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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쓰는 이유는...
그 동안 즐겨온 스노보딩이 어느덧 시들해지고 귀찮아지는 일종의 권태기를 겪는 요즘....
일종의 동기강화를 위해 그동안 슬롭에서 보내온 시간들을 천천히 회고하기 위함입니다. 실력향상에는 전혀 도움이 되는 글이 아니니 시간이 남으시고 진짜 할일 없으시고 심심하신 분들은 재미삼아 읽으셔요 ㅎㅎㅎ

제 소개를 하자면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고 있는 스노보드를 좋아하는 중년의 남자입니다. 잘 타지 못합니다. 그냥 적당히 재미나게 즐긴다고 하면 딱 맞을것 같습니다. 프리스타일을 타고 덕풋셋팅으로 속도도 적당히 즐기고 깔짝깔짝 팝, 원에리로 발바꿔가면서 걍 펀라이딩 하는 수준입니다. 족보도 없는 걍 막탄다는 이야기임 ㅠㅠ

전 스노우보드 강습은 딱 한번 받아봤습니다.
시작할 때 단한번이지만....
정말정말 실력있는 지인에게 맨투맨 강습으로 받았던 기초가 제 스노보딩에는 탄탄한 밑거름이 되었다고 감히 단언합니다. 젠장.... 욕설의 이유는 밑으로 ㅎㅎ
저에게 강습을 해줬던 그 친구들는 한마디로 찬란하게 반짝이는 '개자식들'입니다.

친구들 5명과 에덴벨리를 갔었지요. 물론 전 처음이었고 자세히 잘 가르쳐주겠다는 녀석들을 철석같이 믿고 따라간 것이었지용.

“야! 첨 타지? 바인딩은 이렇게 요렇게 조렇게 묶고 풀 때는 여기를 땡기면 드르륵 풀려 욜라 간단하지?”
“자 일어나봐..”
철푸덕 ㅡㅡ;;
“ㅋㄷㅋㄷ 그렇게 배우는거야 다시 일어나”
았싸 호랑나뷔 휘청휘청 ㅎㄷㄷㄷㄷ
“자 일어났으니 발을 앞뒤로 까딱 까딱 하는거야~~”
까딱 까딱 철푸덕! ㅠㅠ
“ㅋㅋㅋ 보드가 미끄러지지? 그렇게 내려가면 되는거야 이 슬로프 끝까지...”
그러곤 그녀석들 유유히 그리고 우아하게 힐사이드팬쥴럼으로 제 시야에서 사라져버렸습니다.
Bbp 중심이동 시선 이딴거 없었습니다... 저에게 하사해준 지식은 바인딩을 묶고 푸는 방법이었습니다.....허어어어얼~

한시간반....제 인생 퍼스트라이딩 우라누스(에덴벨리)를 주파한 랩타입입니다... 그 시키들은 첨 타보는 절... 중급슬롭 정상에 버렸더군요 ㅋㅋㅋㅎㅎㅎㅋㄷㅋㄷ 죽이거나 불구로 만들고 싶었나봅니다.
하지만 심야리프트권 장비 의류 랜탈까지 6만원이 넘는 거금을 들여 부푼꿈을 안고 첫 방문했던 스키장이라 돈이 아까워 꾸역꾸역 다시 리프트에 홀로 몸을 실었습니다.
그렇게 4시간을 혼자서 미끄럼도 타고~ 눈도 냠냠 먹고 인공설 마사지를 거치니 넘어지는 횟수도 줄어들고 처음에 한시간반이 걸렸던 에덴벨리 우라누스가 30분정도에 내려와 지더군요.
물론 순수한 힐사이드슬리핑으로...
아 내 삭신.... 내 허벅지 ㅜㅜ
스노보드는 내것이 아닌갑따 라고 생각하고 이제 안와야지 하고 마음을 먹었습니다...그런데...

