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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만 노느라 사진직어줄 사람이 없어서 셀카만 있는 안타까운 현실-
안녕하세요 헝보형님들, 19/20처음 입문한 보드 초보입니다.
제 인생에서 이렇게 재미있던 시절이 또 있을까 하는 마음에,
무수히 많은 댓글로 어떻게든 노하우를 전수해 주려고 하시던 헝보분들께 고마운 마음에,
그외 기타 등등의 마음으로
초년차 정산 한번 적어 볼랍니다.
베이스는 지산이고 시즌권자입니다. 스키장에 간날을 대략 보니까
12월
용평 - 1일
휘팍 - 4일
지산 - 8일/10일/13일/15일/16일/20일/21일/22일/25일/28일/29일/30일/31일
1월
지산 - 1일/3일/4일/10일/11일/18일/21일/26일/29일/30일/31일
오크밸리 - 23일/24일
2월
지산 - 1일/2일/3일/7일/8일/9일/12일/14일/15일/16일/21일/22일/23일/28일
하이원 - 29일
3월
하이원 - 1일
지산 - 3일/5일
출격회수를 계산해보니 지산38회, 용평1회, 하이원2회, 오크밸리2회, 휘팍1회 도합 44회네요
특히 지산은 시즌권 끊고 아주 제대로 뽕을 뽑은거 같습니다.
장비사고 첫출격은 용평이었고 헝보에서 알게된 곰팅님께 강습을 받기로 했는데
일어서는것도 제대로 못해서 강습이라고 하기도 뭐했네요
원래 이틀봐주신다고 했는데 회사에 일터져서 그나마도 무산되었죠
-용평의 기억은 이 다리와 맛있던 고기와 술뿐-
암튼 제 첫 보딩은 '아 내가 드럽게 몸치구나' 하는것만 깨닫고 마무리 되었고
그게 너무 아쉬워서 휘팍에서 유료강습을 한번 받았었는데
이때도 역시 너무 엉망이라 2시간 강습동안 일어서는것만 배우다가 끝났습니다.
특히, 강사님의 그 표정... 뭐랄까...
가르쳐줘야 하는데 이렇게 몸치인줄 몰랐다라는 표정과
가르칠게 산더미인데 시작도 제대로 못했다는 불안함과
제대로 가르치지도 못했는데 강습료를 받아야 한다는 미안함 등등
온갖 표정이 섞여있던 강사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그후로 누구에게 손내밀어 배우는데 많은 트라우마가 있었네요
진짜 그 미묘한 휘팍 강사님의 표정이 잊혀지지 않아서 사람들과 어울리기 힘들었습니다. ㅎㅎ
사실 이때 포기할까 고민을 했는데
시즌권이 아깝기도 하고 유료강습보다는 유튜브 동영상과 헝보질답게시판을 이용하기로 하고 그냥 계속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 사실상 제대로 보드타기 시작한 첫날 & 지산 첫날 -
지산리조트에서 강습없이 혼자 진행하기로 하고 시작했는데 나름 잘되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일어나는걸 못하고 시간 잡아 먹으니까 앞으로 일어서는걸 포기하고
일어날때는 업드려서 뒤로 일어나거나 아예 서서 바운딩을 채우는걸로 하니까 한 고비가 넘어가더군요
지산 5회 출격동안은 레몬에서만 있었고 프론트&백 사이드슬리핑만 죽어라 했습니다.
그리고 오렌지로 넘어가서 비기너 턴을 시작했고요
솔직히 사이드 슬리핑할때는 그냥 그랬는데 턴이 시작되고 나니까 급속히 재미가 붙기 시작하더라구요
비기너턴이랑 너비스턴할때 진짜 너무 너무 재미있어서 회사에서도 하루종일 보드생각만 났습니다.
-크리스마스에 본 산타와 순록, 순록이 산타말 드럽게 안듣더군요-
이렇게 재미를 붙여나가는데 아뿔사, 년초에 스키어가 뒤에서 부딫히는 바람에 부상을 입게 됩니다.
