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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노보드 강사 이종욱입니다. 이번 칼럼 시리즈는 '준비'에 유난히 많은 공을 들였네요. 제가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 바로 준비에 관한 내용을 알려드리는 것이니까요. 실제 생활에 대해서는 굳이 알려드리지 않아도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는 분들이라면 분명 직접 부딪히면서 자신만의 답을 만들어가리라 생각해요.
그래도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보고 싶은 분들이 있을 거에요. 도대체 그곳에서 강사로 생활하는 건 어떤 느낌이지? 뭐가 좋을까? 주변에 유익한 시설이나 이용할만한 제도는 뭐가 있지? 도대체 하루를, 일주일을, 한달을 어떤 모습으로 사는 걸까? 여러가지 의문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분들도 있을 거에요. 그래서 때론 조금 자세하게, 하지만 꿀팁들과 쓰라린 현실(?)을 적절히 버무려 여기까지 오신 분들께 알려드리고자 해요.
제 블로그를 찾아보시면 캐나다 휘슬러나 호주 페리셔나 현지에 도착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들, 거쳐야 하는 일들 등에 대한 칼럼이 몇몇 있을 거에요. 전체적인 절차에 대해 궁금하신 분은 이 글들을 찾아주시고, 여기에선 각 스키장마다 일에 있어서 유익할만한 '강사 생활 꿀팁'과 현지 생활에서 알아두면 좋을 '생활의 지혜' 정도를 추려서 소개해드리도록 하죠. 그러니 앞으로 각 스키장마다 두 개의 글, 총 4개의 글은 더 쓸 예정이에요.
- 캐나다 휘슬러 '강사 생활 꿀팁'
1) 기본 파트에 대해 알아두기
취업되는 순간 자신이 일해야 하는 파트가 정해져 있을 겁니다. 일단 어디 베이스인지가 중요하죠. 휘슬러, 블랙콤, 크릭사이드 베이스가 있어요. 휘슬러와 블랙콤은 걸어서 한 10분 거리? 그러나 크릭사이드는 버스 타고 15분 정도 걸릴 거에요. 상당히 멉니다. 그러니 만약 어느 정도 어느 파트에서 일할 수 있는지 정할 수 있다면 자신의 숙소나 다른 상황을 고려하여 베이스를 정하세요. 꿀팁이니까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하면, 크릭사이드는 가지 마세요. 열악한 편입니다.(개인의견입니다) 블랙콤은 초보 연습구역이 산 제일 아래에 있어서(크릭사이드도 마찬가지)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그래도 할 만 합니다.
크게 세 가지 종류의 부서 중 하나로 지원하고 배치될 거에요. 키즈, 어덜트, 프라이빗. 키즈는 요일마다 같은 아이들을 시즌 내내 가르치는 3,4세 반(Mini), 매일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5-12세 반(Kids), 역시 매일 다른 아이들을 가르치는 13세-18세 반(Teens)이 있어요.
말도 제대로 안통하지만 아이들을 좋아한다면 3,4세반(Mini)도 나쁘지 않더군요. 보통 저레벨 어린 스키 강사들이 많이 배치되요. 스키 강습만 있어요. 일주일 이틀의 휴무를 보장받는 대신 하루에 8시간X5일의 일도 보장 받는 것 같더군요.
5-12세 반(Kids)은 일이 많고 터프합니다. 가장 많은 수의 강사들이 필요해서 부서가 큼직큼직 북적북적. 블랙콤에는 없고(스노보드의 경우), 휘슬러와 크릭사이드에만 있습니다. 보통 7.5시간X5일 일하고, 바쁠 땐 6일 정도 일해요. 여기서 살아남으면 어딜 가서든 일할 수 있습니다, 하하하하하하하하. (경험담입니다) 아이들 체크인부터 인솔, 식사 메뉴 제출과 밥상 차림, 정리, 각각의 아이들의 리포트카드 작성 및 체크아웃 시 부모님 면담 등 하나부터 열까지 일이지만, 대기업이 갖춘 스노우스쿨 시스템의 꽃을 체험하고 싶다면 바로 이곳입니다. 아, '어드밴처 캠프'라고 해서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6명의 같은 아이들을 한반으로 묶어 일주일 내내 가르치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스키는 시즌 내내 운영하는 것 같고, 보드는 바쁜 시기에만 키즈 강사들을 빼와서 운영하는 것으로 압니다.
