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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은 안오고~ 보드 생각만 나고 그러던 중 작년이었던가? 존버드님의 글이

 

갑자기 생각나서 부랴부랴 검색을 통해 이렇게 글을 퍼왔습니다.

 

오랜만에 다시 봤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제가 존버드님이 된 것 같은 기분이예요~

 

존버드님 여기에 올려도 괜찮을까요? 글을 못보신 여러 회원님들과 공유 하고자

 

하는것이니  너그럽게 이해해 주시면 감사 하겠습니다.^^*

 

아래글은 존버드님의 원글입니다. 

 

──────────────────────────────────────────────────

 

'보드를 잘 탄다'는 명제에 대한 제 나름의 기준은

폴라인으로 떨어지는 종에너지를 얼마나 손실 없이, 얼마나 신속하게 횡에너지로 끌어내느냐 입니다.

때문에 길게 밑으로 늘어지는 턴은 제 아무리 카빙의 자국이라 할지라도 무의미하게 보일 뿐입니다.

제 기준이 틀렸을 수도 있지만 어쨌건 제가 가장 멋지다고 느끼며 동시에 추구하는 바는 그것입니다.


잘 타는 분들을 보면 프리건 알파인이건 스키건 간에

지나온 자국이 마치 기차 레일을 깔아 놓은 것 같은 카빙이거나

(자동차나 바이크의 그립 주행으로는 도저히 설명이 불가능할 듯한)

일정하면서도 힘이 넘치고 흔들림이 없는 깔끔한 슬라이딩 자국이 보입니다.

특히나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상급 슬로프의 급사에서

마치 강원도 산골의 헤어핀 커브를 여러개 그려놓은 듯한 칼자국을 볼 때마다

자국의 주인은 자리에 없어도, 그 자국을 그렸을 주인의 라이딩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그저 아름답다고 스스로 매료되어 넋 놓고 바라보곤 합니다.

나아가 고수들이 슬로프에 남긴 자국은 그 자체로 훌륭하고 장쾌한 하나의 화폭과 같다고 느낍니다.

세상에 이보다 스케일이 크고 온 몸으로 그려내는 그림이 또 어딨을까요.

그래서인지 저도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함께 그림을 그려보고 싶다는 욕망이

어느새 보드를 타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고, 턴을 몇 번 하지도 않은 채 뒤를 돌아 확인하는 습관의

원인이 되었습니다.


지난 시즌의 어느 한가한 평일이 떠오릅니다.

몇 주간에 걸친 혹독한 자세 교정 끝에 '이 정도면 되었겠다'고 자만했던 그 날.

온 힘을 쏟아 슬로프의 중앙에 그렸던 제 자국을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며 확인하던 순간,

저보다 더 선명하며 2배는 더 급격한 R값을 그리는 타인의 자국이 나란히 위치하는 것을 보고는,

힘없이 밑으로 축... 늘어지는 제 자국이

마치 발기부전 환자의 그것을 들킨 것만 같은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고 말았습니다.

알파인이었으면 그저 장비를 부러워하고 말 것을, 그가 저와 같은 분명한 프리라이더였다는 것이 문제지요.

하지만 언젠가는 저도 보더의 신분을 초월해 슬로프의 화가가 되고 싶습니다.

붓 쥐는 법부터 다시 배우듯 매일 첫 보딩 때마다 베이직 턴부터 시작하는 것은 그 때문입니다.

첫 바인딩을 채울 때는 벼루에 먹을 가는 심정으로 정성스레 채우며 이루고 싶은 소망을 빌곤 합니다.

또 지금처럼 많이 고민하고 연습하다 보면 그 날이 반드시 올 것을 믿습니다.

어쨌든 저는 지금도 노력하고 있고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분명하니까요.




오늘 보딩에 대한 깊은 고민을 겪은지라... 게다가 술도 한 잔 걸친 연유로

같잖게 감상적이 되어 서두가 길었는데,

저보다 뒤늦게 시작한 보더 여러분을 위해 몇 가지 경고(?)를 해드리고자 합니다.

요즘 동영상 게시판에 리키님의 영상이 인기죠.

덕분에 요즘 슬로프에도 리키님의 팔 모션을 따라하는 분들이 늘었습니다.


제가 지난 12월 초 쯤, 운 좋게 리키님과 함께 라이딩을 했었습니다.

참 대단한 명필이었습니다.

종과 횡으로 이어지는 무형의 에너지의 흐름이 그대로 눈에 보이는 듯한,

자유자재로 이끌어내고 컨트롤 하는 그 움직임에 반해버렸습니다.

'저렇게 탈 수 있는 원동력이 대체 무엇인가?'를 한참 고민한 끝에

비밀은 특이한 팔 모션에 있다고 제멋대로 간단히 결론지어 버렸습니다.

