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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드를 접한 기억을 더듬다 보니...

 

알라뷰스쿨... 친구.... 사랑.... 이 모든게 복합적으로 짬뽕이 되어 있던 20대 중후반 이더군요....

 

그래서 써봅니다.

 

 

 

십몇년전 아이러브 스쿨이라는 사이트가 아주 전국을 휩쓸었었죠....

 

그때 구제받은 솔로들 참 많았던 것으로 기억을...

 

이것은 제 처량한 사랑야그입니다.

 

 

저희세대는 국민학교 였습죠....

 

중고딩때 문제아 비스무리 했던 저는 그닥 중,고딩 친구들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아서

 

국민학교 동창회에 올인했었죵

 

 

어렸을때 짝사랑 했던 여자애도 보고 싶고 다들 얼마나 달라졌을까 ? 뭐 제 또래라면...

 

다들 아실겁니다....^^

 

 

그렇게 부어라 마셔라 모임을 갖던 중...

 

국민학교시절 제 앞자리에 앉았던..... 두꺼운 안경끼고 약간은 뚱했다는 기억의 여자 동창이 모임에 참가 했습니다.

 

안경도 안쓰고 뚱한 느낌은 적당한 글래머의 몸매로.... 요새말로 하면.... 베이글녀....ㅋㅋ

 

 

내성적이었던 성격도 좀 바뀌어서 잘 어울리게 되었습니다.

 

동창들 몰래 같이 영화도 보고 양수리로 드라이브도 다니면서 서로의 마음을 탐색했다고나 할까요?

 

대략 서로 사귀자라는 분위기가 조성될 즈음...

 

 

저의 죽마고우 FireBall Friend 가 뜬금없이.... 이 베이글동창에게 대쉬를 합니다.

 

아... 친구야... 그러면 앙돼!

 

저랑은 지금도 우정을 유지하는 30년 넘은 친구와의 최대의 위기가 이때였었습니다.

 

정작 이때의 일은 둘다 아무런 이야기도 못했고요 지금도 그렇지만 ㅋㅋ

 

이 베이글동창이... 다음날 뜬금없이 전화해서 만나자고 합니다....ㅠㅠ

 

그때 저는 정말 어떻게 할지 난감해졌습니다.

 

결혼적령기의 여자한테 사귀자고 하는 것은 결혼하자는 말과 거의 같기 때문에...

 

저또한 집안에서 남자로서 약간은 이른 결혼 압력을 받고 있었고....

 

아.... 그러나 친구야...

 

나 살자고 하면.... 니가 아플꺼잖아...ㅠㅠ

 

정말 이 베이글동창 선택하면 칭구와 서로 얼굴보기 힘들어질 것 같다는 느낌이 팍팍 왔습니다.

 

20대 후반... 미지의 사랑보다는 우정이 더 컸었습니다.

 

 

베이글동창을 만나서...

 

이상야릇한 눈빛을 거두고 돌직구는 던지지 않고... 돌려 돌려 돌려 돌려 말했습니다...

 

칭구는 좋은 것이여! 동창도 좋은 것이여!

 

우정이여 영원하라! ~~~~~~~~~~~~~~~~~~~~~~~ 아 비러머글.... 세상아.... 칭구야....

 

대출 설레발 치고 있는데...

 

제 친구의 사귀자는 말을 거절했다고 또박또박 말을 합니다....

 

저에게 선택을 강요하는 듯이....

 

사랑하는 여자를 외면해야만 하는 그 유치한 20대의 감정이란... 지금 생각해도

 

스스로에게 벼어어엉신 곱하기 78237094179874912839148983341번의 제곱입니다.

 

어차피 다른 여자랑 결혼해서 애낳고 잘 살고 있는 넘인데... ㅠㅠ

 

뭐라 조잘조잘 이쁜목소리로 이야기를 하고 있던 베이글동창녀에게....

 

네음절 만을 남기고...

 

나왔습니다.

 

"미안하다...."

 

문을 나서며....

 

혼잣말로 '사랑했다...'

 

 

정말 죽고 싶을 정도로 마음이 허해서...

 

이것 저것 놀 거리를 찾아 헤메었습니다....

 

데이트 비용에 쓰느라.... 드라이슈트도 팔아버려서 스쿠버 다이빙도 못가는 겨울.....

 

저는 보드의 세계에 입문했습니다...

 

비러머글 친구들의 최상급 던져놓기 크리 때문에.....

