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2008년 늦가을 어느날..
서울 7호선 가산디지털단지에서 지하철을 타고 1시간 가량 걸리는 중계역 집까지 퇴근하는 길이였다.
'날씨도 쌀쌀한데 금방 겨울이 다가오겠구나..'
번잡한 열차 안에 앉아서 PMP로 드라마를 보고 있었다.
지하철이 출발한지 한 20여분이 지났을 쯤
핸드폰에 거친 진동이 울리면서 낯익은 번호 하나가 내 눈에 들어왔다.
'형 애들이랑 샵투어 하러 나왔는데 데크 뭐 사면 좋을까요?'
'형 타던 나이트로 T1 사든지 포럼이나 테크나인 중 재고 있는 것에서 골라봐..'
시즌이 시작하기 전에 새로 구입했던 장비마저 모두 처분하고
올해에는 꼭 회사일과 결혼 준비에만 집중하자고 다짐했었기에 친한 동생들의 애절한
학동소환술에 마저 나에 풍요로운 미래를 위한 열렙을 방해 할 수 없었다.
오...나의 이 굳은 심지와 정신은 정말 찬란한 미래와 비전을 나에게 보여줄 것이니라
멋진 30대 직장인의 힘찬 발걸음이여~
하지만 그때...음부에서부터 다가온 지름신의 검은 그림자는 믿음이 약한 어린양의
영혼을 송두리째 삼키려고 하였으니...
발끝에서부터 올라오는 나오는 알 수 없는 기운에 온몸이 매콤해졌고
참을 수 없는 매콤한 기운을 식히기 위해 학동역에서 내릴 수뿐이 없었다.
나의 의지와 정신은 중계역으로 향했지만 연약한 나의 육체는 거친 숨소리를 내 쉬면서
날짐승과 같은 빠른 발걸음으로 단숨에 학동언덕을 넘어 샵을 향해 달려가버렸다.
그 뒤로 몇 시간 동안 정신과 육체의 치열한 공방이 이뤄졌고 온몸에 힘이 빠진 상태로
집으로 돌아온 나에게는 몇 장의 카드 고지서가 손에 쥐어졌다.
내 눈 앞에는 인간의 힘으로는 도저히 혼자서 들고 올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보드 장비들이 방에 널 부러져 있었다.
그때 그 장비를 들고 온 나는 분명 내가 아니었다. 분명히..
그로부터 나는 추락하는 세계경제에 발맞추어서 배고픈 IMF시절을 보낼 수 뿐이 없었다.
'살로몬 앤써(Answer)'
"데크로써 나에게 실력향상에 해답이 되었지만, 내 위장 쓰린 배고픔을 안긴 장본인..."
[알림]
다시 한번 사전 공지를 하지만 절대적으로 이 사용기는 주관적이고 순수한 재미를 주고자
하는 글이니 이 글에 대한 맹신적인 판단과 확신으로 인한 금전적 정신적 피해에 대한
어떠한 책임과 법적 제재에 대한 책임이 없음을 알려주겠다.
하지만 장비사용을 통한 거짓 없는 진심어린 기록을 남기고자 이 글을 쓴다.
- 그간 사용했던 데크들~
0304~0405 : 나이트로 퍼니셔 157
0405~0506 : 지니어스 우드 153
0506~0607 : 버튼 숀화이트 152
0607~0708 : 캐피타 인도어 서바이벌 154
0708~0809 : 나이트로 T1 153
0809~0910 : 살로몬 라이엇 153
살로몬 앤써 156
호랭이굴 시승기를 통해서 타본 녀석들이라서 보딩시즌 최초로 데크 2장을 사용함
[데크평가 항목]
: 디자인/라이딩/트릭/파크최적/탄성/반응/유지보수/가격대비
1) 디자인: 항상 누누히 말을 하지만 데크의 뽀다구 기준은 베이스라고 생각한다.
살로몬의 디자인이 결코 구리지 않다는 것을 오피셜과 어니에서 보여주었다.
하지만 앤써에는 강한 뭔가가 없다. 나름 신경은 정말 많이 쓴 흔적이 있다만
의미를 알 수 없는 그림과 베이스 그려진 입 큰 원숭이 얼굴 뿐...
데크를 들고 슬로프에 지나가도 누구 한명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
오피셜처럼 강렬하게 만들어주지..돈 그림이라도 --;;;
2) 라이딩: 디렉셔널 트윈 데크, 셋백 10 그냥 누가봐도 평범한 디렉트윈데크라고
생각할 수 있겠지만 대나무로 만들어진 앤써는 분명 달랐다.
길이에 비해서 느껴지는 상대적인 가벼움 때문에 라이딩 시 불안할까봐
살짝 길게 데크를 선택했지만 그건 절대 오해였다.
부드럽게 쭉쭉 밀고 나가는 기분이라고 할까나 잠깐만 적응하면
스피드를 즐기는 라이더들에게도 만족을 줄 수 있는 그런 녀석이었다.
묵직하면서 힘있게 질주하는 느낌보다는 경량화된 조깅화를 신고
트랙을 뛰는 기분이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길이를 152를 선택하지 않고 156으로 길게 잡아서 그런지 몰라도
라이딩의 큰 불안함은 느끼지 못했다.
혹시나 평상시 길이로 잡았다면 흔들림이 있었을지도...하지만 경험하지 못해서~패쓰!
만약 앤써를 구입한다면 개인적으로는 가볍게 제작된 만큼 평상시보다 한 사이즈 길게 잡고
사용해 보는 것을 추천하고 싶다.