시즌시작한 첫해에 바로 부상도 시작하다니..... 발목에 금이 가고 손목은 염좌로
의사 선생님이 집에서 안정을 취하라고 했는데...
그냥 탔습니다. 발목 아픈건 이를 악물고 참고 손목은 기브스 위에 보호대 차고요...
지금 생각해보면 진짜 내가 미쳤었나 봐요
-손이 이랬는데도 마냥 잼있었음-
-이런날도 당연히 탔음-
그런데 피드백이 없으니 아무리 해도 실력이 느는것 같지가 않고
타기는 타는데 이게 제대로 타는건지 잘못타는건지 알수가 없어서 답답했는데....
처음에 도와주시기로 했던 분과 연락이 닿아서 설 연휴에 만나기로 약속잡고 신나하고 있었는데...
아뿔사,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코로나가 강타했죠...
설상가상으로 질병본부에서 자가격리 하라고 문자가 왔었습니다.
아니, 중국에 갔다오긴 했지만 11월 말이었고 칭따오였는데 나한테 문자가?
암튼, 만나기로 한분과 연락을 했는데 제가 먼저 만나자고 부탁한 상태라
못가겠다는 말이 차마 나오지 않더군요 너무 죄송해서...
다행히 그분이 미루자고 해주셔서 한시름 놓았습니다. (괜찮으니 오라고 하셨으면 어쩌나 하고 고민했는데 다행)
그런데 이건은 해프닝이었던게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서 질본에 전화해 봤더니
이리저리 확인해보더니 저랑 이름이 비슷한 동명이인 이었다고....
안그래도 평택에서 4번째 확진지가 나온터라 민감해서 그렇게 진행되었던 모양이었다고 사과받고
자가격리는 안하는걸로.....
용평은 무산되었고 지산말고 다른데 가고 싶었는데 오크밸리 리프트권이 8000원이라길레 오크밸리로
-오크밸리, 남들은 강기도라고 하던데 경치만 좋더라 뭐-
오크밸리는 지산과 비교하면 그리 크진 않았는데
오히려 지산의 불편함을 느끼고 온 스키장이 되었네요
지산은 베이스가 다 따로 따로라 다른 슬로프 타려면 한참을 걸어가야 하는데
이게 아무것도 모를때는 그냥 그러려니 했는데
베이스에 리프트가 모여있는 스키장을 가보니까
다른 슬로프 탈때 동선이 짧아서 좋더라구요
지산이 불편하긴 하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근데 설질은 별로였어요
2월은 피드백을 전혀 받지 못하니까 실력이 안늘어서 답답하던 한달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냥 이번 시즌은 즐기는걸로 하자 맘먹으니 편하더군요 그냥 저냥 탔던거 같아요
그런데 문제가 터지게 됩니다.
업무상 3월 9일에 홋카이도 출장이라 겸사 겸사 12일/13일/14일 스키장 리조트라이너로 예약을 다 해놨는데
앞서 말한 코로나 여파로 일본출장이 캔슬......
홋카이도에서 파우더 스노우를 즐길생각에 들떴는데 완전 멘탈이 흔들렸습니다.
비행기표 취소하랴, 렌트카 취소하랴, 호텔 취소하랴, 리프트권 취소하랴
정말 정신없이 며칠을 보내고 나니
이렇게 시즌을 끝내기가 너무 아쉬워서 닥치고 강원도가보자라는 생각에
하이원을 가봅니다.
-꿈만 같았던 하이원-
하이원은 진짜 꿈만 같았습니다. 동시에 반성도 하게되었고요
지산에서 짧은 슬로프 탈때는 '에이 너무 감질맛 나네 홋카이도 가야 제대로 타겠네'라는 건방진 생각뿐이었는데
홋카이도까지 갈 필요가 없었습니다.
하이원 마운틴상단에서 제우스타고 하단까지 4키로 가까이 내려오는데
진짜 300~400미터 하는 지산과는 차원이 다르더군요
내려오는데 허벅지가 터져서 죽는줄 알았습니다.
