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군대 갖다 온 게 그렇게도 자랑인가?
진중권
한국이 여성평등지수에서 130개국 중 108위를 했다는 기사를 보는데, 그 밑에 달린 쪽글들이 한심하더군요. 그 조사는 자본주의적인 세계경제포럼의 것이고, 남녀평등, 즉 여성의 경제참여도와 경제발전수준 사이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지요. 당연히 선진국들은 평등지수가 높지요. 자랑스런 대한민국은 물론 바닥권에 포진해 있습니다. 결국 선진국 되려면, 여성의 사회적 진출에 장애를 없애야 한다는 얘기인데, 대한민국 남자들은 선진국 되고 싶은 욕망은 드높으면서도, 거기에 필요한 의식은 아직 바닥을 헤메고 있나 봅니다.
어쨌든 그 기사 밑에 붙은 쪽글들을 보면, 모두 다 '군대'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여자들도 군대를 가라'는 거죠. 도대체 군대 갔다 온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툭하면 그 얘기를 꺼내는지 모르겠네요. 자랑할 게 그거 밖에 없나요? 여자들 모두 군대 보내고, 남자들이 대신 임신을 하고 출산을 하면 될 일이지요. 그게 생물학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여성들이 임신하는 기간과 동일한 기간 동안 남자들은 배에 돌 차고 다니고, 입덧 하는 동안에는 구토제를 복용하고, 출산하는 시간 동안은 사타구니에 집중적으로 고문을 해대는 건 어떨까요?
요즘 군대, 옛날처럼 무섭게 줘 패는 분위기도 아니고, 복무기간도 2년으로 팍 줄었건만, 왜 그렇게 군대에 목 매는지 이해할 수가 없네요. 재워주지, 입혀주지, 먹여주지, 하루에 한 번씩 우유 주지, 사과 주지, 건빵 주지, 담배 주지. 봉급 받아 PX에서 단팥빵 사먹게 해주지. 거기에 공짜로 밀리터리 서바이벌 게임 시켜주지, 신체 좋은 놈들은 스카이 다이빙, 스노 쿨링, 스키까지 다 국비로 공짜로 시켜주지. 사회에서 이거 하려면 다 제 돈 내고 해야 합니다. 밤마다 쓸 데 없이 트집 잡아서 때리는 것만 없으면 그냥저냥 살만 하더구먼. 난 그 시퍼런 5공 때에도 병장 다니까 제대하기 싫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