 

베어스 상급에서 내려오는데 2시간 반이 걸리고 결국 앓아눕고 말았습니다...ㄷㄷㄷ

 

이대론 안되겠다 싶어서...

 

동호회를 검색하고.... 대략 같은 또래 많은 동호회에서 활동을 하던 중.... 시즌은 끝이 나버리고...

 

다시 비시즌 동호회의 부어라 마셔라의 시작....ㄷㄷㄷ

 

주량이 저만큼인 ㄷㄷㄷ 여자사람을 만났습니다...

저랑 동갑인... 그녀는 저를 알고 있었고...

 

저는 그녀를 모르고 있었습니다.

 

제 뒷통수를 손바닥으로 시원하게 날리며 ㄷㄷㄷ

 

"야 너 난퉷이지"

 

ㄷㄷㄷ"누구세효?"

 

"여드름도 다 없어졌고 안경껴서 몰라보겠다"

 

"뉘신지?"

 

"너 xx중학교 나온 난퉷이 아냐?"

 

"맞는데요 뉘신지?"

 

제가 나온 중학교는 남자 여자 합반이 아니라.... 정말 누군지 몰랐습니다.

 

중학교때 저는

 

프라모델을 좋아했고.. 키 크다는 이유로 선배들에게 발탁?되어 열심히 학교간 세력다툼을 빙자한 패싸움을 하고다녔으며....

 

선생님한테 찍혀서 공부못하는 놈 운동이나 하라고 운동장 열심히 뛰고 물에서 허부적 거렸던게 다였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수영장에서 같이 허부적 거렸던 수영잘하던 단발머리 여자애...

 

화장을 진하게 해서 잘 몰라보았습니다. 어릴적 얼굴이 거의 없더군요...ㄷㄷㄷ

 

제가 컵라면 엄청 빼앗어 먹었던 기억이.... ㄷㄷㄷ

 

쬐만한 여자아이 였는데... 잉....

 

170이 넘는듯... 아... 힐을....ㄷㄷㄷ

 

알고보니 그래도 168 ㄷㄷㄷ

 

회사도 근처고 집도 근처고...

 

이 비러머글 인연....

 

서로 헤어진지 얼마 안된 솔로고...

 

-글쎄 난 사귀기나 했나?

 

-군대간 남친 기다리니 제대하고 나서 "독한뇬" 이라고 하고 다른 여자의 품에 다이빙을 했다능...

   

  그녀의 웃픈 사랑야기도 들었고요...

 

비시즌에 벙개에서 만나서...

 

피곤해서 안마신다고 안나가면 잡으러 왔다능.... ㄷㄷㄷ

 

 

 

같이 사진도 찍으러 다니고....

 

디지털의 중심에서 암실을 외치다....ㄷㄷㄷ 왜그리 흑백인화를 좋아하는지....ㄷㄷㄷ

 

 

대신 프레젠테이션 준비도 해주고....ㅠㅠ

 

월급도둑이 따로 없어요... 견적서 작업도 다해주었음....ㄷㄷㄷ

 

 

영화도 같이보고...

 

영화표 내가 예매하면 밥은 니가 쫌 사라....!

 

이땐 사귀는 사이가 아니라서 돈가지고 엄청 티격태격 댔습니다.

 

 

 

콘서트도 가고.... 뮤지컬도 가고....

 

근데 맨 뒷자리라서 잘 안보임... 쌍안경 가지고 다니면서 문화생활을....쿨럭....

 

 

동네 닭값 술값도 다 올려놓고...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동네 닭집 아줌마의 새댁이란 호칭에 몸을 배배꼬던... 그녀를...

 

"새댁이 참 잘 마시네 ㄷㄷㄷㄷ"

 

 

그렇게 마음은 허하지만 재미난 그녀와의 티격태격 반년만에 괜시리 짜증을 내던 그녀가 갑자기....

"지금 우리 사귀는거지?" 라는 그녀의 말에....

아차 싶어서 다음날.... 야근 후 12:00시에 그녀의 집앞에 가서 아무말 없이 실반지 하나 끼워주고 후다닥 도망을...

아직 제맘속엔 베이글동창녀가... 있었는데...

 

스스로를 원망하고 자학하던 것도... 어느새 그녀덕에 안하고 있더군요....

 

그래도 슬픈건 슬프고 좋은건 좋은거고 웃긴건 웃긴거라...

그날 혼자 밤새서 술마시다시다가 집에와서 널부러져서 자고 있는데....

