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tvN '렛미인5' 방송 중단을 촉구하는 여성단체들. 한국여성민우회 제공

tvN 메이크오버 프로그램 '렛미인'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6월부터 15주간 시즌5 방송이 시작되면서 '성형조장 방송' '의료 광고 방송'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한국여성민우회, 서울YWCA, 여성환경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5일 서울 상암동 CJ E&M 사옥 앞에서 "1시간짜리 성형광고, '렛미인' 방송 중단을 요구한다"는 기자회견을 연 데 이어 11일 포럼을 개최해 'TV 성형 프로그램을 통해서 본 의사 병원 방송협찬의 문제점'을 짚어볼 계획이다.

'렛미인'은 5일 방송에서도 심각한 탈모 증상을 보이는 스무 살의 여성 출연자에게 가발을 착용케 하고 코 성형수술을 한 모습을 내보냈다. 누가 봐도 탈모 치료가 시급한 출연자에게 탈모 치료는 시간이 걸린다며 미룬 채 성형수술을 권해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긴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렛미인'은 지난 시즌4까지 성형 수술비, 성형수술 방법과 수술 장면 묘사, 비포&애프터 사진 등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해당 병원 정보도 간접적으로 드러내 광고 프로그램이라는 비난의 대상이 돼 왔다.

이윤소 한국여성민우회미디어본부 사무국장은 "'렛미인'은 병원 협찬으로 이뤄지는 프로그램인데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다는 법마저 무시했다"며 "방송을 통해 의료광고를 금지하고 있는 의료법에도 어긋난다"고 '렛미인'이 병원 홍보 방송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여성단체들은 '방송을 통한 의료광고를 금지'하는 의료법 제56조(의료광고의 금지)와 '방송사업자는 협찬주에게 광고효과를 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제작 구성해서는 안 된다'는 방송법 '협찬고지에 관한 규칙' 제5조(광고효과의 제한)를 내세우며 '렛미인'이 불법 방송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의료법 제56조에 따르면 수술장면 등 직접적인 시술행위를 노출하는 광고나 방송을 통해 기사나 전문가의 의견 형태로 표현되는 광고는 나갈 수 없다. 하지만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 제42조(의료행위 등)에는 의료 행위나 약품에 관한 방송은 과학적 근거가 있어야 하고 시청자를 불안하게 하거나 과신하게 하는 단정적인 표현을 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돼 있어 방송 형태의 광고를 명확히 규정하거나 금지하지 않는다. 이 사무국장은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이 허술한 데 의료법에 준하도록 개정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렛미인' 뿐만 아니라 의사들이 출연하는 종편과 케이블의 '쇼닥터' 프로그램들이 병원이나 의사의 홍보 프로그램으로 변질됐다는 논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MBN '천기누설', TV조선 '내 몸 사용 설명서', 채널A '닥터 지바고', JTBC '닥터의 승부' 등 건강·의학 프로그램에 출연한 의사들은 그 출연 자체만으로 병원 홍보 효과를 얻는다. 한 병원 홍보대행사측은 "'렛미인'처럼 병원이 100% 협찬하는 프로그램은 해당 병원이나 의사의 화면노출이 잦을 수밖에 없다"며 "특히 성형외과의 경우 방송에 한 번 나가면 홍보효과가 상당해 방송 협찬비를 대고 방송에 출연하겠다고 줄을 선다"고 털어놨다. 한 병원 관계자는 "의학계 쪽에서는 종편을 의사들이 먹여 살린다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렛미인' 제작진은 "성형이 부각되는 것 같지만 성형을 조장하거나 병원 홍보 프로그램이 아니다"며 "시즌5는 블로그 및 홈페이지 기준을 마련해 각 병원에 배포했다"고 해명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달부터 두 달간 지상파와 종편 등의 건강, 의료정보 방송 프로그램을 대상으로 의료인의 거짓, 과장 광고를 제공하는지 여부를 중점 심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강은영기자 kis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