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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재벌 체험은 기상천외한 경험이었다"

2015-08-10 07:31

입사와 동시에 문화 충격은 시작됐다. 상사의 방에서 들리는 고성과 뭔가 날아가는 소리. 비서는 무덤덤했다. “아무 것도 아니예요. 서류나 사전을 (부하직원에게) 던졌을 거예요. 자주 있는 일이니 놀라지 마세요” 에리크는 풍자적으로 독백했다. “에리크, 조용한 아침의 나라에 온 걸 환영한다”

2003년 LG전자에 입사한 프랑스인 에리크 쉬르데주. 그는 계단을 오르듯이 3년 단위로 이력을 쌓았다. 2006년 상무 승진, 2009년 프랑스 법인장, 2012년 퇴사.

그가 최근에 낸 책 ‘한국인은 미쳤다!’는 적나라하다. 한국 재벌기업의 민낯을 드러낸다. 그에게 한국 재벌기업의 문화는 “기상천외한 경험”이었다. ‘부하에게 막 대하는 상사’, ‘주말과 가족이 없는 삶’, ‘맹목적인 복종 문화’, ‘위선과 허례로 가득 찬 의전 문화’ 등등. 상무 승진 후 있었던 임원연수와 축하만찬은 절정이었다. 주입식 세뇌교육과 회사에 대한 맹목적 헌신을 강요하는 폭탄주와 군대식 구호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래도 변화를 이끌겠다는 의욕으로 10년을 버텼다. 바위를 친 계란은 깨졌다. 쫓겨나듯 물러났다.

LG는 상징일 뿐이다. 롯데 사태가 방증한다. 예외인 재벌은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물론 에리크도 인정은 한다. 일사불란함이 가져다 주는 효율성, 모든 사항을 통제하는 세심함, 명확한 목표의식과 강력한 추진력이 오늘의 한국을 만들었음을.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스티브 잡스가 매장에 들고나도 직원들이 거들떠 보지 않는 애플의 시대이고, 같은 옷만 1년 내내 입는 마크 주커버그가 직원들과 친구처럼 얘기를 나누는 페이스북의 시대이며, 부회장이 온다고 유통매장 제품을 전부 자사제품으로 갈아치워야 하는 기업의 앞날은 암울하기만 한 그런 시대가 됐다.

김필수 라이프스타일섹션 에디터/pilso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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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스, 소니, 도시바 등 다른 글로벌 전자기업에서도 근무한 경험이 있는 저자는 LG전자에 합류할 때만 해도 ‘반(半) 한국인’이라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후 초현실적인 기업 문화를 마주하곤 깜짝 놀랐다.

이를테면 한국 본사 TV 사업본부장이 불시에 프랑스를 방문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프랑스 법인 직원들이 총출동해 유통 매장에 LG 제품으로만 전시해 놓은 일이다. 물론 본부장이 떠나자마자 제품들을 다시 원상복귀시키느라 어마어마한 비용이 들어갔다. 보여주기를 위한 일회성 비용이었다.

2006년 12월 외국인 최초로 상무로 승진하면서 신임 임원 연수에 참석했을 때의 일도 저자로서는 당혹스러운 기억이다. 연수 마지막 날 만찬 자리였다. 살을 에는 추위에도 그는 야외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4시간 동안 술을 마셨다. 술만 마신 게 아니라 환호성과 충성 맹세가 이어졌다. 이방인의 눈에 이 모습은 종교 집회를 방불케 했다.


이 사람은 프랑스 사람입니다. 일본 기업에서 잘 나가던 사람이 한국 기업으로 옮기겠다고 하니까 주변에서 가장 먼저 해준 말이‘한국 기업 문화는 군대식이야’였답니다. 그래도 ‘설마’하면서 계약서에 사인을 했답니다.

‘설마’는 첫날부터 현실로 다가왔답니다. 윗사람 방에서 큰 소리와 함께 뭔가 훅! 날아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곁에 있던 비서는 무덤덤한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서류나 사전을 (부하직원에게) 던졌을 거에요. 자주 있는 일이니 놀라지 마세요.”


‘회장님 떴다!’하면 조직은 비상입니다. 잘 팔리지도 않는 본사 제품을 매장에 깔아놓고 회장님 전용 VIP행사를 급하게 준비하는가 하면


식사 땐 회장님보다 먼저 앉거나 일어서도 안 되고 먼저 먹거나 먼저 말을 거는 일도 절대금지. 뭣 모르고 멀리서 부회장 인증샷을 찍었던 임원은 '높으신 분’을 허락 없이 찍었다는 이유로 다음 날 해고 됐다고 합니다.

하루의 절반을 오롯이 업무에 쏟아 붓는 일상. 쉬는 날에는 업무용 골프를 쳐야 했습니다. 회의에 토론은 없고 오직 실적과 목표달성에 대한 지시만 존재했다고 합니다.

회식 문화가 군대 같았다는 주장은 외국인이니 그렇다 쳐도 과로로 쓰러져 입원한 직원에게 “언제쯤 업무에 복귀할 수 있느냐”는 말은 문화차이를 넘어 충격이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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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에서 보낸 10년의 시간을 에피소드 중심으로 서술한 이 책은 서양인의 눈에 비친 한국 대기업 문화를 보여준다. 하루 10시간 근무, 가정과 휴가가 없는 삶, 결정자와 수행자를 완벽하게 분리시킨 경직된 명령체계, 고용의 불안정성, 종교집회를 닮은 직원 및 임원 연수, 질문과 이견이 없는 회의 풍경 등이 그려져 있다. 저자는 ‘압박’ ‘과로’ ‘수치심’ ‘중독’ 같은 단어로 한국 직장인들의 상태를 묘사하며 ‘군대조직’ ‘냉혹한 세계’ ‘사이코 드라마’ 등으로 한국 기업을 비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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놈팽이

2015.09.08 05:19:04
*.223.10.29

쪽팔린것들 시그마식스 모션운동할때부터 알아봤다

빈티지블루

2015.09.08 15:03:28
*.215.237.51

지가 임원일때 변화 시킬 생각은 안하고 10년동안 돈은 잘받고 그만두고 나서 할말이 생각났나보네 한국사람 다됐구만 ㅎㅎ

softplus

2015.09.09 12:30:11
*.181.105.15

10년이라.......좀 있었네

굽네데크

2015.09.10 00:41:11
*.223.34.139

다음에 파치면 되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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