그리고 키즈의 꽃 13세-18세 반(Teens). 이건 휘슬러와 블랙콤에만 있어요. 그런데 또 휘슬러와 블랙콤에 있는 이 부서의 특징이 달라요. 휘슬러(Whistler Teens)는 제가 일했던 곳이죠. 매일 다른 강습생들이 오는 데일리 강습. 캐나다 각지와 세계 곳곳에서 여행오는 청소년들이에요. 진짜 '레슨'을 원하고, 실제로 잘 가르쳐야 해요. 매년 오는 단골 고객들도 있는데, 꽤 탑니다. 덕분에 고레벨을 가르치게 되면 스노보드는 원없이 탈 수 있어요. 통솔이 힘들지만요, 허허. 일은 맥스 7시간X5일. 꼽을 만한 장점은 일과 스노보딩의 밸런스(이거 정말 중요한 문제에요, 일주일 내내 매직카펫만 타고 비기너 강습만 하면 현타 옵니다)가 가장 잘 맞고, 보통 학생들이 엄청나게 빨리 실력이 늘어서 보람차다는 점. 블랙콤(Blackcomb Schools)은 휘슬러 주변 지역 학생 단체 강습을 전담합니다. '수학 여행'이라 생각하심 되요. 아이들 안 다치고, 즐겁게만 해주면 됩니다. 슈퍼바이저가 대놓고 굳이 레슨을 안 해도 좋다고 이야기해요. 물론 완전 초보들은 가르쳐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는 레벨이 서로 맞다는 전제하에 가이딩만 좀 해주면 되구요. 단점은 일이 없을 땐 여기저기 신나게 팔려간다는 점. 정말 어느 부서로 갈지 모릅니다. 그래서 매일 다른 부서에서 일하는 경험을 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다른 부서로 가면, 보통은 그곳의 궂은 일을 하게 됩니다. (예를들면 레벨1이라든가, 초심자라든가) 아, 참고로 블랙콤 스쿨즈는 초등학생들이 오기도 합니다. 그래도 애들 전반적으로 착하고, 잘해요.
어이쿠, 열심히 쓴 것 같은데 이제 성인반(Adult Max 4)까지 밖에 못 왔네요? 어덜트는 휘슬러와 블랙콤 두 곳에 존재합니다. 그리고 각각 베이스와 알파인 두 파트로 또 나뉩니다. 베이스는 레벨1-3, 알파인에는 4-6이 가죠. 네, 바닥에는 초보자와 이제 막 턴 배우는 사람들, 산 위에는 이미 턴은 기본으로 하고 그 이상을 배우는 사람들이 갑니다. 만약 처음 일하시는 강사분이라면 보통 베이스에 배치될 거에요. (알파인은 가고 싶다고 맘대로 갈 수 있는 게 아닌...ㅠㅠ) 강습 이름이 공통적으로 '맥스4'라서 한 클래스에 최대 4명까지만 학생을 받습니다. 할만하죠?! 열심히 가르쳐주시면 자주 팁을 받기도 합니다. 즐겁게 잘 가르쳐 주시면 이 팁이 또 쏠쏠하다는 후문이...
자, 마지막으로 프라이빗(Private)! 제가 가장 경험이 없는 파트에요. 그래도 한번씩 가보긴 했죠. 별의 별 강습이 다 있습니다. 특히 강사들이 제일 힘들어하는 건 가족 강습이더라구요. 2대 내지 3대가 같이 배우는 스키 강습... 혹은 듀얼 강사에게 스키와 보드를 같이 배우는 부모님과 자녀들... 이런 게 정말 미친대요.(강사들에게 직접 들은 이야기) 다른 강습도 비싸지만, 이 프라이빗 종일 강습(6시간)은 한국돈 100만원짜리에요. 풀데이 강습 잡히면 보통 밥은 같이 먹습니다. 네, 사줍니다. 100만원 강습 시원하게 들으시는 분께서 강사 밥 한 번 못사주시겠습니까. 그리고 강습이 멋지게 끝나면 100불 정도씩 팁을 받을 때도 있구요.(물론 안 줄 때도 있다는 게 함정, 그래서 이 파트 강사들은 팁 문화를 잘 모르는 아시아계를 좀 꺼려하는 듯) 여긴 경쟁+성과제라 자신이 얼마나 하느냐에 따라 수입이 천차만별일 수 있어요. 대신 능력 있고 수완 좋은 사람들은 정말 천국같은 곳입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스키 강습이 훨씬 더 많다는 것. 제가 만약 슈퍼스타 스키 강사에 스페인어와 중국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할 줄 안다면 꼭 두드려보고 싶은 문이에요.(아마도 다음생에...)
