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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하기 전에, 신혼여행지를 핀란드로 선택해 제가 눈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마누라에게 심심한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1. 핀란드 라플란드의 LEVI 스키장
벌써 햇수로 7년 전이네요.
전 어릴때부터 가끔씩 스키를 탔지만 딱히 스키나 보드에 대해서 관심이 없었습니다.
그 있잖아요 일년에 한두번 가서 평생 A자만 타는 사람.. 그게 저였습니다.
11년간 연애한 마누라랑 결혼을 할때, 신혼여행지 선택할때도 원래는 큐슈 가서 일주일동안 료칸생활이나 하려고 할 정도였거든요.
근데 마누라는 평생 한번가는 신혼여행을 그렇게 하고 싶지는 않다고, 한번도 못가본 유럽을 가고 싶다고 했고요.
저는 당시 해외출장이 너무 많아서, 거의 1년에 6개월 정도는 서유럽에서 살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나는 서유럽 싫다고 했고, 서로 안가봤으면서 둘다 끌리는 곳을 찾은 것이 핀란드였습니다.
그것도 핀란드 북단의 라플란드의 레비..
근데 저기를 목적지로 잡은건 스키 리조트 때문이 아니라 딱 하나 오로라 때문이었습니다. 물론 오로라는 못봤지만...
결국 먼 길을 가서 레비에서 1주일을 보냈고..
저는 거기서 "진짜 눈"이란걸 처음 봤습니다. 눈이 이렇게까지 쌓일 수 있는거고, 눈이 쌓이면 이런 풍경이 된다는걸 처음 알게 된 거죠.
물론 당시에는 완전 초보였기 때문에 그런걸 신경 쓸 틈도 없었지만, 스키장으로서 따지자면 레비는 그렇게 재미있는 곳은 아닐 겁니다. 큰 산 하나의 여러 사면을 쓰는 식의 스키장인데, 면적 자체는 엄청나게 넓지만 수목한계선 한참 위의 곳이라, 나무가 거의 없어서 풍경이 굉장히 황량해요. 그렇다고 해서 알프스처럼 장엄한 산도 아닌 야트막하고 넓은 언덕 같은 산이라... 슬로프도 단조롭고요.
하지만 눈이라는게 이런 거라는걸 처음 알게 해준 소중한 장소입니다. 아마 결혼 10주년때 다시 가지 않을까 싶어요.
여기서 마누라가 자기 옆을 쓩 지나가는 스키어가 부러워서 자기도 열심히 타야겠다고 마음먹기도 했고요..
2. 프랑스 알프스 끝자락의 쥐라드메어 스키장
핀란드에서 눈이라는 걸 처음 느낀 저는 장비도 지르고 양지 시즌권도 사고 출장지마다 근처에 스키장이 없는지만 찾아보게 됐습니다.
쥐라드메어 스키장은 반년동안 프랑스 출장 가있을때 겨울 내내 주말마다 다녔던 곳입니다.
작고 아담하고 정말 아름다운 곳이에요.
마을 옆에 거대한 호수가 있는데, 그 호수를 바라보면서 활강하는 맛은 정말..
스키장 자체는 그리 크지 않지만(용평이랑 비슷한 정도) 풍경이 너무 멋진 곳이었습니다.
여기는 나중에 프렌치 알프스를 가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하루 놀다 갈 생각이에요.
3. 폴란드 비엘스코 비아와 오스로덱 스키장
폴란드에 6개월 정도 나가있을때 다녔던 곳입니다. 숙소에서 정말 가까웠어요.
비엘스코 비아와 근처에는 군소 스키장이 정말 많은데, 매일 다른 스키장 가는 맛이 꽤 좋았습니다.
하나하나는 되게 작은 스키장(어떤 곳은 T바 하나로 장사하는..)들인데, 다 합치면 꽤 선택지가 많았어요.
게다가 워낙 작다보니 리프트권 값이 정말 쌌습니다. 물론 폴란드 물가가 싸서 그런것도 있지만... 4시간권이 만원 정도 했거든요.
여기는 정말 매일 갔습니다. 일 끝나고 매일... 평일 주말 할거 없이 거의 상주하듯이 3개월동안 탔어요.
키커도 여기서 처음 뛰어봤고.. 친해진 사람도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음식이 형편없는 폴란드에서 제일 맛있게 먹었던게 정상 오두막에서 파는 샤슬릭이었습니다.
아마도 다시 갈 일은 없겠지만 제게는 양지만큼이나 고향같이 느껴지는 곳이네요.
4. 프렌치 알프스 르 두 알쁘
여긴 이탈리아 토리노 출장갔을때 왕복 8시간을 달려서 보드타러 갔던 곳입니다.
제가 가본 곳 중에서 해발고도로 치자면 제일 높았던거 같아요. 3800미터였나?
5월이라 거의 얼음판이었지만.. 알프스 풍경은 처음으로 제대로 봤던 곳이구요.
렌탈한 보드도 형편없고 부츠도 너무 크고 총체적인 난국이었으나... 알프스 다시 오겠다는 다짐을 하게 된 계기입니다.
5. 오스트리아 알프스 생 안톤
오프피스테를 처음 경험해본 곳입니다.
하루만에 눈이 1미터가 쌓이는 경험도 처음 해본 곳이고요.
모든 것이 좋았습니다.
눈이 미친듯이 이틀오고 그 다음 하루는 말도 못하게 맑다가 다시 눈이 쏟아지는..
가슴이 뻥 뚫리다못해 시릴지경인 풍경이야말로 알프스에서 보드를 타는 제일 큰 이유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요..
앞이 안보이도록 눈이 쏟아지는 곳에서 헤매다가 겨우 찾은 오픈 안한 까페 처마에서 눈을 피하며 마시던 커피는 잊을 수가 없습니다.
니세코 비용이 많이 올라서... 이제는 겨울 휴가지를 여기로 할까 싶어요.
6. 일본 북해도 니세코
올해 1월 말부터 일주일다녀왔습니다. 체류기간 동안 눈이 2.5미터정도 왔고요.
좋은 점은..
역시 한국에서 비행기 세시간이 안 걸린다는 곳인데 눈이 엄청 온다는 것
렌트카가 없으면 거동이 불가능한 유럽에 비해서 버스로 접근 가능하다는 것..
그랜드 히라후에 숙박할경우 편의시설이 참 많다는 것.
장엄하지만 무서운 느낌도 드는 알프스에 비해서 산이 굉장히 포근하다는 것.
조심해서 탈 경우에 위험하지 않게 오프피스테의 맛을 볼 수 있다는 것.
안 좋은 점은..
블랙 다이아몬드 슬롭이 솔직히 블랙다이아몬드 급은 아닌 것 같다는 것.
전체적으로 경사가 좀 약해서 가슴이 오그라드는 맛은 없다는 것
슬롭이 좀 단조로워서 온피스테는 솔직히 재미가 없다는 것..
상업화 진행이 너무 빨라서, 거의 100년동안 관광지였던 생안톤보다 더 관광지 같은 느낌이 든다는 것.
그래도 이미 내년 비행기랑 숙소 예약을 다 마쳤습니다.
근데 아마 내년 이후에는 아마 캐나다로 가든지.. 아니면 오스트리아 알프스로 가든지 할 것 같아요.
가까운건 정말 큰 장점인데, 이미 비용이 크게 차이가 안 나는 수준이 되어버려서...
아 눈 보고 싶네요. 눈
스크랩 해놔야 하는데...
폰에서는 안보이네요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