우리집에 쳐들어온 그녀....

"엄훠 어머니 안녕하세용"-콧소리 작렬 ㄷㄷㄷ

"누구신지?"

"난퉷이 친구인데 난퉷이 방에 있나요?"

달칵.... 그녀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는 냅다 저를 밟습니다.

 

지근 지근 지근.....ㄷㄷㄷ

"이 웬수야 뭐라 말을 해야지! 그냥 가냐!

 밤새 찾으러 다녔잖아! 흑"

"...." 비몽사몽.... 술도 안깨고.... 뭐가 시끄럽게 앵앵거리고.....

간신히 눈을 떠서 그녀를 보니.... 닭똥같은 눈물이 줄줄줄....

이럴땐... 대사가 어떻게 되더라.... 아 그거다....

"울지마 미안해" 토닥토닥....

"나랑 사귈꼬야?" 헉.... 이 여장부가 웬일이다냐....

 

말이 뭐가 중요하다고....

 

반지주고....

 

마음속 미련 다 버릴려고 술까지 마셨건만.....

 

이런 바보....

 

뒤에서 입벌리고 계신 어머니....

 

아.....

 

나 팬티 하나만 입고 자는 넘이지....ㄷㄷㄷ

 

그렇게 시작을 하고...

 

2년을 사귀다가...

 

제가 해외출장 가면서....

 

다시 기다림이라는 고통을 주니....

 

떠나가던 그녀...

 

 

그녀를 분당 이마트에서 아주 우연히 보게 되었습니다.

 

딸은 지엄마랑 붕어빵이고 어린 아들은 참 귀엽게 생겼더군요....

 

 

서로 싱긋 웃고 지나치는 여유는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봅니다.

 

엮인글 :

덴드

2013.02.04 12:24:00
*.222.119.2

동호회를 들어야겠구나!

로시난퉷

2013.02.04 12:34:32
*.143.34.252

동호회.... 그닥.... 비츄... 입니다요....

빨간개부리

2013.02.04 12:40:09
*.223.213.218

으헝 글귀 하나하나의 장면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하나의의 단편영화 같습니다 ㅠ.ㅠ 춫천

로시난퉷

2013.02.04 12:42:32
*.143.34.252

감솨합니다.

아누키

2013.02.04 12:40:35
*.67.189.2

두번째 여자분께 장가갔다는 스토리를 예상했으나.. 두번 모두 빗나갔군요 ㅠㅠ

로시난퉷

2013.02.04 12:43:15
*.143.34.252

제가 결혼하기까지 글을 쓰면 소재는 많이 남아있습니다...

샤오사랑

2013.02.04 12:43:07
*.219.53.63

잘 읽었어요... 추천 ㅜㅜ

로시난퉷

2013.02.04 12:43:52
*.143.34.252

감사합니다.....(--)(__)

GORAE:)

2013.02.04 12:57:39
*.36.131.45

필력이 좋으시네요 재밌게읽었어요~

RoseDew™

2013.02.04 13:02:00
*.70.45.229

2탄 3탄 기대하겠습니다.
막막 빠져드네요 ㅎㅎ

낙엽할때면

2013.02.04 13:09:44
*.170.188.225

글 잘 쓰시네요~ 저도 2탄 기대합니다~

볼매명수

2013.02.04 13:59:21
*.226.204.136

결혼해서 제옆에 있네요를 기대했는데...아아ㅠ

숙취엔낙엽

2013.02.04 13:57:42
*.35.99.141

아.. 마치 라디오에서 사연소개하는 글 같네요.
당시에는 가슴아픈, 현재는 잔잔한 글
잘 읽고 갑니다~

저도 두번째 분을 ㅠ아...

냠냠이

2013.02.04 13:58:17
*.139.9.98

글 재밌게 잘 봤습니다.

SoulB

2013.02.04 14:15:51
*.9.228.12

마무리에...

근데 그녀의 주머니에서 동전 하나가 떨어집니다.
그런데 떨어진 동전이 계속 구르기만 하고 멈추질 않네요...

헝글에 어울리는건 결말은 이런건데...

clous

2013.02.04 14:49:26
*.64.75.85

아름답습니다.

RockQ

2013.02.04 14:53:47
*.226.222.189

어릴때 기억이 새록새록 ㅋㅋ
어떻게살고있을지 동창들이 갑자기 궁금해지네요^^
건축학개론 영화두 생각나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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