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프리지만 알파인보다 잘 탈거야"
프리로 '카빙 좀 한다는' 사람이라면 이런 생각 해보셨을겁니다.
대단한 도전정신으로 봐줘야겠죠.
하지만 이런 마인드가 도전정신의 발로라기 보단 오히려 '라이딩밖에 못하는 알파인 따위에 뒤질순 없지' 이런 알파인을 무시하는 듯한 뉘앙스가 더 강한거 같습니다 ^^
사실 프리를 타다보면 한번쯤 이런 맘이 들게 마련이죠.
왜냐구요? 음....
프리는 잡식성이죠. 라이딩도 하고 트릭도 하고... 근데 알파인은 라이딩에 특화된 모습입니다.
머든지 다 잘하는 학교 인기 짱이 있다고 칩시다. 스탈 좀 나고 공부는 물론 농구도 잘하고 축고도 잘하는 그런넘 말이죠.
근데 같은 반 어떤넘...맨날 쫄쫄이만 입고 다녀서 촌티나는데다가 농구는 쥐뿔도 못하는넘이 축구는 자기가 짱이라고 우깁니다 -ㅅ-
열받죠. 나는 농구에서 날라댕기고 축구도 꽤 잘하는데 감히 지가 축구 짱이라고 우겨? 색휘 넌 주거써~
근데 막상 해보니깐 어라라 이넘이 진짜 신급이네여? -ㅅ-
그럼 이런생각이 들죠 '허허 그래 넌 축구만 죽어라 하니깐 잘하는거지. 내가 딴거하느라 좀 바쁘셔서 그랬는데 앞으로 축구만 파서 따라잡아줄께'
그래서 열라 축구를 팝니다. 그러면 당연히 슛도 좀 엇비슷하게 날리는듯하고 드리블 모양새도 비슷해지는거 같고...
그럼 학교 친구들은 얼추 인정해줍니다. 그럼 으쓱해서 비록 축구맨을 객관적으로 능가했는진 모르겠지만 왠지 이긴거 같고 그렇죠~~
근데 나중에 둘 다 프로 축구단에 입단했습니다. 그럼 어떻게 될까요. 둘이 비슷해 보이지만?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 슛을 넣는건 축구맨이겠죠.
물론 이건 둘다 같은 사람이기 때문에 노력 여하에 따라 달라질수도 있겠죠. 다만 요점은 프리를 타는 사람들이 알파인에게 위와 같은식으로 어떤 우월감과 열등감을 동시에 느낀다는거죠.
이런 열등감,또는 우월감은 당연히 알파인도 느낄수 있겠죠. 하지만 알파이너들은 아무래도 본인이 "라이딩"을 잘하고 싶어서 알파인을 선택했고 자기의 선택에 대한 불이익은 충분히 고려하고 있기에 '나는 알파인이지만 프리를 능가하는 트릭을 할꺼야!' 이런 면이 덜한거 같습니다.
반대로 '나는 프리보다 카빙 훨씬 잘해' 이런 우월감도 적고요...왜냐? 그건 당연한 거니깐요.
하지만 프리를 타는 분들 대부분은 보드를 시작하면서 프리와 알파인중에 하나를 정해야할 당시 이런 선택의 여지가 있다는거조차 모르고 반강제적으로 프리를 선택하게 된 경우가 대부분이며, 자기가 프리를 탐으로써 알파인에게 라이딩이 뒤질거라는거에 대한 인식조차 희박했기 때문에 나중에 잘타게 됐을때 알파인을 보면 은근히 '내가 알파인한테 꿀릴게 먼데' 이런 마음이 들게 마련이죠.
다시말해 단지 "스노보드"를 잘타기 위해 시작한건데 알파인이라는 "스노보드"에 뒤진다는게 용납이 안되는겁니다.
처음부터 "파크"를 위해 프리를 선택했고, 알파인에게 "라이딩"에서 뒤질거라는 프리의 단점을 알고 선택했더라면 경우가 다르겠지만요.
결론적으로 프리를 타는 사람들은 욕심을 버려야 합니다.
프리가 가진 잡식성, 올라운드는 결코 모든것을 가능케하는 능력이 아니며 숙명적인 한계를 가진다는걸요. 마치 알파인처럼...
극단적으로 볼때는 파크에 특화된 데크라고 생각해도 무방하다는거죠.
물론 그 한계를 뛰어넘어보려는것 또한 재미있는 도전이고 즐길거리이긴 하죠. 저도 40도 정도로 전향각 줘봐가며 재미있게 탔습니다 ^^ 힘들긴 무지 힘들더군요.;;
다만 서로의 특성은 어느정도 이해하고 받아들여야겠죠. 노력이 특성을 뛰어넘을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런 특성이 사라지는건 아니니깐요.
어짜피 데크 자체는 공산품이고 그 스펙이 정해져있기 때문에 우리는 원하는 스타일에 맞는 스펙의 데크를 골라 즐기면 되는것이고, 굳이 그런 정해진 공산품의 한계를 벗어나려고 발버둥치기보다는 차라리 새로운 장비를 찾거나 만드는것이 한단계 더 자유로운 발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프리이면서 알파인을 따라잡고 싶으신 분들은 단순히 '난 머든지 잘해야 직성이 풀려'수준의 욕심이 아니라면 그 노력을 두가지 데크의 장점을 모은 새로운 형태의 장비조합이나 연구에 쏟는게 훨씬 좋을거라고 생각하네요. 혹시 압니까 우리나라에서 혁신적인 스타일의 보드가 개발될지 -_-)b
그런면에서 수제데크등을 만들어보는것도 원츄이긴 하지만 말처럼 쉽진 않겠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