그렇게 첫보딩을 끝내고 삼겹살로 허기를 달래는 자리에서 연명하기 위해 허겁지겁 고기를 빨아댕기는 저를 보고 그 낙엽고수 친구들 중 하나가 이야기 합니다.
“저 시키 있는 힘껏 처먹는거 봐라 보드를 그렇게 좀 열심히 타라 4만원 리프트 끊어가 4번 타는게 머고?”
난 첨 온거고!!! 니들은 아무것도 안갈켜줬고!!
'개자식들....' 말을 아끼고 상추쌈을 구겨넣으며 복수를 다짐합니다... '너희는 나에게 모욕감을 줬어..'

제 스노보딩은 이렇게 복수심과 꺾어버리겠다는 승부욕에서 시작이 되었습니다.
몸이 어느정도 회복될 때까지 김현식의 스노우보드 초급을 동영상 보면서 익혀야 할 것들을 단계별로 머릿속에 집어넣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일단 보드에 필요한 악세사리(비니, 장갑, 보호대, 고글 등)를 구입하는 김에... 보드복도 ^^ 한벌 샀드랬죠. 펠리체 자켓 에이콘 바지 였습니다. ㅋㅋ 돈을 들여야 포기가 쉽지 않을테니...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그들을 발 밑에 둘 그날을 꿈꾸며 혼자서 차를 몰고 에덴벨리로 향했습니다.

시련과 고통의 나날이었지요...
첫날은 힐사이드 팬쥴럼
두번째날은 토사이드 슬리핑과 토사이드 팬쥴럼... 셋째날은 동영상에 나와있던 트래버스를 혼자서 심야라이딩 시간에. . . 미친놈처럼 주거라 연습하였고, 솔로보딩 5일즈음에 증말 마음에 준비를 하고 시도하면 비기너턴을 할 수 있는 수준의 오징어도 못되는 꼴뚜기 아메바가 되었던 것으로 기억이 납니다. 기뻤음 그땐 진심으로....

이후 동영상에 있는 너비스턴을 오로지 혼자서 외롭게 역엣지 뒷쩍에 똥꼬를 부여잡고 눈물을 흘리며, 컵라면으로 추위를 달래고 집에서 봤던 동영상을 떠올리면서 연습했습니다.
이때쯤 얻은 깨달음...
모르면 스노보더가 상당히 럭셔리하고 화려해보이지만.... 심야에 찬바람 맞으며 콧물섞인 컵라면 국물로 몸을 녹이는 증말 하는짓은 상그지이구나...ㅠㅠ
그러던 어느날...

그날도 혼자서 어김없이 퇴근 후 늘가던 규모작고 초라했던 렌탈샵(큰 렌탈샵은 왠지 주눅이 ㅜㅜ)을 찾았고, 사장님과 반갑게 인사를 하자마자 뒤이어 들어오는 단체손님...
"단체손님들 먼저 챙겨드리세요~ 전 밖에서 담배한데 피울께요." 하고 순서를 양보했습니다.
그 손님들을 다 케어한 샵 사장님이... 저를 물끄럼히 보시고는 자신의 영업을 배려한 제 마음이 기특했는지 "오늘은 A급 장비 빌려드릴께요. 이걸로 타시면 좀 나을꺼에요" 하시며 인자한 미소와 함께 깨끗한 녀석을 꺼내오셨죠. 흰색바탕에 중간에 X표시 나무숲같은게 어우러져 있었던... 당시에는 몰랐지요 그냥 새로 들어온 데크인줄 알았지요..
세월이 지나 떠올려보니 그 데크는 버튼사 커스텀X였고 사장님 개인장비였던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날 나는 꼴뚜기 아메바 턴을 좀더 짧고 부드럽게 이어갈 수 있는 감을 잡았던 것 같네요.(장비덕) 사장님 오랜세월 지났지만 감사드려요 ㅠㅠ

그러고 몇일 후 에덴벨리 인공눈은 짭짤하다라는 것을 알게해준 그 낙엽라이딩 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겨울 다 지나가는데 한번 더 가야지?”

