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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오기 전에 살던집은 신혼집이었어요
전세였는데 결국 2년 다 못채우고 나왔습니다.
복도식 아파트였는데, 좌우 옆집이 모두 아이가 있는 집이었어요
애들 소리지르고 뛰어노는건 둘째치고
음주가무를 좋아들 하셔서 하루가 멀다하고 현관문 열어둔채로
삼겹살 구워드시고 술먹고 시끌시끌 새벽 2시까지;;
비상구있는 계단에서 담배들을 피워대서 집안까지 들어오고..
싫은소리 하기 싫어서 그냥 1년 반쯤 참고 살았는데
올해 1월에 아기도 태어나고 더는 안되겠다 싶어서
전세 연장 안하고 이사를 나왔죠.
이 지역에 새로 아파트들이 많이 들어서서
이사 나가는 사람들이 한창 많았거든요
집주인이 전세금 동결에 싱크대도 바꿔준다며 잡을정도였으니...
돈 많이 벌어야겠다는 생각이 가슴에 사무치던군요
또 복도식 아파트로 이사를 왔으니까요
그나마 제일 끝라인 집이라 옆집은 한집뿐이니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오히려 우리 아기가 옹알이 시작하면서 소리를 질러서
옆집에 민폐일까 싶어 걱정할정도였어요
다행히 옆집은 온가족이 식당을 해서 밤 늦게나 들어옵니다.
오가며 인사도 하고 잘 사귀어보고 있답니다.
복병은 윗집이었습니다..
저는 회사를 다니니 낮에는 집에 없어서 잘 몰랐어요
저녁에 퇴근하고 와서도 저녁먹고 한 9시 반정도까지는
윗집 애들이 뛰는 소리가 들리긴해도
그 시간에 애들이 나가서 놀수는 없으니
집에서 뛸수도 있겠거니 하고 넘어갔습니다.
지난 추석에는
일찍 집안 행사를 마치고 남은 연휴동안 집에서 쉬는데
가을운동회가 열렸는지 난리도 아니더군요
아내가 좀 올라가보라고 쿡쿡 찌르는데
명절이라 친척들 모여서 애들 놀겠지
걍 무시하고 우리가 나가서 밥이라도 먹고 오자고 넘겼어요
하... 어젠 왠일로 조용하더군요
어디 다녀왔는지 밤 10시가 넘어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나더군요
금방 자겠지 싶었는데... 12시가 넘었는데도 뛰더라구요.
급기야 겨우겨우 재운 아기가 깼어요..
윗집에 올라갔습니다.
정말 많은 생각을 하면서 갔습니다.
정중히 얘기를 할까. 개지X를 떨고 올까. 좀더 참을까.
윗집 초인종에 붙어 있는 포스트잇 보고 기가 차더군요
-아기가 자고 있어요 똑똑똑 노크해주세요-
노크했습니다. 대꾸가 없어요ㅎㅎ
애들이 그렇게 뛰어다니는데 노크가 들릴리가 있나요
초인종 눌렀습니다.
인터폰으로 누구세요 하는데 405호에요 아랫집입니다 했더니
두말않고 문을 열어주더군요..
빼짝 마른 제 또래쯤 되보이는 아주머니가 나오셨어요
-늦게 불쑥 찾아와서 죄송합니다만 애들이 너무 뛰네요
-저희 방금 들어왔는데요?
-네 알아요 여기가 방음이 잘 안되는 구조인지 아까 10시쯤 들어오시는 소리가 나더라구요
지금 자정이 넘었는데...
-(말끊으며) 저희집 애들은 안뛰는데요?
허.... 순간 이성의 끈을 놓칠뻔했습니다. 정말 당혹스럽더군요.
그리고 심지어 그 아주머니 표정이 너무 천연덕스러워서
내가 잘못찾아왔나 싶은 생각까지 들더군요.
-아 그래요 죄송합니다 그럼 505호가 아니고 504호 옆집인가보네요. 밤늦게 실례했습니다.
-아니 저기...