그 뒤로 리키님 자세 따라잡기로 특훈을 했죠.

얻은 것이 있다면 횡으로 끌어지는 움직임을 보다 빠르게 가져오는 수단을 깨달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그 부작용은 엄청났으니...

저도 모르게 전경 오버가 들어가 급사에서는 엣지가 터지는 현상이 발생했으며

습설에서는 노즈가 처박혀 풍차 돌리기를 수십번 반복하고

이전까지 적절히 고정되어 있던 어깨가 탈춤을 추게 됐습니다.

한 번 잘못 들어버린 습관이란게 고치기가 힘들더군요.

자세를 다시 바꾼 지금도 후경을 넣지 못해 대단히 고생하고 있습니다.

작년엔 분명히 할 줄 알았던 것인데도... 한 번의 잘못된 시도가 후퇴시키고 말았습니다.

리키님께 자문이라도 한 번이라도 구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겠지요.

(실제로 다음 번의 만남때 자기 자세 따라하면 안 된다고 힘주어 강조하시더군요.)

사실 후퇴가 이번이 처음은 아닙니다.

1년차 시즌 말에는 어느 일본 보더의 다운 언웨이팅을 겉만 보고 따라하여

그 자세 고치느라 지난 시즌 내내 고생했습니다.

그런데도 정신 못차리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걸 보니 참으로 한심스러울 뿐입니다.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결과만 보고 따라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가 목격한 리키님을 따라하는 보더들 중, 턴은 둘째치고

우스꽝스럽지 아니한 사람은 한 명도 못봤습니다.

진.짜.로

(동영상 확인 결과 저도 마찬가지라 가슴이 아팠습니다만)

리키님이건 부채도사님이건 가스님이건 그 외에도 수많은 이름난 라이더들이 그 폼을 갖게 된 것은

기나긴 연습과 시행착오라는 과정이 낳은 산물입니다.

과정을 생략한 채 결과만 흉내내다 보면 수학 문제를 풀기 전에 정답부터

확인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정답 흉내는 내겠지만 실제 풀어낸 것이 아니니 정작 시험에서는 틀릴 수밖에요.

추상화로 유명한 피카소 역시 정밀 묘사가 대단히 훌륭한 화가였다고 합니다.

기본기 없이 그려낸 추상화가 과연 어떤 의미일까요.

반복되는 연습이 지루하다 하여 지름길을 찾지 말고,

차근차근히 올라가는 쪽이 더 빠른 길임을 감히 충고하고자 합니다.

그것은 제가 뒤늦게 깨닫고 뼈저린 후회중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클래식이건 재즈건 록이건, 클라이막스의 카타르시스는 전주부터 경청한 사람에게

그 감동이 더 큰 법입니다.

스노보드는 즐거워야 하는 것이라죠?

그 감동이야말로 제가 스노보드에서 느끼는 즐거움입니다.

아직 하루 종일의 라이딩 중에 마음에 드는 자국은 겨우 한 두번 우연히 그려낼 뿐이지만

그렇게 귀한 것이기에 매 턴마다 기대와 희망을 갖는 것은 아닌가 의미를 부여해 봅니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붓을 쥐는 법부터 시작하기 위해,

그리고 저와 같은 경솔한 이가 없길 바라는 마음에 이 글을 씁니다.


모두가 슬로프의 화가가 되는 그 날을 꿈꾸며


- JohnBird -

엮인글 :

설과장

2010.11.16 07:16:25
*.234.198.10

전 낙엽도 제대로 못하는 초보보더입니다만 보드는 등으로 타도 자기가 즐거우면 그만 이라고 생각합니다. 남한테 피해만 안준다면요 ㅎㅎㅎ


그냥 읽다보니 왠지 반감이 생겨서요 이유는 모릅니다.

슭훗

2010.11.16 08:13:10
*.226.112.1

잘 읽었습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칼럼 글이였던것 같은데,

 

많은 생각이 드는 글이네요.

 

외국생활이 길었던 어린 동생에게 들은 이야기 인데,

 

외국애들은 일단 돌려보고, 계속 연습한다더군요.

 

3를 돌렸으면 랜딩이 어설퍼도 담엔 5, 그랬다가 스위치로 또 해보고,

 

폼이 이상해도 담에는 7, 이렇게 계속해나가다보면 이전에 했던 것들이 하나둘씩 발전한다고 하더라고요.

 

걔말에 의하면 한국과 일본은 뭐든지 유난스럽게 기본기를 강조한다고 합니다.

 

스노보드도 다른바없는듯해요.

 

야구의 예를 들면 한국의 어린선수들이 국제무대에서 주목받는게 기본기가 탄탄해서 라고 들은 적도 있는 것 같은데,

 

이말도 틀린건 아닌것 같습니다.

 

대신에 개성만점의 외계인이 나올만한 환경은 조금 부족한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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