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티브이 선전에 나오고 있는 우체국 예금보험 광고문구죠

용서가 안 되는 광고문구입니다

만약 '우리 우체국 예금보험은 보장성이 높고 이자까지 매우 짭짤합니다' 라고 썼다면 용서가 됩니다

그러나 '돈을 일하게 하세요!' 는 그냥 넘어갈 수가 없음

거기엔 아주 교활한 속임수가 숨어있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윤리의식을 교란하고 양심을 마비시키는 추악한 의도가 도사리고 있죠

생각해 보십쇼

일이란 인간 아니면 동물 아니면 기계가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기계가 일을 한다고 해도 그 기계를 만들고, 운용하고, 관리하는 일은 어차피 인간이 하므로 큰 틀에서 보자면 기계의

일은 곧 사람의 일이겠죠

또한 동물이 일을 한다고 해도 그 동물을 키우고, 먹이고, 훈련시키며 부리는 일은 어차피 인간이 하므로 큰 틀에서 보자면 동

물의 일 역시 곧 사람의 일입니다

따라서 일이라는 것은 결국 인간이 하는 것입니다

돈은 일을 할 수가 없죠 돈이 어케 일을 합니까 그건 헛소리임

뭔가가 일을 한다면 그 주체는 반드시 사람이 될 수밖에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러므로 돈을 일하게 하라는 말은 결국 사람을 일하게 하라는 말입니다

그런데 '너 대신 다른 사람을 일하게 하라' 고 하면 좀 민망하니까 걍 돈이라고 하는 겁니다

된장녀들이 '돈 있는 남자가 좋아요' 하기 좀 민망하니까 '남자는 능력이 있어야죠' 라고 돌려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

이 무슨 기괴한 수사법인지요?

흔히들 이야기합니다 어려운 처지에 빠진 사람의 고혈을 빠는 고리대금업자 사채업자는 나쁜 놈들이라고

그러나 은행에 돈을 넣어두고 이자를 받아먹는 사람들!

내일이 걱정된다면 돈을 일하게 하라는 기막힌 광고문구를 보고도 분노하지 않는 사람들!

그들도 그들만큼 자본을 갖고 있지 못한 지구상 어딘가의 인간을 그들 대신 일하게 함으로써 부당 이득을 취하고 있는 셈이니

남 욕할 처지가 아닙니다

뭐라고요?

그게 왜 부당이득이냐고요?

자본주의 사횐데 왜 부당하냐고요?

너는 이자 소득 한번도 받아본 적 없냐고?

흠....

좋습니다 제게 그런 식으로 묻는다면...

그럼 이렇게 합시다, 이제부터 저는 자본주의자들의 공모에 가담도 하지 않고 그 공모의 결과로 취할 수 있는 가능한 이득도

모두 다 포기하겠습니다, 그들과 단절하여 모든 불편을 감수하겠어요, 인간 대신에 자연을 상대하겠습니다, 농부가, 어부가

되어보이죠, 나라고 못할쏘냐, 내 손으로 집을 짓고 내 손으로 먹을 것을 장만하고 내 손으로 땔감을 구하겠소,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 꺼지라고요? 얼마든지 꺼져주죠, 착취의 고리와는 연을 끊겠어, 기술문명과는 작별입니다, 다만....

그 전에 산업 자본주의자들에 의해 더럽혀지기 이전의 낙원, 아니아니, 계산은 정확할수록 좋지요, 딱 내 몫의 죄만큼만 더럽

혀진 에덴동산, 내가 들어가서 혼자 힘으로 살아낼 수 있는, 내 필요에 인색하지 않은, 인간들의 끝없는 욕망에 오염되지 않

은, 내가 응당 모시고 또한 나를 언제나 보살펴 줄 건강하고 인자한 마더 네이쳐, 신께서 내게 선물로 부여하신 아름답고 정결

한 삶의 터전을 내 앞에 내어 놓아 주십쇼, 원래대로 회복시켜 돌려주신다면 당장에 사라져 주겠습니다

뭐..  라고요?

못한다고요?

불가능하다고요?

그럼 계속 떠들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