고 대문을 나섰다. 아무것도 문제가 없는데 물건을 들지 못한다.;;;;;; 그날 이후로 나는 무거운 것을 아예 들지 않는다. 물론 드는 데는 문제가 없지만 나 자신에게 운동이 필요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이거 당연히 들어야 정상이라는 생각을 앞으로 고치기로 했다.

여자사람들이 구입한 물건을 나눠 들어준다. 물론 나도 들었지만,,,,,, 허리가 아픈게 조금은 서글프다. ㅋ

이제 예전처럼 울트라 초 슈퍼 보딩은 불가능하단 말인가?..;;;;;;

내가 배웠던 나의 스승은 앉고 싶다면 빠르게 슬롭을 내려와서 립트에 앉아서 쉬라고 했었는데 ^^:

최근 필 받아서 운동도 안하다가 스크린골프와 보딩으로 몸에 무리가 간 듯 싶다.

우리는 허브나라에 다녀온 이후 콘도에서 처음 인사 나눌 때보다 훨씬 가까워진 기분이다.

보드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해서 다른 이야기도 나누고 꾸준하게 대화를 나누며 콘도 현관에 섰다.

여자사람1이 문을 여는데,, 어라 또 안 열린다. 사실…… 귀신이 이 방에 있다고 이야기하고 싶었지만, 가끔 여자사람들 중에 그런 이야기를 하면 내가 놀랄 정도로 무서워하는 타입이 있으므로 그 말은 머리속에서만 했고 여자사람2에게 문을 열어달라고 부탁했더니,

탈칵~!

너무 순하게 열린다. 신기..!!!

우리는 우스갯소리로 여자사람2가 없었다면 입실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고 웃으며 콘도로 들어갔다.

현관에는 나란히 보드가 세워져 있었고 부츠도 세 켤레가 있었는데 여자사람2의 신발이 눈에 들어 왔다. 내 감이 죽지 않았다면 230으로 보인다. 여자사람2에게 사이즈를 물어봤더니 225라고 말한다. 발에 집착하는 이상한 타입은 아니지만 성인여자 발이 이렇게 작기도 하구나……. 했다.

모두들 편하게 옷을 갈아입고 식사준비를 하기로 했다.

나는 다시 미닫이 문을 닫으며 집에서 입는 옷처럼 아주 편하게 입고 방에 어질러놓은 옷들을 정리했다. 오늘 입은 T종류는 비닐백에 넣어 가방에 정리하고 내일 입을 옷을 옆 침대에 가지런히 늘어놓았다.

1회용 가방을 가져왔으므로 1회용 품을 침대에 놓았다. 여행갈 때 주로 사용하는 가방인데 1회용품이 모두 들어있는 가방이다. 여자사람들이 좋아하는 클린징 크림부터 치약 쉐이빙크림 화장솜등등 없는 것이 없었다. 사실 내가 이렇게 챙기는 타입은 아니지만, 집에 주인 없이 돌아다니는 것을 모아서 넣어둔 것인데 여자사람들이 필요한 것들을 몇 가지 챙겨서 식탁 테이블에 놓았다.

여자사람들은 시간이 더 필요해 보였으므로 내가 사용할 욕실에 욕실비품과 준비해온 수건을 놓기도 하고 주방용품이 무엇이 있는지 확인도 하고 베란다에 나가서 야간보딩을 즐기는 사람을 보며 담배도 여유 있게 피우려고 하는데…… 춥다.;;; 역시 이곳은 청정지역 평창!! 다시 거실로 들어갔다.

여자사람들이 나왔다. 여자사람1이 준비해 온 쌀로 밥을 만들고 나는 프라이팬에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여자사람2도 도울 일이 없는지 식탁주변에서 우리가 구입한 식재료를 식탁에 놓고 모두가 약속한 것처럼 각자 저녁식사를 준비하는 모습이 뿌듯하다.

프라이팬이 보드로 표현하자면 제로 캠버다.;;;;;

기름이 빠져나가질 못하고 오일페이퍼도 없어서 드디어 시작되는 콘도의 향 … 삽겹살 냄새가 거실을 채우고 있었다. 환기버튼을 눌렀지만 이미 오래 전에 고장 난 듯 미동도 하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거실 도어를 열고 삼겹살과 목살

고기를 열심히 구웠다.

여자사람1이 혼잣말로 밥이 이상하게 되어간다고 했다. 불안하게 삼층밥이 될지도 모른다고 말하며 여자사람2와 밥솥을 열까 말까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 식탁에는 이미 밥그릇과 밑반찬 그리고 야채와 쌈장 등등 B등급의 식사로는 충분한 비쥬얼이 기다리고 있었다.

프라이팬이 제로 캠이라 점점 고기가 겉면만 타고 익지 않는 것 처럼 보인다. 70프로 정도는 구웠으므로 나머지는 잠시 후에 구우려고 프라이팬을 베란다에 두고 고기냄새를 빼려고 열었던 창문을 닫고 식사를 하려고 모두 식탁에 앉았다.

