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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사를 지키자(퍼 옴)

조회 수 895 추천 수 0 2012.06.19 18:05:21
     

               

              [삶과 문화/6월 19일] 육사를 지키자

              • 천정환 성균관대 국문과 교수
              입력시간 : 2012.06.18 21:02: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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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미 여러 사람들이 지적한 대로 전두환 씨의 육사 생도 사열은 일종의 국기문란 사건으로 간주될 수 있다. 전두환 씨가 단지 육사 동문으로서 초대됐다는 국방부의 해명은 별로 설득력이 없다. 전두환 씨는 아무데나 다녀서는 안 되는 사람이다. 그는 군사반란과 민간인 학살에 대한 죄값을 다 치르지 않은 자이며, 군인정신의 기본을 위배한 자이다. 그가 12ㆍ12 쿠데타 때 하극상을 저지르고 총질한 육군의 전우들이 누군가. 바로 육사 동문들이다. 전두환 씨는 육사가 배출한 최악의 동창생이다. 육사가 민주공화국의 최고 군사교육기관으로서 긍지를 지키려면 동문회명부에서 전두환 씨와 군사반란자들의 이름을 제명해야 한다.

              이 사건은 자못 계시적이다. 이 정권 하에서 '민주공화국'의 근본적 가치가 흔들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신념이 해이해지고, 급기야 '유신의 딸'이 집권할 가능성이 커지니까 이런 일이 생겼다. 새로운 버전의 반민주주의 시대의 예고편을 보는 듯하여 모골이 송연해지기까지 한다. 청산 못한 역사의 사후복수란 이처럼 무섭다.

              그런데 사열 해프닝이 한편으로는 오늘날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일의 하나라 볼 수 있는 면도 있다. 문제의 행사는 육사 '200억 발전 기금 돌파' 기념 행사였고 육사는 1,000만원 이상 기부자에게는 늘 예우 행사라는 걸 해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문제가 좀더 복잡하고 크다. 오늘날 한국 대학에게 발전기금은 매우 절박한 '돈 벌이' 문제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건의 배경에는 이명박정권 하에서 무차별하게 강행되는 민영화, 그리고 대학 기업화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민영화ㆍ사영화의 길로 가는 공공기관들이 상상을 초월하는 일을 가끔 한다. 대학도 물론 예외는 아니다. 아니 오늘날 한국 대학은 사회 전체의 신자유주의를 선도하고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마굴이다. 대학의 공적가치가 속으로부터 완전히 무너져, 대학이 학벌을 판매하는 무한경쟁 기업이 되었다. 그래서 치열한 서열 경쟁이 벌어져서 한국 대학은 돈 잡아먹는 하마가 되었다. 돈이 아주 많이 필요하다. 공적 교육 재정은 불충분하고, 서민들 코 묻은 등록금으로는 어림 없어서 발전기금을 걷는다.

              문제는 육사가 그런 대학기업이 하는 일을 따라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도 되는가. 육사야말로 '최후의' 공교육 기관 아닌가. 그야말로 피 같은 국민의 세금으로, 신성하고도 완전히 공정ㆍ투명하게 운영되어야 할 육사가, 왜 민간인들에게 손을 따로 벌리게 됐을까. 누가 육사로 하여금 그런 대학기업들이 하는 일을 따라하게 만들었을까.

              육사 발전기금 홈페이지(http://fund.kma.ac.kr)에서 보니 2012년 발전기금 예산은 총 8억원 정도밖에 안 된다. 그나마 5억 여원을 사관생도 '해외문화탐방'에 쓴단다. 한국이 얼마나 가난한 나라면, 최고의 국립 고등교육 기관이 동문과 기업들에게 손을 벌려서 그런 재원을 마련해야 되나. 참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삽질하느라 육사의 예산이 불충분하거나, 육사 같은 기관도 민영화 정신으로 스스로 비용을 조달하고 돈이 되는 일을 찾아서 해야된다는 생각 때문일 것이다. 이 정권 하에서 가장 공공적이어야 할 일들이, 민영화라는 미명하에 돈과 이권의 논리에 내맡겨진다.

              만약 정부가 육사 예산을 삭감하고 발전기금 같은 수익으로 자립하라든가, 경쟁력을 높인다는 명분으로 육사를 사립학교화하면 어떻게 될. 육사 홈페이지의 발전기금 모금 의지는 자못 진지해서, 오히려 걱정이 된다. 만약 일본 기업이나 북한의 돈이 육사의 발전기금으로 흘러 기탁되면 어떻게 될까.

              그들도 1,000만원 내면 육사 생도들의 '예우 행사'를 받을 수 있는 건가. 돈되는 거면 뭐든 하는 '이명박스러운 것'과 반민주ㆍ반인권으로 요약되는 '전두환스러운 것'이 결합할 수 있음을 이번 사열 사건이 예시한다. 신자유주의와 파쇼가 만나는 최악의 조합이 다음 정권에서 꽃 피지 않기를 기도할 뿐이다. 국립대 육사를 지키자. 사회를 지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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