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12월 4일 날씨 [킹왕짱 보드 타기 좋은날씨]
============================================================================
첫 시즌권.. 첫 셔틀버스.. 설렌다.
치솟아 오르는 기름값과 운전으로 인한 피곤함을 알아버린 나는 뒤늦게 셔틀의 진리를 깨달았다.
수많은 버스를 제끼면서 왔던거 같은데, 왜 시간을 비교해보니, 셔틀이 더 빠른걸까..? 미스테리다.
금요일 저녁. 설레임을 안고 면허딴 이후로 5년만에 처음으로 셔틀 버스를 타고 휘팍을 갔다.
갈때는 가장 뒷자리에 앉았다.
대부분 주무시기 때문에, 시트를 어느정도 뒤로 젖힐 수 있었는데,
그것도 모르고, 가장 뒤에 앉았다가 가는 길이 험난했다... (엔진소리, 각잡은 자세)
너무 행복한 주말을 보내고,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를 탄 나는 올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
앞에서 두번째 자리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목베개를 두르고 헤드폰을 썼다.
출발 5분전. 자리를 못잡은 한 여성분이 음악소리 너머로 물어왔다.
"빈자리에요?" 라고 말하시는 듯 했다.
잘 못 들었지만 "네 비었어요" 라고 대답했다.
날씨도 추웠는데 외투도 없이 후드만 입으시고 간편한 차림으로 탑승하신분께서
내 옆에 앉았다. (오늘 추운데....)
나는 외투를 무릎에 덮고, 다리로 엄습해오는 찬기운을 간신히 막아내고 있었기에
간편한 옷차림의 그분이 매우 추워보였다.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10분쯤 뒤에 의자를 조금 뒤로 젖힌 뒤에야 잠을 청할 수 있었다.
얼마나 잤을까? 일어나보니 2~30분 정도밖에 안잔듯 싶었다.
고개를 들어 교통표지판을 보니, 원주에 가까워지고 있다.
길은 생각보다 안막힌다.
다시 잠을 청하려 했는데, 옆에 여성분이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며 졸고 계신다.
시트를 조금 뒤로 젖히셔도 좋을텐데 거의 눕힘없이(아~주~ 조금만 젖히신채로)
흔들리는 차안에서 연신 고개를 앞으로.. 그리고 좌, 우로 떨구신다.
하지만, 중심을 잃으면, 곧 자세를 무의식중에 바로 잡으시는듯 했다.
하지만 얼마 안가 다시 고개를 좌우로 ;;
앞쪽 좌석이라 그런지 핸들이 꺾는대로 고개가 자연스레 따라갔다.
방울(?) 비니를 쓰신채로 연신 고개를 흔들며 졸고 계신걸 보니, 피식하면서도 한편으론
목 뻐근하실텐데 하며 걱정이 됐다.
어깨라도 빌려드리고 싶었지만.. (웃음)
어차피 일단 주무시는데 괜히 이상한 녀석이 될순 없다.
당장 도움 드릴 수 있는게 없는것 같으니 신경을 끄려 했으나,
자꾸 신경이 쓰인다..
'목 다치실거 같은데...'
브레이크를 잡으면 앞으로,
좌측으로 꺾으면 우측으로,
우측으로 꺾으면 좌측으로..
'ㅠ_ㅠ 심각하게 도와주고 싶어졌다. '
'초면에 어깨를 빌려드리겠다는 느끼한 변태같은 말따위는 죽어도 할 수 없다.'
'그래~!! 목베개를 드리고, 시트를 뒤로 좀 젖히면 괜찮으실꺼야'
그때까지 헤드폰을 벗지 않은 나는 음악도 켜둔채로, 살짝 깨운 다음 목베개를
말없이 건네드렸다.
'저대신 쓰세요~!!' 라는 표정으로..
2초간 머뭇하시다가 사양하지 않고 받으신다.(다행, 웃음, 환희)
하지만 시트는 뒤로 젖히질 않으신다...; 이중 쿠션이라 시트를 뒤로 젖히지 않으면
고개가 더 앞으로 쏠려서 오히려 더 불편하실텐데 ㅠ_ㅠ
내 예상대로, 얼마안가 쿠션을 무릎위로 빼신 뒤 잠을 다시 청하신다.ㅠ_ㅠ
나도 다시 잠이 들었다가 깨니 아까와 같은 상황..ㅠ_ㅠ
내 시트를 뒤로 했던걸 원위치로 똑바로 세웠다.
'이렇게 하면, 고개를 좌우로 흔드셔도 내쪽 시트 사이드에 걸리셔서,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시겠지..'
잠깐 창문밖을 내다보다, 고개를 돌렸을때는 어느새 시트도 약간 더 뒤로 젖히신듯 했다.
효과는 만점~!! ㅎㅎ 서울에 거의 도착해서 양재IC 로 빠져서, 코너링을 할때까지 곤히 잠드셨다.
나 혼자 뿌듯함을 느꼈다.(웃음)
목적지에 도착해서 내리기 위해 부산한 상태에서 그분께서 고개를 돌리셔서, 나를 똑바로 보시고는
귀여운 미소로 고개를 끄덕이셨다.(만세)
고맙다는 인사를 하시는거 같아서 속으로 너무 기뻤지만, 겉으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쑥맥같은 놈ㅠㅠ)
시크한 표정ㅡ,.ㅡ; 으로 고개만 같이 끄덕일수밖에 없었다.
'아니야! 내맘은 이게 아니야!! 아니란 말이에요~ ( 울음 )'
간편한 옷차림이셨기에 짐가방 하나만 들고서는 먼저 내리셨다.
난 외투를 챙겨입고, 늦게 내려서, 통화를 하시며 지하철로 내려가는 뒷모습을 봤을뿐..
내리시기전에 하셨던, 그 귀여운 미소가 자꾸만 기억난다.
다음주에도 뵐 수 있을까?
^^ 행복한 저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