그런데,, 쌀 양이 적었는지 밥그릇의 밥이 머슴밥이 아니라 아기밥처럼 보인다. ㅎ 나중에 알았지만 여자사람1은 두 명이 먹을 양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모양이다. 물론 모자라면 내가 사면 구입하면 된다고 이야기했으므로 그렇게 준비했나 보다. 서로 친해진 후 다음부터는 쌀을 남도록 가져오라고 조언을 했고 여자사람1도 웃으며 알았다고 했다.

사람의 인연은 참으로 대단한 것 같다.

우리가 살면서 비즈니스가 아닌 자리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어제까지만 해도 서로 몰랐던 사람들이 이렇게 보드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서로를 믿고 같이 식탁에 앉아서 식사를 한다. 신기하지 않은가?? 그리고 재미있지 않은가???

그리고 여자사람1이 밥그릇에 정성껏 밥을 나눠서 담고 내가 남자라 그런지 내 것이 조금은 많아 보였다. 테이블에 아까 구입한 술도 있었으므로 내가 한잔씩 드리고 나는 직접 따라서 기분 좋게 술잔을 기울이며 테이블에 놓인 소박한 B급 저녁식사를 시작했다.

누구는 자신의 고민을 이야기하기도 했고, 누구는 자신의 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기도 했으며 누구는 살면서 황당했던 경험이나 재미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나는 내가 공약(?)으로 준비한 웃음보따리를 풀어 놓았고 여자사람들과 다행히 코드가 맞았는지 어느새 우리는 술잔을 비워가며 느긋한 저녁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먹는 것을 멈추면 다시 먹기가 싫어진다. 고 내 친구사람의 조언을 난 잊지 않고 있었다. 고기가 떨어질 때쯤 베란다에서 식은 프라이팬을 다시 가져와 바닥을 닦고 고기를 남은 고기를 굽고 여자사람들이 돕겠다고 했지만 내가 하는 것이 즐겁고 마음이 편했으므로 고기를 다 굽고 다시 테이블에 앉았다.

여자사람1은 술을 거의 마시지 않았지만 여자사람2는 술을 조금은 마실 줄 아는 것으로 보여서 어느새 사라진 빈 술 잔을 보면 나는 채우기 급급했다. ㅎ

고기를 다 먹었을 때 여자사람2가 나가땡땡 라면을 먹자고 제안했다. 역시.. 밥이 부족했나 보다.

최근 유행하는 면에 넣으려고 난 닭 가슴살 캔을 가지고 왔다. 보통 집에서 먹을 때엔 그것을 다 넣어서 먹는데 여자사람2는 다 넣으면 너무 많다고 생각했는지 정말 다 넣냐고 물었기에 그럼 반만 넣자고 정정했다.

피곤해 보였던 여자사람1은 이제부터 2차라고 이야기하며 여자사람1과 깔깔거리고 웃었다.

30분 전에 10시 넘어서 들어가서 먼저 자겠다고 말했지만 저녁 식사의 대화가 즐거웠는지 혹은 여자사람2의 케릭터가 재미있었는지 그렇게 우리의 저녁식사를 점점 무르익어 갔다.

울트라 훗!!!!!!!!!!!!!!!!!!!!!!!!!!!!!!!!!

나가땡땡의 맛이 이렇게 깊고 진했던가?! 집에서 먹는 맛과는 전~혀 다르다.

여자사람2가 끊인 나가땡땡의 국물맛에 반한 나는 맥주잔에 소주를 넣어서 천천히 마셨다. 술자리는 좋아하지만

술은 많이 마시지 못하는 타입이므로 여자사람들에게 억지로 술을 권하지도 않았고 탁구를 하듯이 술잔을 천천히 비워가며 대화는 재미있게 흘러갔다.

시계는 이미 12시를 지났고 1시를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대화의 속도가 줄어들 때쯤 나는 내일을 위해서 이 자리를 이제 정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내일 보딩을 위해서 자리에서 일어나자고 말했고 약속이나 한 듯이 여자사람들은 테이블을 치우려고 하고 있었다.

나는 이것은 그대로~ 두고 모두 내일 치우자고 말했다.

여자사람들도 동의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나도 방에서 갈아 입을 옷을 들고 욕실로 갔다.

아까부터 틀어 놓은 물은 욕조 가득히 채워져 있었고 온도는 훗! 딱!!! 요기까지!!!! 만족하는 온도였다. 허리가 아팠는데 이제야 살 것 같다. 따스한 느낌을 넘어서 뜨끈하다. 나도 늙어가나…..이제 이 온도가 나를 만족시킨다.

한 겨울에도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버릇은 어느새 사라지고 한 여름에도 따땃한 물로 샤워하기 시작했다. 좋아.

올 여름부터는 다시 차가운 물로 샤워하고 겨울에도 차가운 물에 도전하리라!!!!

예전 같으면 친구들과 술자리에서 술을 마시다가 필 받은 친구사람과 보딩을 하려고 나간 경험이 있다. 물론 음주 보딩은 아주 위험하고 옳지 못하다. 식사와 같이 맥주 한 병을 마신 상태라도 음주는 음주! 위험한 일이다. 철없던 나이였으므로….