그렇게 그 녀석들과 두 번째 때보딩( <=== ㅋㅋㅋ)을 진행했습니다.
우라누스에 올라가선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녀석들의 실력을 보기위해 낙엽으로 같이 라이딩을 했고... 그 개자식들(실제론 지금도 친함)에게는 “오! 많이 늘었어!”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란히 슬로프를 활강했습니다. 첨에는 근처에도 못오던 내가 지들따라 나란히 달리는 걸보니 이 놈들은 내 실력향상이 거슬렸나봅니다... 슬로프를 바꿀 것을 제안하고는 다른 리프트로 나를 이끌더군요.

에덴벨리 벨리리프트를 타고 정상으로 올라가면 완만하고 좁은 골목길을 지나 쥬피터와 합쳐지고 배이직까지 이어지는 슬로프가 있습니다. 중급입니다. 다만 옆에 있는 머큐리 비너스 때문에 이놈들 상급슬로프로 인식하고 흥분과 긴장을 감추지 못합니다.

“야 여기(골목길)는 멈추면 나오기 힘들어 그냥 쭉쭉 가야대.... 넌 안가냐?”
사실 가장 좋아라하는 코스였지요. 첫 경험한지 꽤 오래 지나 어느덧 시즌말이었고...
그동안 에덴벨리에서 홀로 복수의 엣지를 갈아왔으니... 머큐리 비너스 빼곤 다 익숙했던....그래봤자 쌩초보 였지만 ㅎㅎ
전 웃으며... “먼저 내려가~” 하며 여유를 부렸드랬죠....
“시키야 멈추면 못 쪼차온데이~” 하면서 호기롭게 출발하는 녀석들...
어느정도 시간 터울을 두고 슬슬 뒤를 따라가다보니.... 역시나 골목이 끝나고 경사가 약간 생기면서 쥬피터와 합쳐지는 곳에 녀석들이 옹기종기 넘어져 있더군요... ㅋㅋㅋ
그 놈들 사이를 부드럽게 슬립만땅 너비스턴으로 지나치며 그 개자식들(실제론 지금도 친함)에게
“뭐하냐? ㅋㅋ” 하며 비웃음을 날리며 지나쳐 내려가자
한 녀석 내 뒷통수에 대고 외마디 소리를 지릅니다...
“와! 이 씨팔!!”
ㅋㅋㅋ 이렇게 짜릿하고 통쾌하며 아름답기까지한 욕설은 인생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넘들을 살포시 밟아주며 제 스노보딩은 시작이 되었습니다. 읽을만 하신가요? 전 추억 돋네요 내일 오전 땡보나 가야겠어요~

이후 이야기는
쓸지말지 기분 내키면....^^
엮인글 :

땡보타고싶엉

2016.01.15 22:56:29
*.36.138.226

저도 작년 2월 처음 스키장가서 회사 선배 따라 갓는데 곤돌라 타고 제우스인가 가서 바인딩 묵는법 일어나는법 알려주고 간지나게 카빙으로 시야에서 멀어짐... 밑에 까지 내려갈동안 4번 정도 마주쳤는데 볼때마다 저에게 눈을 뿌리고 가심 ... 그렇게 한번 다올라갓다 내려오는데 너무나도 허벅지 터질거같아서 페트롤 불러서 내려왓네요 ㅋㅋ 브레이크 걸듯 그 긴 구간을 그렇게 내려오다니 ㅠㅠ 정말 서러웟어요

껌파리

2016.01.15 23:02:43
*.194.87.181

ㅋㅋ 한편의 동영상을 본듯하네요.

