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서부터 겨울이란 계절을 참 좋아했습니다.
한겨울에 눈이내리면 온세상이 하얗게 변하는게 좋았고, 눈싸움, 눈사람, 집앞 비탈진 골목길에서 구멍 송송뚤린 장판으로 미끄러지는 눈썰매... 모든게 너무너무 좋았어요.
사춘기무렵때부턴 겨울만 되면 화려해지는 번화가 거리가 좋았고, 크리스마스, 연말연시에 곳곳에서 열리는 행사와 파티가 저를 즐겁게해줬어요.
사회생활을 하면서부터 온갖 스트레스와 짜증을 느낄땐 불쾌지수라도 적은 겨울을 그리워했구요.
얼음장같은 날씨에 꽁꽁 얼어버린 손을 녹여주는 난로의 따뜻함도 너무 좋았어요.
스노보드에 재미를 느꼈을때부턴 더더욱 겨울을 좋아하게 되었죠.
뭐라 형용할수 없는 겨울의냄새를 늘 그리워하며,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근데 올해는 겨울이 오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철없이 엉뚱하고 이기적인 생각인거 압니다.
아니, 생각이 모자란걸지도요...
추워지면 삶이 힘들어지는 사람들도 있다는걸 모르고 지낸건 아니지만, 그사람들을 걱정하면서 살진 않았습니다.
자선모금같은게 있으면 저도 주머니를 털어보았고, 매월 기부단체에 얼마 안되지만 기부도 하면서 살았는데 그 모든게 다 제가 그사람들을 진심으로 걱정해서 도와주고싶던 마음은 아니었어요.
나도 이런 사람이다 라는걸 자랑하고싶은 마음에서 했던 일이었죠.
그래놓고는 진심인척 포장해왔습니다.
그행동이 얼마나 찌질했고 나자신을 못나보이게 했을까 챙피해졌어요.
안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진심으로 그사람들이 걱정되기 시작했어요.
어느날 갑자기 문득, 뜬금없이 그런건 아니에요.
걱정이 되기 시작한 계기가 있었고, 사연이 있었거든요.
그렇지 않고서야 나같은놈이 남걱정을 하고 살까요?
에휴... 나란놈은 진짜 못난놈이에요...
겨울에만 느낄수있는 따뜻함이 있잖아요? 그걸 그 사람들도 충분히 느끼면서 행복하게 살면 좋겠어요.
30대에게도 사춘기가 있는건지
마음은 심란하고 잠도 안오고...
주절주절 끄적끄적 해봅니다.
다가오는 겨울냄새가 괜히 원망스럽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