아니, 기본적인 파트 소개만 했는데도 이렇게 길어졌다구요!? 그럼 한줄 꿀팁 들어갑니다.
나는 너무너무 어린 아이들이 좋다. 3,4세 반!
나는 어린이들 케어의 끝을 보고 싶다. 대기업 네놈들 고객만족을 위해 어디까지 하는 것이냐!? 5-12세 반.
나는 쪼끔 널널하면서도 청소년들의 발랄한 에너지를 받으며 보람도 느끼고 보드도 좀 타고 싶다. 13-18세 반.
나는 프라이빗 가기엔 좀 쫄리지만 말 통하는 어른들을 상대로 일을 하고 싶다. 미성년자들은 가라! 어덜트.
나는 무한경쟁에서 살아남을 에너지와 자신이 있다. 내가 다 이겨. 고객만족이 무엇인지 보여주겠다. 프라이빗!
베이스별로 특징도 한줄로 말씀 드리자면...
나는 정신없어도 가장 복작복작대고 일 받을 확률도 많은 데가 좋다, 카펫 다섯개와 초급자 체어 하나가 도는 산 중턱의 Learning Area도 좋다. 휘슬러!
나는 마치 유배된 것처럼 조용하고 가족같은 분위기의 작은 규모의 스쿨이 좋다, 대신 기본 터레인의 난이도가 상당히 높아 초중급자 가르치긴 힘듦. ㅠㅠ 크릭사이드!
나는 그냥 그 중간쯤이 좋겠다, 너무 박터지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동떨어진 느낌도 아닌 적당함이 좋다. 블랙콤!
2) 부가적인 파트도 알아두자
이게 끝이 아닙니다. 휘슬러블랙콤 스노스쿨은 위에 소개한 아주 기본적인 스쿨 부서 외에도 다양한 특수 파트들이 있어요. 거두절미하고 시작해보죠.
가장 먼저 '클럽Club'. 이건 주변 로컬 키즈들의 주말 프로그램이에요. 그 해에 시작하는 경우도 있고, 다수는 이미 지난 시즌 내지는 몇 시즌 전부터 계속 수업을 들어온 스노보더 또는 스키어 꼬맹이들이죠. 12세까지만 들을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제가 제일 싫어하는 프로그램중에 하나에요. 고레벨로 분류되는 아이들이 많은데, 그래서 그런지 강습은 제대로 안 듣고 지 멋대로 구는 아이들이 꽤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보통 다른 강사 수업을 커버한 경우이기 때문에 한 시즌 내내 한 반을 맡아서 가르친다면 또 다르겠죠? 그래도 저는 안 갑니다, 하하하하하. 아, 주말에 어차피 자기 부서에서 저레벨 맡게 되거나 아예 일을 못 받게 될 바에야 바쁜 기간이든 좀 한가한 기간이든 수업이 보장된 클럽 프로그램을 가르치는 강사들도 꽤 있어요. 일이 필요하고, 살짝 코칭 비슷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그 입문으로 나쁘지 않은 선택.
'갭Gap' 프로그램이 있어요. 이건 감독관 자격을 가진 사람들만 채용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왜냐하면 이 프로그램 수강생 자체가, 강사 자격증 시험을 목표로 몇달씩 휘슬러에 거주하는 이들이거든요. 즉, 강사 자격증을 획득할 수 있게끔 교육해줘야 해요. 나이는 거의 성년이지만 어린 편이고, 한 시즌 내내 함께 하는 팀이라 생각하시면 됩니다. 간혹 아닌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열의도 있고 목표가 있기 때문에 상당히 보람된 파트로 보이더군요. 감독관 스케줄과 갭 프로그램을 주로 삼고 남는 시간을 프라이빗 강습이나 청소년 강습으로 채우면 일과 라이딩의 밸런스가 잘 맞겠더라구요.