2편은 언제 올리시나요??? ^^

파란색바다

2016.01.15 23:07:31
*.226.10.184

다음 이야기가 기대되네요 ㅋㅋ

양근육

2016.01.15 23:15:46
*.70.56.134

필력 좋으시네요ㅋㅋㅋ 귀가행버스에서 재밋게 읽었어요ㅋㅋ

미라클타이탄

2016.01.15 23:19:54
*.36.149.51

ㅋㅋㅋㅋ 재미지네요
저도 11년 첨으로 보드라는걸 타봤는데
첨엔 친구 사촌누나가 가르쳐준다길레
따라갔는데
슬로프에 올라가자마자 버리더군요
설명하나도 없이 ㄷㄷㄷ
옆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물어 바인딩을 묶고
낙옆자세를 잡았는데 바로 직활강 하더군요 ㅋㅋ
그렇게 3번을 직활강으로 넘어지니 감이 잡혀서
나머지 시간동안 낙옆으로 오후까지 중급코스로 올라가서 재밌게 놀았네요

반쪽보더

2016.01.15 23:25:20
*.150.216.213

뭔가 이걸 경상표준어로 바꾸고 싶어졌습니다...ㅋㅋㅋ

양구운

2016.01.15 23:31:43
*.7.51.238

동기부여ㅋ 저랑 같네요
그땐 복수심에 칼을 갈았는데..
정작 지금 그친구들은 보드를 안타네요
추천 드리고 갑니다ㅎ

찬란한꼴통

2016.01.16 00:05:07
*.111.3.92

헐.... 장비만 챙기고 왔는데...많이 읽으셨네요 이런 반응일줄 몰랐어용 ㅠㅠ

스리슬턴

2016.01.16 00:43:26
*.94.4.120

이게 뭐라고 왤케 재밌지

YKK

2016.01.16 00:52:03
*.208.213.52

새벽에 일어나야되는데 이거보고 잠 다깼네요. 엄청 재밌음ㅋㅋ

jjoey

2016.01.16 01:08:23
*.7.53.61

잼있네요 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첨에 친구들이랑 가서 독학으로 배웠던 기억이......ㅋㅋㅋㅋ

까스보더

2016.01.16 01:16:25
*.123.182.177

에덴은 추천입니다! 필력 장난아니십니다.
남일 같지가 않아서 추천 ㅎㅎ

시흥시콧간지

2016.01.16 02:17:57
*.62.212.46

재밌네요ㅋ 잘 읽었습니다~

꾹꾹2

2016.01.16 03:20:59
*.118.43.161

재밌네요 ㅋㅋㅋㅋㅋㅋ 다음편은 언제나오나요!

팬드

2016.01.16 09:29:43
*.62.163.67

글재주가 있으셔요ㅎㅎ 읽다보니 어느세 빠져버렸다는ㅎ

ⓒ스페이스

2016.01.16 11:33:06
*.22.152.17

재미있어요ㅎㅎ 동기부여가 저랑 비슷함 14년전 직장선배가 가르쳐준다고는 스키장갔는데 

무주 루키힐 리프트내리고 3분 알려주고 절버리고 도주ㅎㅎ 저도 그날부터 엣지갈기 시작해서 지금까지왔네요^^ 추천


날으는 티제이

2016.01.16 13:46:36
*.62.178.43

에덴이라 더 반갑네요~~^^ 2탄 기대합니다

관광2년차

2016.01.16 15:02:47
*.202.126.178

와~~~저도 친구가 바인딩 결합 푸는것만 갈쳐주고

그뒤는 독학했었는데 너무비슷하네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찬란한꼴통

2016.01.16 17:47:01
*.111.3.92

땡보타고 와서 봤는데 추천도 많고 다들 재밋게 읽으셨다니 감사드립니다. 반응 놀라워요 ㅠㅠ 저처럼 시작하신 분들이 많네용 ㅎㅎ 2탄은... 부담감이 ㅎㅎ 모두 안보하시길~

포포로포

2016.01.16 18:32:26
*.251.79.122

즐겁게 읽었습니다 ㅋㅋ
저도 처음엔 초보들이랑 갔는데 어떻게 탔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ㅋㅋ 추천!

늘처음

2016.01.17 17:36:16
*.29.125.212

글쓰시는분인가봐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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