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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고3 때 월드컵을 앞두고 공부 안 되는데
결국 자습 제끼고 튀어나갔죠.. ㅎㅎㅎ 해운대로..
그리고 큰 스크린 앞에 모여서 응원하면서 경기를 보았답니다..
저희 집 근처인 문수경기장에는 당시 한국팀 경기가 아니었거든요..
저 유명한 오 필승 코리아나 대~ 한민국을 외치면서
재미나게 시간을 보냈지요... 아, 물론 습관성 혼자 다니기 병에 걸린 저란 인간은
그 때 당시에도 응원하러 혼자 갔답니다....
(이 병으로 스키장도 혼자 다니는...........ㅡㅡa)
아마 그 때가 대전구장이었을 거에요..
저같은 호빗은 거기 많은 오라비, 아니 부산이니까 오빠야들의 키와 수에 눌려
스크린도 잘 안 보이는 우울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응원은 재밌었지요.
팔딱팔딱 뛰면서 응원하다가 앞에 아저씨 팔에 부딪혀서 넘어질 뻔했는데
뒤에서 어떤 오빠야가 저를 잡아주더라구요..
아주 착하게 생긴 선한 인상을 가진 오빠야였어요.
고맙다 그러구 같이 다시 응원했지요..
이탈리아와 동점에 이탈리아가 짜증나는 플레이를 해서
응원의 열기는 더욱 심했고,
부산피플들의 혈기는 스포츠행사에서 정말 열정을 넘어선 거친 에너지파랍니다...
그리고 안정환이 골을 넣었지요.
안정환은 부산에서 뛰었던 선수라 유달리 부산 사람들이 사랑했는데
끝까지 믿고 기용한 히딩크와 믿음에 보답한 안정환이 골이 터지는 순간
부산이 휘청할 정도로 함성과 환호가 여기저기 터졌었어요..
여기저기 맥주 소주 따는 소리, 탄성 소리, 난리가 난리가 났지요..
그리고 서로 다들 얼싸안고 대~~~한민국 하구 난리가 났었어요..
마치고 집에 가야 하는데 저희 집은 부산에서도 미역이 난다는 기장이라
차편이 해운대에서 일찍 끊긴답니다.
그래서 집에 가려면 택시를 타야 하는데 돈이 없었어요.
응원하면서 쩜프 쩜프 하다가 어디 흘린거겠지요..;;;;;
뭐 제 인생에 당황은 그리 많지 않기에 "어, 돈이 없어졌네." 하고는
해안선을 따라가면 저희 집( 바로 앞에 해수욕장이 있습니다. 해운대해수욕장과 연결되어 있는 해안선이지요)이 나오겠거니 하고
그냥 무작정 바다를 따라 걸었습니다..
근데 해운대 해수욕장을 지나가다 송정으로 넘어가려면 달맞이 고개를 건너가야 하는데
몰랐죠.. 버스타고 다니던 거기가 그렇게 우범지역일 줄이야..
술취한 아저씨 어깨동무 들어오고
어떤 아가씨 토하고 검은 점퍼 입은 아저씨들 돌아다니고.......
잔뜩 쫄아서 가고 있는데 웬 외국인 노동자 무리가 앞에 우르르 나오는데
저를 보고 오더니 술 마셔, 소주 마셔, 이러면서 손 붙잡고 데리고 가려는 겁니다..;;;;
미쳤니? 이거 안놔? 이러는데 떡대가 3명인데 참... 뿌리쳐지지가 않더라구요..
근데 응원 같이 했던 오라비가 뒤에서 "정아야 오빠랑 같이 가야지...(제 이름은 아닙니다.)" 라고 저한테 와서
외국인 노동자들이 지네 나라 말로 어쩌고 어쩌고 하다가 그냥 가더라구요..
저 정아 아닌데요, 했더니 안다고.. 곤란해 보여서 아는 사람인 척 했다고..
학생이 왜 이런데서 걸어다니냐고.. (달맞이 고개는 찻집과 모텔이 즐비하답니다...)
돈이 없어서 저희 집이 있는 ㅇㄱ해수욕장까지 걸어갈까, 도전해 봤다고 했더니 어이 없이 웃으면서
ㅇㄱ해수욕장이 여기서 어딘데 걸어가냐고.. 그럼서 콜택시를 부르더라구요..
그리고는 절 태워주고 아저씨한테 만오천원을 주면서 집에 잘 데려다주라고...
그래서 잘 들어왔어요..
당시 저는 핸드폰도 없고 용기도 없고 경황도 없어서
연락처를 물어보거나 나중에 사례하고 싶다는 얘기도 못했지만
날씨가 풀리기 시작하면서 따뜻한 바람이 불면
그 때 받았던 선의가 생각나네요...
결코 잘생기지도, 키가 훤칠하지도, 부티가 좔좔 나지도 않았지만
선한 웃음으로 택시 밖에서 웃으면서 손 흔들어 주고
택시 번호를 자기 핸드폰에 저장하는 모습에서
저런 사람과 정말 예쁘게 사랑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제 평생의 이상형이 되었어요.
선한 웃음을 가진,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배려 있는 사람.
아님말고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