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라는 것이 나의 의지와는 전혀 무관하게 발생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이 명제는 모든 사람이 100% 정해진 규범을 따른다고 하더라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외부 요인에 의해 예측 불가능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사실에서 기인합니다.
이것이 바로 첫번째 "상식"입니다.
내 앞에 그려놓은 라이딩 라인의 근접한 거리에 사람이 있을 경우, 충돌을 회피하기 위한 사전행동을 준비하여야 합니다.
속도와 충돌회피컨트롤 가능성은 반비례합니다. 따라서 가속력을 억제하면서 감속해야 합니다.
자동차가 횡단보도, 철길 앞에서 혹은 결빙 구간에서 서행하도록 정해놓은 것도 똑같은 이치입니다. 따라서 충돌을 회피하기 위해 제일 먼저 취해야 하는 사전 행동은 속도를 줄이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두번째 "상식"입니다.
내가 전방에 그려놓은 라이딩 라인의 근접한 거리에 있는 사람이 여태껏 규칙적인 움직임을 보였더라도, 본인의 의지 혹은 외부요인(턴을 길게 가져가거나, 갑자기 서버리거나, 넘어지거나, 역엣지로 날아가거나)에 의해 갑자기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움직임을 보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충돌을 회피하고자 하는 전방에 있는 사람의 움직임을 섣불리 예단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이 바로 세번째 "상식"입니다.
상식을 깨는 사람들의 행태를 살펴보면,
첫번째 "상식"을 깨는 사람들
-> 내 실력이면 남들보다 빠르고, 정확한 컨트롤이 가능하기 때문에 사고의 암초를 충분히 피해나갈 수 있어. 사고는 실력이 부족해서 발생하는 것일뿐, 사람이 많다고 해서 저속으로 라이딩한다면 진정한 고수가 아니지. 이런 곳에서도 나의 라이딩을 구현해야 오히려 실력이 더 늘어... 너희들은 나의 라이딩을 돋보이게 하는 슬라럼의 콘에 불과해...
두번째 "상식"을 깨는 사람들
-> 아... 앞에 또 사람이야? 에이씨... 지금껏 속도도 잘 붙었고 엣지감도 죽이는데, 이 감을 살려서 빠르게 스치듯 제치고 가야지. 하긴... 저 정도는 내 속도와 컨트롤능력으로 충분히 제칠 수 있으니까... 그럼~! 속도를 줄이지 말고 더 가속력을 붙여서 빠르게 지나가자. 안전을 위해서도 그게 훨씬 나을거야...
세번째 "상식"을 깨는 사람들
-> 앞에 저 녀석 아까 라이딩 라인으로 추정해보면, 지금이 힐턴 마무리 단계니까, 엣지 체인지해서 오른쪽으로 돌겠군. 그럼 저 녀석이랑 슬로프 좌측의 공간 정도면 내가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는 공간이야. 슬로프 좌측이 설질도 좋으니까 협소한 공간이지만 빠르게 치고 나가야지. 잘 타는 내가 피해가야지 뭐...
사고는 "막는 것"이 아니라 발생확률을 낮추어 "억제하는 것"입니다.(질병도 100% 예방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단지 발병 확률을 억제하는 것 뿐입니다.)
즉, 안전사고 예방을 위하여 모든 사람이 안전수칙을 지키더라도 사고가 발생할 위험은 상존한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상기해보면, 이는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큽니다.
나의 욕심보다는 타인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 생각하는 라이딩, 이것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상식적 수준의 라이딩 에티켓입니다.
p.s. 1월1일 오전 11시경. 곰마을 최상단 하단부(환타지아 윗쪽) 좌측에서 뒤에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와 우리 형님 좌측 머리를 때려 불구로 만들게 할뻔했던 스키어분은 헝글에 오시면 이 글, 꼭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지난12월 성우 패밀리에서 제 뒤를 강습했던 알파인보더님도 이글을 꼭 읽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헬멧안쓰고 있었으면 뒤에서 덮친 그분때문에
지금 병원에 누워있었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