다음으로 '휘슬러 밸리Whistler Valley'. 당신이 파크 라이딩에 일가견이 있는 스노보더이고, 이를 가르칠 자격증도 어느 정도 갖춘 상태라면 추천. 나이와 상관없이 파크 라이딩을 이미 어느 정도 할 줄 알고, 더 배우고 싶어하는 아이들이 수업을 듣는 곳입니다. 강사에게도 강습과는 달리 '코칭'을 요구하는 곳이에요. 그 차이를 정말 간단히 설명 드리자면, 좀 더 방임하면서 오랜 시간 숙성시켜서 결국 목표에 도달하게 만드는 장기 프로젝트라고 말씀 드릴 수 있겠네요. 이와 비슷한 스키어 쪽 프로그램으로 휘슬러 프리라이드클럽 ... 머시기가 있는데 이름을 잊었네요 ㅠㅠ 스키어 쪽은 프로그램이 더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익스트림리 캐네디언Extremely Canadian'이라는 프로그램도 있어요. 이건 주로 성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프리라이드 강습입니다. 급경사나 절벽 뛰기 등등을 배우고 가르치는 곳이죠. 문이 아주 좁습니다. 여기에서 일하는 제가 아는 강사들은 모두 CASI level 4 에요. 댄(보드파트 헤드 트레이너, 전 하프파이프 국대), 돔(한때 최연소 레벨4), 제이크 정도가 그 유니폼을 입고 있었던 기억이 나요.
아, 여성분이라면 주말마다 하는 여성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제 전 부슈퍼바이저 캘시가 이끄는 파트인데,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여자 스노보드 강사인 경우에만 참여할 수 있고, 강사들과 강습생들이 모두 여성이라 생기는 장점이 있는 것 같더군요. 관심이 있다면 체크!
그리고 마지막으로... 이 파트는 부가적인 파트로 넣어야 하는지 기본 파트로 넣어야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많은 인원을 뽑는 부서는 아니거든요. 바로 장애인(Adaptive) 파트입니다. 저와 같이 살았던 친구가 여기를 주 파트로 일했는데, 그 친구의 경우는 호주 장애인 겨울 스포츠 강사협회 데몬이었어요. 네, 꽤 높은 자격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에 이제 강사일을 시작하는 분들과는 차이가 있겠죠? 경험을 생각한다면 꼭 추천드리고 싶은 자리이긴 해요. 저는 그 부문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아 아쉽게도 일해본 경험이 없습니다. ㅠㅠ 관심이 있다면 휘슬러 스노스쿨에서 시즌 초에 Adaptive Course를 열곤 하니, 바로 신청하시길!
제가 기억하는 건 여기까지에요. 자, 부가적인 파트를 굳이 정리하여 알려드린 이유는 많은 분들이 일의 밸런스를 위해 자신의 메인 파트 이외에 부가적인 파트에서 일을 하는 걸 봐왔기 때문입니다. 주중에는 프라이빗에서 카펫 강습을 하다가 주말에는 파크에서 자신의 학생들과 달리는 강사, 매일 바뀌는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하루짜리 강습의 한계를 느낄 즈음 주말마다 찾아오는 같은 아이들을 가르치며 매주 늘어가는 모습을 뿌듯하게 보는 강사 등 자신이 자격을 갖추고 노력하고 어필한다면 보다 질 좋은 시즌을 보낼 수 있어요.
이러한 부서들에 지원하기 위해서는 시즌 초에 뉴스레터에 나오는 공고를 확인하거나, 가능한한 빨리 자기 슈퍼바이저에게 묻거나 해당 슈퍼바이저에게 연락하여 지원 의사를 밝히는 게 첫번째 할일입니다. 그 이후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려줄 거에요.
자, 휘슬러블랙콤 스노스쿨의 파트 정리만으로도 글 하나를 가득 채웠죠? 이번에는 이어서 강사로서 일하면서 알아두면 좋을 꿀팁들을 소개해드릴게요. 몰라도 살 수 있지만 알고 있으면 더 즐거운 시즌 생활을 할 수 있는 팁들!
- 트레이닝
종종 캐나다 강사 생활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려드리면서 언급하곤 했던 것인데요. 강사로서 보다 멀리보고 있으시다면 반드시 활용해야 할 부분입니다. 바로 스노우스쿨 트레이닝! 휘슬러 강사 생활의 꿀중의 꿀! 오직 강사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 제가 생각할 때 가장 먼저 챙겨야 하는 혜택이에요.
