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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좀 뜬금없는 질문을..,,
저는 남자 40세에 24개월 된 딸이 있어요. 현재 외국에 사는데 1년에 2번쯤은 한국에 들어갑니다.
저희 누나는 저보다 2살 많고 현재 4살 딸이 있어요. 저희누나는 출산 후
저희 본집에서 1개월 반 가량 살면서 엄마가 아이를 다 돌봐주셨습니다. 조카가 아기 때 하루에
새벽2시부터 6시간 넘게 운적도 있었는데 엄마가 그걸 다 안고 소파에서 주무셨대요.
여튼 누나 말로는 정말 고생 많이 하셨다고,
여튼 그렇게 조카가 아기였을 때 잘잘 돌봐주셨습니다. 제가 작년 여름에 제 딸이랑 둘이서만 한국에
들어갔었어요( 비행기서 힘들어 죽는줄-_-) 저는 한국에 오자마자 이러저러 볼일이 많고 친구들도
만나야되서 딸만 엄마 아빠가 계신 집에 남기고 나왔는데 점심 때부터 아기가 운다고 전화오더니
빨리 들어오라고 해서 택시 타고 집에 빨리 들어갔더니 딸이 울다 잠이 들었더군요.
그리고 앞으로 나갈 때는 같이 데리고 나가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전 좀 의아해 했습니다..
원래 엄마가 아기를 잘 봐주는 줄 알았는데. 제 딸이 울면 겁을 먹으시더라고요-_-.
물론 정말 딸을 이뻐하시고 같이 놀아주시죠. 근데 울때는 어쩔 줄을 몰라하십니다.
저희 집은 극히 평범하고 누나 저 엄마 아빠 다 사이가 좋습니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이게 외손주 친손주
차이인가요? 이런 농담섞인 생각이 제 딸이랑 정말 잘 놀아주시는 장모님(한국분은 아님)을 보면서
더 강해지네요. 그리고 제 딸도 장모님 정말 잘 따르고요....
다음 달 다시 한국 놀러가는데 간만에 가는거라 볼일도 많은데 어찌 해야하나 난처하네요. ㅎㅎ
아 이번에는 아내도 같이가서 지난 번 보단 나은 거 같지만요..
흔히들 하시는 오해 중의 하나가... 아이를 키워본 경험이 있으면 몇 년 후에도 육아에 대한 사항들을 다 알고 있을거라고 생각하는 거예요.
몇 년 전에 아기 키웠어도 시간 지나면 당연히(!) 다 까먹습니다. 분유 물 온도를 어떻게 맞추는지, 몇 스푼을 어떻게 타 먹이는지, 기저귀는 어떻게 가는지, 생각 하나도 안나요~!!!
그리고 아기를 매일 돌보는 것과 어쩌다 한 번 갑자기 보게 되는 것 역시 하늘과 땅만큼의 차이가 있습니다. 매일 보는 아기는 먹고 자고 싸는 패턴에 대해 감이란 게 있어서 '앵~' 하면 뭘 원하는지 눈치 챌 수 있고 울음소리나 몸짓의 미묘한 차이로도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있지만, 갑자기 잠깐 맡아주게 된 아기는 아기에 대해 아는 게 전혀 없기 때문에 할아버지 할머니 아니라 엄마라 해도 자기가 평소에 계속 돌보는 게 아니라면 굉장히 헤매게 돼요.. ^^
거기다가 또 하나의 차이점을 덧붙이자면.. 외손주는 딸의 자식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엄마와 딸 사이는 시어머니와 며느리사이보다는 좀 편하죠. 예를 들어, 아기를 돌보다가 아기에게 탈이라도 나는 경우, 엄마와 딸 사이라면 왜 그렇게 됐는지 편하게 얘기해서 원인, 해결책을 편하게 모색할 수 있는데 시어머니와 며느리 사이에서는 그런 부분이 원활하게 해결되지가 않을 가능성이 커서 아기를 돌봐 주면서도 잘못될까봐 전전긍긍하는 면이 있을 수 밖에 없어요.
육아라는 게 아무래도 델리킷한 면이 많아서... 저희 어머니도 친손주들보다 직접 손이 많이 갔던 외손주가 더 정이 가고 이쁘다고 친구분들한테 그러셨다네요... (어머니 친구분들이 몰래 말씀해 주심)
결론 : 익숙하지 않은 아기 갑자기 돌보기는 친손주, 외손주를 막론하고 힘들고 겁납니다! ^^
부모님이 손주를 잘 봐주시냐의 문제가 아니고 손주와 얼마나 자주보냐의 차이 아닐까요?
아기들은 낯가림이 심하니 자주 안본 할머니를 낯설어 하는 것 같구요.
그런 상황에서 아빠가 본인 혼자 놔두고 낯선 공간에 낯선 사람과 같이 있으니 적응을 못하는 거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