뭐라고 또 말하려는데 대답도 안듣고 바로 옆집 초인종을 눌렀습니다
조용합니다. 복도쪽 창문에는 불이 꺼진게 보였어요.
자고 있을수도 있었겠지만 아무도 없는것 같았습니다.
문을 쾅쾅 때렸어요. 조용합니다.
빼꼼히 고개만 빼고 지켜보던 아주머니한테 다시 갔습니다.
-옆집에 지금 아무도 안계신거 같은데요
-아니 저희 좀전에 들어와서 이제 자려고 정리하다보니
좀 소리가 났을수도 있었겠네요...
....라고 하는 찰나에 그 집 딸아이가 등장합니다.
콩콩콩콩콩 ...아.... 반가운 저 비트.... 너무 익숙한 저 리듬감
뛰어와서 엄마 옆에 찰싹 붙으며 손을 잡고는 엄마머해 랍니다.
들어가있어. 또 콩콩콩콩콩 쪼르르 방으로 쏙 들어갑니다
-하...(깊은한숨) 저 소리에요
-네?
-저 소리라구요.
-아니 애들은 좀 뛸수밖에 없어요
-이집 아이들 안뛴다면서요.
-아니 우리도 좀전에 들어와서 이제 자려고 정리하는중이라니깐요?
-애들 뛸수 있는거 알아요. 자정이 넘어서도 뛰는건 좀 조심시켜주셔야죠
-네 조심시킬께요
내려와서 생각해보니
미안하다는 얘기는
단 한마디도 없었네요. 허허...
층간소음때문에 칼부림까지 나는 뉴스를 보면서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게 산다며 혀를 찼던 저는
겪어보니....오죽하면 그랬을까 싶은 생각이 드네요
월사운드 주문할까 생각중입니다. 응?
돈을 더 열심히 벌어야겠다고 결심하지만
월급쟁이 형편이 크게 나아질 기미는 없어서 안타깝네요
서글퍼집니다.
위추 드려요... 저도 윗집 남매 애들 시도때도없이 우는소리 뛰는소리때문에 아파트 못살고 집팔고 나왔어요
^^;; 전 이제 득도의 경지라서요...
한번은 너무 심해서 올라갔더니 너무나 자연스럽게 "아..아이가 집에서 줄넘기를 좀 해서요..."하시더라는.....ㅋㅋㅋㅋㅋㅋㅋ ㅠㅠㅠㅠㅠㅠㅠㅠㅠ
저는 사내아이 6살 4살 두고 있습니다. 사내아이 둘이라 조심 시킨다고 하는데도 안 보는 사이 쿵 쿵 뛰어 댕깁니다.
쿵쿵 할때마다 살금 살금 다니라고 혼도 내키고 소리도 지르고 하다보니 아빠 있을땐 앞꿈치로만 살살 다닙니다.
이렇게 하는데도 인터폰으로 콜이 많이 올떄에는 대여섯번 오더라고요. 애들한테 소리지르고 혼내키는게
미안하고 이게 뭐하는건가 싶어 이번에 1층으로 이사했습니다. 1층으로 이사했는데도 뛰어다니면 저도 모르게
순간 움찔하기는 ㅎ 하지만 아이들 뛰노는데 신경안쓰고 진작에 이사올껄 했지만 이젠 2층에서 뒷꿈치 보행을 하십니다.
주말 아침 드릴질도 하시네요, 아직 집이 정리가 안되셨나 봅니다. 한번은 저희집 1층 밑에 로비층이 있는데
로비층을 못찾으셔서 그런지 집앞에 분리수거를 하시고 가셨네요. 박스에 홋수가 써있어 어디 상한데 없이 잘
보내드렸습니다.
아.. 마무리를 어떻게 해야할지............... 저도 지름 인증이나....
아...........그 마음 압니다
제가 전전 집에 애들도 아니고 일가족이 모두 뒤꿈치로 보행하는 가족을 윗집에 둬 봤기때문에....
진짜 차마 여기 쓰지도 못할 별의별 상상 다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