먼저 모닝 세션이 있습니다. 이건 바쁘건 바쁘지 않건 시즌이 시작하고 '베이스까지 눈이 덮히면'(보통 12월 초중순) 시작하게 되는데요. 매일 아침 7시 45분까지 집합, 짧은 모임 후에 곤돌라 꼭대기까지 직행하여 패트롤을 제외한 그 누구보다 빨리 신설에서 스노보드를 탈 수 있는 혜택이에요. 눈이 오지 않은 날은 짱짱한 코듀로이에서, 눈이 온 날은 온 슬로프를 덮은 파우더에서 수십여분을 탈 수 있죠. 단, 이것도 엄연한 세션이기 때문에 각 그룹에 세션 리더가 지정되어 있고, 그/녀를 따라 다녀야 합니다. 보통 많은 라이딩양을 보장하면서도 핵심만 전달하는 세션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거란 걱정은 안 하셔도 돼요. 최장 9시까지 이어지고, 자기 일하는 파트의 시작 시간에 따라 더 일찍 내려가기도 합니다. 저의 경우는 원칙적으로 8시 30분에 일을 시작하기 때문에 보통 두 런 정도를 하고 내려왔어요. 애걔, 겨우 두런? 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같은 그룹 강사 이외에는 거의 아무도 없는 무릎 깊이 파우더 슬로프를 두 런 정도 타고 내려오면 그날 하루 내내 미소가 입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다음으로 풀데이 세션! 바쁘지 않을 땐 토요일을 제외한 주6일 열리고, 보통 오전 10시에 시작하여 오후 3시 전에 마칩니다. 시험을 준비하거나, 실력을 늘리고 싶거나, 새로운 자극이 필요할 때 안성맞춤이죠. 세션의 종류를 간략히 설명 드리면 CASI 2,3,4 준비 트레이닝, AMF(All Mountain Freestyle, 산 위의 자연적 지형지물을 파크처럼 이용하여 뛰고 도는 세션), STD(Sexually Transmitted Disease....아니고 Steeps, Trees and Drops의 약자. 가장 험준한 지형의 눈을 타는 연습, 말도 안되는 절벽에서 뛰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Park(말 그대로 터레인파크, 레벨별로 다양한 파크 세션이 열린다), Y4T(Yearning For Turning, 코루아 쉐이프라는 유명한 스노보드 브랜드의 홍보 영상 제목을 따온 트레이닝 이름인데, 간단히 카빙 세션으로 이해하면 된다) 등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해마다 조금씩 다른 토픽의 트레이닝이 신설되기도 하는데, 지난 시즌에는 스플릿보딩(백컨트리용 스노보드) 세션, 스노스케이트(스케이트보드처럼 타는 스노보드, 바인딩 없고 굉장히 짧아 초급 슬로프가 최상급 슬로프처럼 느껴지는 기적을 경험할 수 있다고 한다) 세션 정도가 추가로 열렸어요. 세션은 보통 CASI 레벨3나 레벨4들이 리더가 되어서 이끕니다. 궁합이 잘 맞는다면 많은 걸 배울 수 있는 시간이에요. 새로운 아이디어도 얻어서, 자기 강습에 직접 쓸 수도 있구요. 저 개인적으로 정말 좋았던 건 함께 타는 강사들! 모두 어느 정도 배움에 대한 열의가 있고 수준도 높기 때문에 함께 타는 것만으로도 즐거웠습니다.
마지막으로 일과 후 세션(?)이 있겠네요. 간단히 말해서 운동하는 시간! 요가 세션이 많이 열리구요, 필라테스와 드라이랜드 트레이닝(맨몸운동) 세션도 주기적으로 열립니다. 운동복 입고 몸만 가면 해당 분야에 경력이 있는 강사들이 와서 가르쳐주면서 한 시간 정도 함께 운동하는 시간이에요. 저는 요가와 드라이랜드 트레이닝을 종종 다녔어요. 시즌 중에도 운동과 관리를 게을리해선 안되겠죠? 이외에도 스노보드 튜닝 세션이나 레벨 테스트 준비 인도어 세션도 자주 열립니다.