3) 트릭: 대나무하면 떠오르는 것이 한가지 있다. 부러질 듯 휘어지면서 튕겨내는 탄성
거기에 사기처럼 들리지만 저속에서 높은 탄성을 이끌어 낸다는 팝스터 코어 프로파일...
솔직히 이 두 가지 만 믿고 고른 앤써는 그라운드 트릭에 맘춤형 모델이였다.
가볍고 잘 휘어지는 데크의 성질에 맞춰 살포시 눌러줘도 바로 띠~용 튕겨주는 맛은
노즈와 테일을 이용한 프레스 아웃과 동시에 뭔가를 할 수 여유를 만들어주었다.
센터는 테일과 노즈보다는 소프트하게 느껴졌고 테일과 노즈는 힘을 충분히 받아낼 정도의
적당한 플렉스였다. 절대로 스펙만 보고 탄성없이 가볍고 소프트한 데크로 오해하지 않았으면 싶다.
말그대로 프리스타일의 모든 것을 갖추기 위해 바둥거린 흔적이 담긴 데크이다.
그라운드 트릭을 주로 하는 보더라면 앤써를 기억해야 할 것이다.
4) 파크최적: 라이엇을 실컷 타고 앤써를 이용한 시즌 중반 부터 파크에 거의 들어가본 적이 없었다. (부상에 트라우마 On -_-;; 후덜덜)
겨우 3회 들어가서 놀아보았기에 이점에 대해서 뭐라고 논할 수가 없었다.
한가지만 적자면 괜찮은 팝 및 키커 진입 시에 가벼움은 라이엇에서 느끼지 못했던
쌍큼함이 있었다. 이점에 대해서는 타이거월드를 방문하게 되면 적어보도록 하겠다.
괜찮다면 누구 빌려줘서라도 이 녀석의 능력이라도 검증 받았으면 싶다.
그래도 기본 이상은 하겠지 라는 영혼의 소리에 이끌리어 보통의 평점을 주겠다.
5) 탄성: 위에도 언급했지만 가벼움과 탄성 하나만을 보고 선택한 녀석이라서 앤써의 탄성은
어느 누구도 불만을 가지지 않을 정도로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노즈던 테일이던 쉽게 쉽게 탄성의 맛을 달짝지근하게 느낄 수 있다.
살로몬 공식 홈페이지에 설명보면 친환경소재와 탄성에 대한 언급을 많이 해놓았다.
시승 후 개소리말라고 따질 수도 있다만 적어도 과대과장 포장은 아닌 것 같다.
밤부 팝스터코어 간만에 실감이 가능한 기능을 만났다.
6) 반응: 살로몬의 대표적인 ABS 사이드월 방식을 사용하지 않고 대나무를 이용한 사이드월 방식을
사용했다고 하는데 뭐 방식이 뭐던 간에 기존에 타고 있던 라이엇과는 그립력 부터 틀리다.
힘에 방향에 정해져 있는 길을 가는 느낌보다는 미세한 힘조차도 잘 반응하면서
방향을 만들어가는 그런 녀석이다.
도끼로 내리찍듯이 슬로프를 가르면서 내려가는 느낌을 원한다면 앤써는 선택 않는게 좋다.
중저속에서 다양한 움직임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데크을 원한다면 Answer(해답)가 될 것이다.
그리고 라이딩 시에 느껴지는 리바운딩에 대한 언급을 정확하게 표현하기가 힘들다.
라이딩 시 튕겨주는 맛은 분명히 있는데 불안하다고 느껴질 수 있을 만큼 가볍다.
부족한 라이딩 실력에 깝치다가는 분명히 슬로프에 나뒹구를 수 있으니 주의 바란다.
허나 이 모든 것에 익숙해지고 나면 금방 앤써를 즐길 수 있을 것이다.
7) 유지보수: 엔써는 지금까지 사용한 데크 중에 왁싱을 자주 안해 준 데크 중에 하나이다.
슬로프의 상태 때문에 그랬는지 처음 기계 왁싱 되어서 나온 상태가 좋아서 그런지
시즌 중에 왁싱은 단 한번 했을 뿐이다.
좀 안나간다 싶으면 수시로 왁싱을 했기에 귀찮았는데 의외로 대나무빨이 오래버텨준 듯 싶다.
그리고 한 시즌 버티면서 탑시트가 깨끗한 것도 오랜만인 것 같다. 깨진곳이 전혀 없다.
노즈나 테일에 이곳 저곳 깨져야 보통인데 한시즌 빡세게 사용하고 이만큼 깨끗한 것 놀랍다.
직접 만져보면 알겠지만 기존의 플라스틱(유,무광) 소재와는 분명 틀리다. 아마도 그 때문인 듯 싶다.
살로몬 제품이기에 고객지원센터의 강한 후광 또한 유지보수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8) 가격대비: 대나무라는 특별한 소재를 사용하여 제작한 데크라고 하니 분명히 가격은
비싸다고 생각했었다. 시즌 초반부터 이미 동이 나서 구하기 힘들었던
오피셜의 대항마로 선택한 앤써였지만 가격은 그리 비싸지 않았다.
비싸지 않기 때문인지 몰라도 돈 값을 해준 데크임에는 분명하다.
한두 시즌 지나면 앤써가 살로몬에서 주목받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중고장터에서도 인기 품목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예측한다.
뭐 원래 가격이 비싸지 않으니 중고로 내놔도 별로 손해 볼 장사는 없을듯 --;;;
마지막으로 살로몬의 가격정책이 올해에도 고객들에게 기쁨을 주었으면 싶다.
P.S : 본 이미지 자료는 네이버 웹툰 <마음의 소리>의 조석님의 자료를 사용했음을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