내가 RED 핼멧을 처음 쓰던 날 오토바이 핼맷을 쓰고 왔던 그 친구와의 일화이다.

나는 용평을 한 참 다닐 때에 친구사람들과 우르르 콘도에 가면 스키어와 보더로 나뉜다. 스키어들은 모두 수준급이므로 카빙 맛을 알아가던 보더들에게 눈을 뿌리며 괴롭히고는 했다.

보더 친구사람들과 어서 실력을 늘려야 했으므로, 첫 날 늦게 도착해서 식사 후 TV보다는 슬롭에 나가서 한번 더 타고 싶었다.

-       나가서 타고오자!

-          지금???

-       그래! 지금 나가서 타고 오자

-          립트를 지금 구입하기엔 너무 아깝잖아……

-       친구?! 나 못 믿어? 립트는 내가 해결한다!!

-          정말? 어떻게??

-       에이~ 자꾸 그럴 거야?. 그냥 따라와~

스키어 친구사람들은 우릴 보고 비웃음을 날리며 웃고 있었고 나는 후다닥 옷을 입고 장비를 챙겨 콘도 옆의 슬롭으로 나갔다. 친구사람이 나에게,

-         걸어 올라가서 타자고?

-       촌스럽게 왜 그래… ? 기다려봐. 어.. 저기 온다.

-         뭐가 와??

나는 걸어오는 커플에게 다가가서 양해를 구하고 그들이 라이딩을 끝내고 콘도로 들어가는지 확인 후에 정중하게

립트권을 기부해 달라고 말했다. 그들은 나에게 찢어질 것이라고 말하며 곤란한 표정을 보였고, 나는 괜찮다고 미소를 던진 후에 가슴속에서 준비한 뺀찌를 꺼내어 보였다.

마치 포로수용소에서 철자를 자르고 탈출 하려는 비장한 표정을 보여주며,,

커플 여자사람은 자켓 하단에 립트권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수월하게 잘랐지만 커플 남자사람은 지퍼에 립트권을 결속했고 그 지퍼는 중앙지퍼여서 얼굴 아래에 있었다.

누군가 멀리서 보면 남자사람을 폭행하려는 모습으로 오해할 정도의 무서운 그림이었다.

한가지 분명히 기억나는 것은 오토바이 핼맷의 소유자였던 친구는 웃음을 꾹 참고 나를 존경하는 눈빛을 보냈으며 커플 남자사람은 맥주냄새가 풍기는 건달 비슷한 무리에게서 탈출하고픈 눈빛을 보였다.

립트권을 자르고 감사하다는 인사를 한 후 우린 립트를 자켓에 연결하고 남은 1시간 동안 분실하지 않으려고 힘으로 철사를 구부렸다.

-          도대체 너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냐?

-       나를 믿으라고 했잖아. 나 소.년.남.이야. 왜이래.. 촌스럽게~

-          정말 대단하다. 아까 그 남자사람 표정 못봤지?

-       응. 나는 철사 끊느라 얼굴을 못 봤어.

-          여자사람은 우릴 XXX로 보는 것 같았고 남자사람도 XXX라고 보는 것 같았어.

-       친구야. 그만큼 타고 싶어서 내가 올 시즌부터 준비한 당일 시즌권이야.

-          고마워. 그런데 내일은 나... 오토바이 핼맷 쓰고 탈거야.

-       ,,,,,,,,,,,,,,,,,,,,,,,,,,,,,,,,,,,,,,

-          그렇게 이상해??

-      라ㅓ호 ,ㅏㅎ로ㅜㅇㄹㅇㄹㅇ라허우라ㅓㅜㅎ,ㅇㅎ 라ㅓㅗㅎㅇㄹ호

시계를 확인하지는 않았지만 아마 1시가 넘지 않았을까?

허리가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새벽5시부터 일어나 거의 21시간 동안 움직였으므로 이제는 어서 잠자리에 들고 싶다. 모르는 여자사람들과 이렇게 좋은 시간을 보내다니 기분이 좋다. 씻는 것을 마무리 하고 상쾌함을 느끼며 방으로 돌아갔다. 꽃남이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바를 것은 발라야 했으므로, 잔주름이 보이고 바르기 시작하면 이미 늦는다는 아이크림과 기타 등등을 바르고 마지막으로 허리에 파스를 하나 붙였다. 에잇! 삐뚤게 붙어 버렸다…

마음 같아서 누가 붙여주면 좋겠지만,,,

거실에는 불은 껐는데 TV는 끄지 않았다.

뭐라고 할까 무언가 잡음이 하나 있는 것이 여자사람들이 더 편하지 않을까 해서 켜뒀는데 자기 전에 끄고 싶다.

그런데 나른한 기분이 들면서 잠이 오려고 한다. 아… 잠들기 전에 저걸 끄고 자야하는데…. 잠이 소르르 들려고 하는 순간,,

그때 부스럭 거리며 누군가 거실에 움직이는 모습이 어렴풋하게 보이며

“ 저기요……”

여자사람중 한명이 조용히 나를 부른다.

to be continued......

훗!