이러한 세션들을 활용하면 자기 발전에 엄청난 도움이 됩니다. 저 스스로도 느꼈고, 저를 본 다른 사람들도 놀랄만큼 늘었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유익한 시간이었어요. 일례로, 제가 레벨3를 준비하던 2014/15년 겨울, 매주 레벨3 준비 트레이닝을 들으면서 하나씩 머릿속의 물음표를 지워가다보니 스스로 티칭에 대한 자신감이 붙더군요. 오히려 돈을 지불하고 참여했던 정식 CASI Level 3 Course 보다도 시즌 내내 들었던 스노우스쿨 트레이닝이 시험을 통과하는 데에 몇 배나 더 도움이 됐어요. 결과는 단번에 티칭과 페다고지 패스! 꼭 시험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스노보딩에 대한 여러가지 아이디어와 경험에 자신을 노출시키고 싶은 분들께 트레이닝은 될 수 있는 한 자주 들어보시라 권하고 싶어요.
- 장비는 Pro Night 활용
장비를 40-50% 저렴하게 구입하는 방법, 있습니다. 바로 스노우스쿨에서 주최하는 Pro Night이라는 행사인데요. 시즌이 시작되기 전부터 몇 차례에 걸쳐서 열리는데, 가능하다면 가장 빠른 행사에 참여하는 게 물건을 가장 빨리 받아볼 수 있어요. 시즌동안 장비에 적응하는 것도 일이기 때문에, 가급적 10월 말이나 11월에 하는 프로나잇에 참여하셔서 여러 브랜드의 물품도 둘러보고 그 자리에서 바로 주문하는 게 좋겠네요. 그런데 재밌는 건 물건을 받기 전에 돈을 한 푼도 안 낸다는 사실. 주문을 하지만, 만약 기간 내에 수령을 하지 않으면 그대로 샵에서 팔게 되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악용하시면 안되겠지만, 시즌이 시작하기 전이라 금전적으로 궁핍한 상태에서도 물건을 주문할 수 있다는 건 좋은 배려 같아요. 스노스쿨 채용이 확정됐다면 뉴스레터를 꼼꼼히 확인하셔서 프로나잇을 놓치지 마세요!
- 핫랩 혹은 쿨랩?
일을 하다보면 며칠 동안 매직카펫 근처에서 서성이면서 비기너와 너비스 라이더만 가르치는 날이 있습니다. 그게 아니어도 내가 연습하고 싶고 타고 싶은 곳은 저기인데, 난 누군가 또 여긴 어딘가 하면서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가 쌓이는 날들이 있죠. 이럴 때 일 끝나고 시원하게 한탕 타러 갈 수 있다는 거 아시나요? 보통 스노스쿨 프로그램들은 3시 종료를 원칙으로 합니다. 제 기억에 1월까진 베이스 곤돌라도 3시면 닫아요. 그러니 일이 끝나도 다시 산으로 올라갈 수가 없죠. 그런데 2월이 되면서 곤돌라 종료 시간을 15분에서 30분씩 미룹니다. 해가 긴 4월엔 4시에 닫을 거에요. 일을 제 시각에 효율적으로 끝내면, 바로 곤돌라에 탑승해서 리프트가 다 닫을 때까지 스노보드를 탈 수 있습니다! 곤돌라만 탄다고 해도 25분 동안 올라가요. 거기에서부터 내려와도 마음 속이 뻥- 뚫리는 기분. 심지어 유니폼을 갈아입을 필요도 없어요. 대신 바운더리를 벗어난다든지 위험한 일을 해선 안되죠. 참고로 이때 다치면 직장보험 처리가 안됩니다. 다치지 마세요. 그래서 강사들끼린 마지막을 불사르듯 뜨겁게 탄다고 핫랩Hot Lap이라고 불렀는데, 이제 하루를 마무리하며 쿨다운 시키는 시간으로 삼자며 슈퍼바이저들이 쿨랩Cool Lap이라 부르기 시작했어요. 이름이 어찌됐든, 당신이 정말 스노보드를 사랑한다면 이 시간을 꼭 즐기세요.
