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강릉 출장길에 일이 빨리 끝나서 용평에 다녀왔습니다. 날씨도 따뜻하고 설질도 괜찮고 사람도 없어서 참 좋았습니다. 올 해 스키장 투어를 다니다 보니 예전에 실력이 미천하여 못가봤던 최상급을 제외한 모든 슬로프를 가보기로 마음먹고 가장 우측인 메가그린부터 시작해서 하나 하나 슬로프를 올라갔습니다. 레인보우 파라다이스를 다녀와서 좌측을 보니 레인보우 슬로프가 보이더군요. 상급으로만 생각하고 조심히 내려가 보려고 드래곤 피크에서 좌측으로 진입을 했습니다. 근데 다시 올라갈 수도 없어서 갈림길에서 아무 생각없이 중간? 슬로프로 들어갔습니다. 근데 이건 왠지 슬로프 경사가 장난이 아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보호대와 헬멧을 믿고 과감이 몸을 던졌습니다.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슬로프를 넓게 쓰며 과감히 턴을 시도했습니다. 겨우 서너번 턴을 이어가다가 도저히 압력을 견디지 못해 턴이 터지더니 그대로 넘어져 미끄러지기 시작했습니다. 근데 거꾸로 머리부터 미끄러지는데 이게 멈춰지지가 않더군요. 증말 수십미터를 미끄러져 내려간듯 싶습니다. 살려고 발버둥쳐서 겨우 멈췄더니 옷이고 헬멧이고 간에 눈은 다 들어오고 정신은 하나도 없고....겨우 정신 차리고 일어나니 다시 턴을 시도할 엄두가 안나더군요. 낙엽으로 내려가는데 아무도 없었던 슬로프 하단에서 바라보는 사람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쪽팔려서 다시 턴을 시도했는데 다행이 넘어지지 않고 겨우 내려왔습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용평 최상급 레인보우가 두려워 지더군요. 베이직 카빙에 입문하여 연습중인데 이제 중급 슬로프는 어려움이 없고 상급 슬로프도 어느 정도 내려오다보니 가려고 한 건 아니었지만 최상급 슬로프에 건방지게 뛰어들었던듯 하네요.....
주저리 주저리 길어졌네요. 초중급 수준의 분들 혹시 용평에 가시면 드래곤피크에서 좌측 레인보우로는 진입하지 않으시길 추천드립니다. 들어가면 돌아오는 길이 없고 개인차가 있겠지만 제 기준으로는 장난이 아닌듯 했습니다.
또하나 운전도 2~3년차가 막 자신이 붙어 사고가 많이 나듯이 항상 겸손하게 자기 실력에 맞는 슬로프를 안전하게 이용해야할 듯 합니다.
전 오늘 슬로프맵을 잘 못 기억한 머리 나쁜 저를 한없이 탓하며 내려왔습니다. 다들 안보하세요.
안보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