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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사에서는 수평 힘은 작고 수직 힘은 크지만 급사로 갈수록 수평 힘은 커지고 수직 힘은 작아지게 된다. 즉 완사에서는 라이더를 당기는 힘은 작지만 라이더가 슬로프에 밀착하는 힘은 크다. 따라서 완사에서는 작은 가속력과 큰 접지력을 가지게 된다. 반대로 급사에서는 수평 힘이 커지고 수직 힘이 줄어들어 큰 가속력을 가지는 대신 접지력이 줄어들어 더 어려운 라이딩이 되는 것이다.
2. 수평 힘에 대한 거부감
지금까지 급사가 더 어려워지는 구조적인 원인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단지 이러한 구조 때문에 급사가 더 어려운 것일까? 사실 급사가 더 어려운 이유는 오히려 이러한 급사의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이미 이야기 한 것처럼 스노보드 라이딩을 중력에 의한 ‘미끄러짐’ 정도로 이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완사와 급사의 이미지는 아마 다음과 같을 것이다.
3. 급사를 대하는 생각의 변화 - 수평 힘에 순응하기
이와 같은 수평 힘에 대한 거부는 완사보다는 급사에서 더 큰 문제를 낳게 된다. 완사에서는 두 자세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 ‘똑바로 선’ 자세를 취해도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슬로프의 경사가 급해질수록 더 많이 뒤로 눕는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라이딩이 더욱 어렵고 힘들어지는 것이다. 게다가 완사와 급사의 차이는 수평 힘이 얼마나 강하냐의 차이이고 결국 급사를 가는 이유는 (허세나 호기심이 아니라면) 이렇게 강한 수평 힘을 이용하여 라이딩을 하기 위해서인데, 급사에 와서 꼿꼿이 서서 수평 힘에 반하는 자세를 유지하려고 한다면 급사에 올라와야 하는 하등의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럴 바에야 완사에서 정상적인 라이딩을 하는 것이 훨씬 나을 것이기 때문이다.
즉 급사를 잘 타기 위해서는(완사도 결국 마찬가지이지만) 이와 같은 수평 힘에 몸을 적극적으로 노출시키는 공격적인 마인드가 필요하다. 다만 이 수평 힘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면 아직 그 슬로프에 적응이 좀 더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될 것이고, 반대로 이 힘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면 더욱 경사를 높여야 한다는 말이 된다. 이러한 이해와 준비 없이 무작정 급사에 올라가서 수평 힘을 버거워하거나 저항하면서 타는 것은 마치 스포츠가 뒤에 끌려가면서 너무 빠르다고 불평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사실 엄밀히 따지자면 두 경우는 완전히 다른 구조이긴 하다)
4. 뉴트럴 자세의 진실
수평 힘에 대한 거부감은 뉴트럴 자세에도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론적인) 뉴트럴 자세는 턴과 턴의 중간 부분에서 데크가 슬로프에 완전히 평평하게 달라붙는 플랫 상태를 말한다. 따라서 이때에 라이더는 수평 힘에 100% 노출되게 되는 것이 정상이다.
이러한 뉴트럴 상태에 대한 잘못된 이해는 초보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 원인이기도 하다. 초보 단계에서는 토턴과 힐턴을 연결하지 못하고 따로 연습하게 되는데, 나중에 이 두 턴을 연결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안정화 구간이 들어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안정화 구간은 연습을 위해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불필요한 구간임에도 불구하고 이것이 턴과 턴 사이에 들어간다는 이유만으로 이 상태가 ‘뉴트럴 상태’라고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특히 반복된 비기너 턴 연습은 이런 오해를 고착화 시키는데, 비기너 턴은 엣지 체인지 순간이 늦기 때문에 뉴트럴 상태가 턴과 턴의 중간에 올 수가 없고 항상 그 타이밍에는 ‘꼿꼿이 선 자세’를 취하게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비기너 턴 개념으로 턴을 이해하기 시작하면 나중에 카빙 턴을 할 때에도 뉴트럴 자세를 취해야 할 타이밍에 몸을 꼿꼿이 세운 ‘심리적인 뉴트럴 자세’를 취하기가 쉽다. 물론 이는 비기너 턴의 잘못은 아니다. 비기너 턴은 원래 그런 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비기너 턴 연습을 그리 권하지 않는 이유 중에 하나이기도 하다)
5. 뉴트럴 자세의 완성
그럼 왜 비기너 턴은 이런 구조를 가지는 걸까.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상적인 뉴트럴 자세는 매우 불안한 자세이며 라이더를 바로 턴에 돌입하게 만들기 때문에 라이더는 이 자세가 상당히 거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뉴트럴 자세가 없으면 트랜지션 (=엣지 체인지)은 일어나지 않고 턴도 불가능하다. 그래서 비기너 턴은 어떻게 하면 이 뉴트럴 자세를 더 쉽고 편하게 만들까에 포인트가 맞춰진 연습 법이고, 그 수단으로서 ‘순 로테이션’을 이용하여 데크 엣지를 자연스럽게 풀어버리는(=꼿꼿이 선 자세에서 뉴트럴 자세로 이동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트랜지션 전에 어떤 행동을 해서 좀 더 쉽게 뉴트럴 자세에 도달하려고 하는 시도가 비기너 턴의 핵심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초보 라이더들은 이런 ‘어떠한 행동’을 취하는 순간이 바로 턴의 시작이라고 착각하기 쉽고, 그러다 보니 뉴트럴 자세에 대해 오해가 생기는 것이다. 비기너 턴의 시작은 로테이션을 수행하는 바로 그 순간이라는 생각을 하는 것처럼 말이다.