- 클럽쉬레드 Club Shred
시즌 시작할 때 클럽쉬레드에 가입하기 위하여 2주마다 2불씩 공제할 것인지 묻는 페이지가 있어요. 무조건 가입하세요. 단 하나의 서비스만 활용해도 한 시즌 내내 공제한 비용을 뽑고도 남습니다. 예를들어, 저는 이걸 통해 AST 코스를 등록했어요. 4-50불 할인 받았구요. 메도우파크라 하는 스포츠시설 3개월권을 끊었어요. 이것도 한 2-30불 할인 받았죠. 밴쿠버 당일치기 무료 버스 트립, 만약 차를 가진 친한 친구가 없거나 시간이 안 맞는다면 저렴하게 식료품 사러 스쿼미시 무료 버스 트립, 아이스하키 경기 할인권, 버스패스 할인 등등등 혜택이 정말 많습니다. 너무 고민 말고 신청하세요- ㅎㅎ https://www.wbclubshred.com/
- 유니폼은 락커에, 공간 활용은 최대로
락커룸에 가보면 아시겠지만 다들 훌렁훌렁 옷을 벗고 유니폼을 입고, 다시 유니폼을 벗고 옷을 입고 퇴근합니다. 어차피 다들 이너웨어는 기본으로 입고 있으니 부끄러워할 것도 없죠. 그리고 그 좁은 락커 안에 어떻게 물건들이 다 들어가지? 하는데, 넣다보면 다 들어갑니다. 팁을 드리자면, 다른 이들이 락커를 열 때 관찰하라는 겁니다. 정말 제대로 정리하는 분들은 락커 문 안쪽에 여러개의 포켓이 달려 있는 무언가를 걸어두고 필요한 물품 모두를 거기에 정리해두더라구요. 저는 3M에서 파는 고리 후크 두 어개를 사서 문 안쪽에 붙이고, 유니폼이나 옷을 걸어두는 데에 사용했어요. 그리고 기본적으로 바람이 나오는 개인 부츠 드라이어가 락커 안에 내장되어 있는데, 만약 작동을 안 한다면 최대한 빨리 락커룸 담당 직원에게 말해서 고쳐달라고 독촉하세요. 만약 부츠가 흠뻑 젖거나 유니폼이 흠뻑 젖은 날엔 잘 마르지 않을 수 있으니, 부츠를 가져 간다든지 최소 이너부츠를 빼서 따로 말리고 유니폼은 화장실 핸드타월로 슥슥 물기를 제거해줍니다. 특히 고글을 빼먹지 말고 윗부분 스폰지의 물기를 최대한 제거하고 따로 말립니다. 잘못하면 다음날 앞을 못 보실 수 있어요. 이렇게 하루를 마무리할 때 조금만 신경을 쓰면 다음 날 아침 좀 더 상쾌한 기분으로 일을 시작할 수 있어요.
- 강습생 레벨은 더블, 아니 트리플 체크!
레벨 문제 때문에 강습생을 다른 그룹으로 보내야 할 때 미안해하지 마세요. 만약 당신이 가르칠 레벨이 아닌데 여기에 있다면 냉정하게 판단해서 최대한 빨리 조치를 취하세요. 제일 첫번째로 타인의 판단을 전적으로 믿지 말라고 당부하고 싶네요. 보통 분업을 하기 때문에 다른 강사의 손을 거쳐 강습생이 당신의 클래스로 오게 될 겁니다. 이때 한 명 한 명 강사 스스로 확신할 수 있을 때까지 충분히 대화해서 강습 시작 전에 레벨을 판단합니다. 가장 쉬운 질문은 최근 이 스노스쿨에서 강습 받은 적이 있는지, 있다면 몇 레벨이었는지 입니다. 다음으로 스노보드를 총 몇번이나 탔었는지, 강습을 몇번이나 받았는지, 마지막으로 보드를 탄 게 언제인지, 무엇을 연습했는지, 할 수 있는 기술이 무엇인지, 배우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급경사 슬로프에서 탈 수 있는지, 범프나 트리는 편안하게 탈 수 있는지, 터레인파크 미디움 점프를 뛸 수 있는지 등 할 수 있는 질문을 총동원하세요. 그래서 자신이 가르칠 레벨에 맞지 않는다면 과감히 강습생을 옮기세요. 산으로 올라가게 되면 해당 레벨이 살짝 어려워할 슬로프를 바로 타세요. 너무 쉬운 슬로프는 안됩니다. 규정상 해당 레벨이 가서는 안될 너무 어려운 슬로프도 안되구요. 적당히 어려운 슬로프에 바로 풀어놓고 타게 하면 차이가 순식간에 눈에 보일 겁니다. 딱 한 런 안에 결정하세요. 그리고 바로 위아래 레벨 강사들 또는 슈퍼바이저와 커뮤니케이션(통화 또는 문자) 해서 학생을 이동시킵니다. 반대로 다른 그룹에서 당신의 그룹으로 이동을 시키고자 하는 경우, 이때도 정확히 판단해야 해요. 윗반에서 아랫반으로 옮겨오는 경우는 보통 큰 문제가 없는데, 아랫반으로 월반하고자 하는 경우 차라리 아랫반에 그대로 있는 게 나은 경우가 있습니다. 이땐 두 그룹이 같이 한 런을 타면서 학생 사이에 갭이 어떻게 존재하는지 분명히 파악해야 해요. 강사들끼리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협의하여 결정해야 해요.