건방진 생각을 하던 내가 너무 부끄럽더군요
홋카이도 파우더 스노우같은소리 하고 있네 하이원 제우스도 제대로 못내려오는놈이.....
페장 전날가서 너무 아쉬운 하이원이었습니다.
계속 가고 싶을 정도였어요 곤돌라도 처음 타봤고요 ㅎㅎ
-지산마지막보딩 & 생에첫시즌 마지막보딩-
그리고 3월 5일 지산에서 보딩으로 이번시즌은 보내주기로 했습니다.
정설도 추가로 한다고 하고 8일은 무료로 개장한다고 하는데
주로 타는 실버를 가보니 흙바닥이라서 그냥 놓아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솔직히 지금도 너무 아쉽습니다.
첫시즌을 끝내면서 보니 후회되는게 너무 많습니다.
첫째로 이렇게 재미있는걸 왜 이제서 시작했나 하는겁니다. 진짜 보드 타고 집에갈때마다 생각했어요
10년만 일찍 시작할껄, 아니 5년, 아니 2년만이라도 일찍 시작할껄 이 재미있는걸 왜 이제 시작했나 하고...
둘째는 첫번째와 간극이 있는데, 이렇게 늦게 시작한거 후회할거면 아예 시작을 하지 말껄 하는 마음이고요
세번째는 사람들이랑 같이 타지 못했다는게 후회됩니다.
운전처음 배운사람은 앞만보면서 가다가 운전이 익숙해지면 백미러도 보고 사이드미러도 보는것처럼
보드 처음탔을때는 넘어지지 않는게 최우선이고 제대로 내려가는데에 정신이 쏠려서
데크의 노즈외에는 주변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어느정도 타기 시작하면서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하니까
여기저기 같이 타는 사람들이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더라구요
저는 항상 혼자 출발하고, 혼자 타고, 혼자 밥먹고, 혼자 쉬다가 혼자 돌아왔는데
주변에서는 동호회에서 온것같은 분들이 타다가 지치면 서로 모여서 커피마시며 떠들고 웃는데
그게 그렇게 부러울수가 없었습니다 ㅎㅎ
그분들은 오렌지 휴계소에서 혼자 청승맞게 앉아서 멍하니 자기들 쳐다보던 아재를 기억이나 할까요 ㅎㅎ
대충 후회는 이정도로 하고 이제 20/21시즌을 기다하면서 1년을 보내야겠죠?
다음 시즌의 목표랑 가이드라인이 대충 정해지는거 같습니다.
일단 다음시즌에는 중구난방인 제 자세와 스타일등등 전반적인것을 다듬어야 할거 같습니다.
대부분의 공부를 유튜브와 헝보댓글로 하다보니 딱히 기준점없이 이것저것 섞여서
당사자인 저도 잘못된건 알겠는데 뭐가 잘못됬는지 모르는게 문제일정도로 아류가 되었습니다.
여기서 이정보 저기서 저정보 앞뒤없이 닥치는데로 붙이고 조립했더니
족보없는 스타일이 되버렸네요 시즌시작후 이걸 최우선적으로 고쳐야 할거 같습니다.
사실 유료강습도 생각하고 있는데 첫 유료강습인 휘팍때 강사님의 시선에 너무 트라우마를 느껴서
유료강습을 한다고 해도 잘 될라나 모르겠습니다.
베이스를 늘려볼까 고민중입니다.
사실 지산이 작긴해도 접근성이 좋은건 이견을 달수가 없죠 그래서 저도 평일에도 주구장창 갔었고요
하지만 하이원 제우스를 한번 경험해 보니까 지산으로는 만족할수 없는 몸이 되버렸네요 (야동같네)
그래서 지산을 베이스로 두고 시즌권을 다른데도 끊어 보려고 합니다.
