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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 수필, 방망이 깎는 노인




벌써 몇시즌 전 일이다.

 

내가 그트 좀 한다고 꽃보더나 리프트 탑승장 앞에서 깐족데던 때다.

 

둔내 파출소 옆골목 누추한 컨테이너 박스 안에는 엣징의 달인이라는 개츠비라는 옹이 있었다.

 

 일본 프로들도 이 영감에게 엣징을 받으러 웰팍으로 원정온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였다.

 

당시 사귀던 여친의 47/48 낡은 살로우만 아이비를....... 엣징을 부탁한다고 맡겼다.

 

면밀하게 바라보다가 드디어 엣지에 야스리가 스치운다.

 

 

 

"좀  싸게 해주실 수 없습니까?" 했더니,

 

 

"엣징 하나가지고 에누리 하겠수?  비싸거든 서울에 가서 에스비 닥터에 맡기시우."

 

 

 

      대단히 무뚝뚝한 옹이었다. 값을 에누리 하지도 못하고, 다이아몬드 스톤질이나


곱게 잘해달라고 부탁했다. 시간이 아무리 흘러도 그는 잠자코 열심히 야스리질을 하고 있었다.

 

처음에는 빨리 하는 것 같더니,  저물도록 이리 돌려보고 저리 돌려보고 노우즈와 테일도

 

야스리질 하고 마냥 쓸데없는 늑장이다.

 

내가 보기에는 이만하면 스톤질로 넘어가도 됬는데, 자꾸만 야스리만 잡고 있다.

 

인제 다 됐으니 스톤질 대충 하고 돌려달라고 해도 통 못들은 척 대꾸가 없다.

 

오후 셔틀 시간이 빠듯해 왔다.

 

갑갑하고 지루하고 초조할 지경이었다.

 

"스톤질 안해도 좋으니 그만 돌려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내며,

 

"꽃보더도 휘팍에서 번호좀 따여봐야지 꽃보더 소리 듣지, 웰팍에서 번호좀 따였다고 

바로 꽃보더 되나?!"

 

한다. 나도 기가 막혀서,

 

"타는 사람이 좋다는데 무슨 야스리질을 더 한다는 말이오?개츠비 영감...진짜 강씨고집

이시구먼, 셔틀시간 당도 한다니까요."

 

개츠비 옹은 퉁명스럽게,

 

"나머지는 에스비 닥터에 가서 시마이 하시우. 난 안갈겠수."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셔틀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지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알아서 튜닝해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엣지만 거칠어 지고 늦어진다니까. 엣지라는게 회칼갈듯 정성스레

갈아야지.  야스리질 대충 하다가 그만두면 슬로프가 잘 썰리것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근데, 이번에는 스톤질 하던 것을 무릅에다 놓고 태연스럽게  놀러온 손녀딸 옥희랑 츄러스를

 

나눠먹지 않는가.

 

     나도 그만 지쳐버려 휘팍에 놀러간 웰팍 너구리 모냥 하염없는 구경꾼이 되고야 말았다.

 

옥희가 추러스를 다 먹고 셔틀타러 뛰어가 버리자. 개츠비 옹은 그제서야 이리저리 데크를 들어

 

엣지각을 대충 살펴보더니 다 됐다고 돌려준다.

 

     사실 다 되기는 옥희가 추러스 얻어 먹으러 오기 전부터였다.

 

어처구니 없이 오후 셔틀을 놓치고, 저녁 셔틀로 상경해야 하는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 따위로 엣징을 해 가지고 장사가 될 턱이 없다. 라이더 본위가 아니고 꼴통할배 제 본위다.


그래 가지고 시간만 되게 부른다. 주말보더의 스케쥴도 모르고 불친절하고 무뚝뚝한 영감탱이다.'

 

생각할 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돌아보니 개츠비 옹은 태연히 사타구니를 긁으며, 휘팍 웹캠을 들여다 보고


있다.  분명, 오늘의 꽃보더 VJ 에게 별풍선을 뿌잉뿌잉~ 쏴주고 있던 것이다.

 

       그때 그 모습을 보니, 과거 웰팍 너구리 1세대들과 비운의 ASKY 독거 노인들의 말로를

 

보는 것 같아 사뭇 안타까워 보였다.