- 당신이 키즈를 가르친다면 먹고 싶은 거 다 드세요
점심 시간입니다. 키즈(12세 이하) 강사는 따로 지정된 키즈 전용 식당에서 식사를 합니다. 이때 부끄러워하지 마시고 누릴 수 있는 메뉴를 충분히 섭취하세요. 기본적으로 무한샐러드바, 무한 커피와 핫초코, 티, 그리고 오렌지 사과 바나나 과일 삼종 세트는 무한 제공됩니다. 성인 강습과 달리 어린이들은 짧고 잦은 휴식이 필요해요. 이때마다 뭐 하나씩 입에 넣는다고 생각하세요. 강사는 항상 배고프니까요 ㅠ_ㅠ 그리고 점심시간에는 무한 제공되는 수프로 따뜻함을 뱃속에 채우고, 일이 끝나갈 2시즈음에는 조리했지만 남은 샌드위치와 음식들을 부엌에서 뿌리곤 하니 강사복 주머니를 비워두고 여차하면 작은 지퍼백 정도 챙겨서 두둑히 담아오세요. 제대로 된 식사까진 아니어도 괜찮은 간식은 충분히 됩니다.
만약 청소년을 가르치는 강사라면 푸드 바우처가 나올 거에요. 강사는 식음료 50% 할인을 받는데, 이 바우처로 12.5 달러 정도까지 쓸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메뉴들이 다 비싸지만, 직원식사로 나오는 메뉴들은 단돈 5달러(2024년 방문했을 때 들어보니, 이 정책이 조금 바뀌었다고 하더군요.)이니 그걸 선택하면 잔액이 반이 넘게 남습니다. 어차피 잔돈으로 거슬러 받지도 못하니 비교적 저렴한 랩 샌드위치 같은 것들을 챙기면 몇 십센트 정도 오버해요. 가지고 다니던 동전 한 두개 내면 또 든든한 간식 획득! 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 아닙니까. 든든하게 챙기자구요!
- 무조건 패트롤을 부르게 되어 있습니다
무조건입니다. 특히 스노보드를 가르친다면 한 시즌 내내 패트롤을 안 부르고 시즌을 마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요. 그러니 패닉하지 마세요. 이제 주머니에 있는 '안전 매뉴얼북'(시즌 초에 슈퍼바이저가 지급, 일할 때는 항상 소지하고 있어야 한다)을 꺼내 거기 적힌대로만 하면 됩니다. 처음에는 내가 뭘 잘못했나, 내 탓인가,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등 별의별 생각이 다 들겠지만, 괜찮습니다. 당신이 원칙대로만 했다면, 강습생들에게 필요한 연습을 적당한 공간에서 안전 수칙을 지키면서 가르치고 있었다면 아무도 절대로 당신을 원망하지 않습니다. 제가 이 정도로 익숙해졌는데, 밥먹듯이 사건 사고를 처리하는 슈퍼바이저들은 어떻겠습니까. 안타깝게 운이 없어서 부상 당하는 경우는 그저 웃어 넘길 정도에요. 그러니 쫄지 마시고, 자책하지 마시고 할 수 있는 일을 하세요.
이 정도에서 일단 마칠까요? 이제 스노우스쿨 팁을 줄입니다. 다음 글은 캐나다 휘슬러 생활의 꿀팁으로 찾아오겠네요! 이제 휘슬러에 대한 정보도 조금 많아져서 이미 들어본 내용들이 나올 수도 있겠지만, 저 나름대로 이런 정보는 잘 활용하고 있다 싶은 걸 쏙쏙 모아볼게요. :)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