하이원이 좋긴한데 집에서 왕복 440키로라 운전이 너무 힘들어서 좀 껴려집니다. 마찬가지의 이유로 용평도 그렇고요
오크밸리는 슬로프 길이는 그런데로 괜찮았는데 설질이 안타깝더군요 그시간 운전해서갔는데 그 설절이면
지산이랑 차별화된 의미가 없어요, 웰리힐리파크나 휘팍 생각중인데 과연 어떨까 고민이네요
보드같이 타는 친구도 좀 만들고 싶어요, 앞서 말했듯이 혼자타도 상관없긴 한데 일단 같이 타는 사람들이 너무 부러웠어요
해머데크도 타볼까 생각중입니다.
제가 19/20시즌을 하면서 가장 스트레스 받은게 카빙이 잘 안된다는거였습니다.
아무리 잘 타보려 해도 슬립이 나고 하도 안되서 초조하니까 이영상 저영상 짜집기해서 품을 따라하다 보니
나중에는 카빙이고 뭐고 이도저도 안되더군요
그래서 원래 제 지향점은 그라운드 트릭이었는데 카빙이 하도 안되니까 지금은 오히려 지향점이 카빙으로 바뀌는 느낌입니다.
해머데크를 타면 카빙이 잘된다고 하는데 그래서 다음 시즌은 해머덱타고 전향각 해볼까 하는 생각도 있어요
시즌정리하고 차에서 장비 빼면서 대충 얼마나 마련했나 하고 펼쳐봤는데 생각외로 꽤 많네요
보드 초년차가 첫시즌에 중고도 아닌 새걸로 이만큼 구했다는게 놀랍네요
-초년차가 이걸 다 한시즌만에 샀다고?-
진짜 보드가 너무 너무 재미가 있습니다.
아내와 사별하고 딱히 별다른 취미도 없던 제가 이렇게 됬다는거에 놀랍고
이 나이 먹고도 어떠한 한가지 일에 미친듯이 빠질수있다는게 두번째로 놀랍습니다.
-제 보물입니다.-
모르는거 물어볼때마다 여러분들이 달아주셨던 답글에 제가 얼마나 힘을 얻고 위안이 되었는지 여러분들은 모르실겁니다.
진짜 답글 달아주신 한분한분 전부다 감사하기 그지 없습니다.
정말 읽고 읽고 또 읽어서 외울정도로 읽었습니다. 다시한번 정말 감사합니다.
2020년이 지난지 3달이 다 되어 가는데
시즌을 접고 장비를 빼고 나니 저는 이제야 한해가 지나간거 같은 느낌이에요
지금까지 제 주변은 흑백영화 같은 회색빛이었는데
지난 3달간은 총천연색으로 반짝거려서 정말 신났습니다.
헝보여러분 정말 감사합니다.
지난 시즌 수고하셨고
부디 몸상하는일없이 20/21 시즌을 맞이해서 즐거운 보딩 하셨으면 합니다.
(많이) 늦었지만 새해복많이 받으세요
1. 베이스는 주중 지산 / 주말 강원권 이렇게 해보시면 좋을 듯 하네요.
2. 동호회 들어가 보시는걸 추천합니다. 남들 따라 다닐 정도만 되고 성격 무난하면 옆에서 지켜보던 답답한 사람들이 더 잘 따라 오라고 하나씩 가르쳐 줍니다. 그거 줍줍하다 보면 늘어요
3. 그걸로 만족 안되면 강습이 단시간 실력 상승에 가장 좋다고 봅니다. 물론 자기 연습 시간이 제일 중요하겠지만요.
다음 시즌은 더 재미나실 겁니다
득턴 하세요~ ㅎㅎ
너무나도 열정이 느껴져서 저두 모르게 초심을 잃지 않았는지 다시한번 되돌아보게 되는 글이네요
전 동호회도 가입해보고 이런저런 많은 사람들하고 타봤지만 실력 향상엔 결국 혼자가 편하더군요
신나는 시즌을 보내셨군요!!!
다음 시즌엔 더욱 일취월장 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