 

 눈깔 마져도 크롬 도금 고글을 쓴듯, 도통 무슨 생각인지 알 수 없었고,

 

허접잖게 기른 백발 수염으로 보아 꺼져가는 화톳불에서 청춘의 불씨를 찾아 헤메이다, 

 

간지를 날로 주워먹으려는 꼬질함이 베어 있었다. 

 

...................이렇게, 개츠비 옹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減殺)된 셈이다.

 

    다음 주말, 웰팍 슬로프에 올라가니 먼저온 여친이 데크를 기다리고 있었고,

 

빌어먹을 웰팍 너구리들이 간만에 출현한 꽃보더가 너무 신기한지 주위에서 킁킁데며 맴돌며,

 

 누가 번호를 딸 건지 가위바위보로 내기하고 있었다.

 

내가 조금만 늦었다면 하이에나 탈을 쓴 너구리들이 구닥다리 아이폰 25S 를 여친에게 


들이데며  전번을 구걸했을 것이다.

 

     여친이 막상 슬로프를 몇번 타더니, 새 데크보다 좋다고 야단이다.

 

전설의 오토리버스 카빙 머신이 따로 없다는 것이다.

 

 내 눈으로는 종전 엣지나 튜닝 후나 별 다른 것을 도통 알 길이 없었다.

 

그러나 꽃보딩 10년차 여친의 설명을 들어보니 사이드 엣지각이 너무 서있으면 역엣지가


잘 걸리고,  파이프나 킥커에서 크게 위험할 수 있단다.

 

  그래서 몇몇 고수들은 베이스각을 마이너스 각도로 깎아주는데 다만 너무 깎아주면 카빙시 

 

엣지가 제때 안걸려 지빙 막데크로 전락 되기 일쑤란다.

 

요렇게 제대로 된 사이드컷의 엣지각을 지닌 데크는 좀체로 만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개츠비 영감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바야흐로 시즌이 완전히 끝나고 벚꽃이 만개했다. 

 

비시즌에는 벚꽃잎 처럼 봄바람과 함께 어디론가 사라졌다가 설악산에 첫서리가

 

내리면 홀연히 나타나 묵묵히 사타구니를 긁다가 엣지를 깎고 있을 거라는 개츠비 옹의

 

고집스런 그 모습을, 저 멀리 다가올 겨울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추억해 본다. 

 

엮인글 :

주머니가헝그리

2015.03.03 17:08:24
*.15.139.79

이런 시리즈가 많이 있었죠. 옛날에 서바이벌 카페에서 BB탄총 깎는 노인이 그나마 그억에 있네요 ㅋㅋ

돌섬

2015.03.03 17:08:53
*.18.175.93

추천을 11개를 드릴수가 없어 1개만 드리는 제 마음 널리 이해해주시길...

뎁뎁뎁

2015.03.03 17:09:08
*.222.229.22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꿀잼이네요

clous

2015.03.03 17:12:36
*.102.19.212

나도 옛날 패러디 하나 올려 볼까... ㅋㅋㅋㅋㅋㅋ

휘팍스커지

2015.03.03 17:13:24
*.62.204.22

정독했습니다..ㅋㅋㅋㅋㅋ

스토너

2015.03.03 17:20:23
*.39.107.67

으앜ㅋㅋㅋㅋㅋㅋㅋ이거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나인™

2015.03.03 17:26:31
*.33.73.143

좋은글이네요...추천하고 갑니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RockQ

2015.03.03 17:39:11
*.70.57.154

개츠비님 글중에 갠적으로 잼께봤던거였는데 업그레이드됐네여 ㅋㅋ다시보니 방가워여^^

소리조각

2015.03.03 18:18:54
*.90.74.125

이게 뭐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필력 여전하시네요 ㅋㅋㅋㅋㅋ

뛰뛰뿡뿡

2015.03.03 18:41:24
*.223.32.111

ㅋㅋㅋㅋㅋ 크롬도금고글 허덥잖게 기른수염 ㅋㅋㅋㅋ 야스리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MASTA

2015.03.03 19:28:33
*.153.156.185

진심 필력이 제 눈을 의심할정도..의 디테일, 그리고 경이로움ㄷㄷ

가이스트

2015.03.03 19:51:18
*.62.202.11

헛점을 발견했다! 벌써 몇시즌전의 일인데 웰팍이라뇨 성우죠ㅋㅋㅋ 그래도 재밌으니 추천!

노인공경

2015.03.07 14:08:02
*.62.163.67

핵노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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