문제는 중고급 라이더들이나 올바른 커리큘럼을 만들어야 할 강사들까지 이러한 착각에 빠져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카빙턴에서까지 자꾸 트랜지션 전에 어떠한 행동(토션, 로테이션 기타 등등)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이러한 행동들이 “간접적인 이유로” 트랜지션 과정을 유발하고 결국엔 뉴트럴 자세가 만들어지긴 하지만, 뉴트럴 자세의 타이밍을 망가뜨린 다는 점에서 썩 좋은 방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좀 더 노골적으로 말하면 카빙턴의 트랜지션 이전 상태는 아직 턴이 끝나지도 않은 그런 상황이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상태에서 자꾸 토션을 써야 한다고 말하거나 로테이션을 하면 턴이 더 잘 된다는 식의 커리큘럼을 강조하는 것은, 뉴트럴 자세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뉴트럴 자세가 턴의 중간에 와야 한다는 사실을 잊고 있다라고 밖에 생각할 수 없다. (물론 최근에는 로테이션 얘기는 좀 줄어들긴 했지만 말이다)
그럼 뉴트럴 자세는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그 내용은 이미 이전 칼럼 <축 이동>과 <엣지 체인지1,2>편을 통해 설명하고 있다. 즉 뉴트럴 자세는 ‘축 이동’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고 이러한 축 이동은 ‘크로스 힘’에 의해 이루어져야 한다는 내용이다. 몸과 데크가 크로스 되지 않는다면 절대로 트랜지션은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좋은 턴을 위한 핵심은 이러한 <수평 힘-뉴트럴 자세-트랜지션(엣지 전환)-크로스 힘>을 아우르는 큰 개념을 먼저 이해하고 그것을 수행하기 위해 필요한 게 무엇인지를 정확히 아는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이전 칼럼을 참조하시길 바란다)
그리고 이러한 이해가 바탕이 되어야만 비로소 토션과 로테이션에 대해 이야기할 준비가 되는 것이다. 토션이나 로테이션은 각각이 가지는 고유의 가치가 분명히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트랜지션을 만드는 수단으로 사용하는 것은 라이더가 슬로프와 턴의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토션이나 로테이션이 가지는 진짜 의미까지 곡해시켜 버리기 때문이다.
결국 이런 식의 커리큘럼에 충실한 라이더들은 턴의 수준이 평생 비기너 턴의 아류에 머물 수밖에 없게 된다.
6. 결론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이번 칼럼의 내용을 요약해 보도록 하자.
힘의 구조로 보았을 때 급사에서는 수평 힘이 강하기 때문에 분명히 완사보다 어려운 것이 맞다. 하지만 급사를 더 어렵게 만드는 것은 오히려 이런 힘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여 수평 힘에 저항하려고 하는 잘못된 노력 때문인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따라서 수평 힘에 대한 이해와 이 힘을 얼마나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활용하느냐가 급사에서 올바른 라이딩을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급사에 적응하기 위해 흔히 거론되는 직활강 연습 역시 그 본질은 수평 힘에 적극적으로 몸을 노출 시키기 위함임을 본다면 이러한 수평 힘에 대한 적응도가 따라 급사의 난이도가 차이 나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쉽게 예상해 볼 수 있다. 그러므로 이러한 구체적인 연습 방법과 동시에 수평 힘에 대한 올바른 이해까지 갖춰진다면 훨씬 더 목표 의식을 가지고 급사에 적응할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직활강보다는 테일 점프를 추천)
그뿐만 아니라 이렇게 수평 힘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자세는 뉴트럴 자세를 만드는 데에도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는 턴의 구성에도 큰 도움을 주게 된다. 따라서 급사냐 완사냐를 떠나서 여기에 대한 충분한 이해는 더 높은 수준의 라이딩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아이자와 모리오의 강습 영상 (https://www.google.co.kr/?gws_rd=ssl#q=%EC%95%84%EC%9D%B4%EC%9E%90%EC%99%80+%EB%AA%A8%EB%A6%AC%EC%98%A4&newwindow=1&tbm=vid ) 24분 30초 경에 급사 적응을 위한 테일 점프 숏턴 내용이 나옵니다.
직활강에 비해 속도가 컨트롤 되어 안전한 반면, 테일을 띄우기 위해선 더 과감한 체중이동이 필요해서 직활강보다 적극적으로 수평힘에 노출되게 됩니다. 템포 조절로 난이도를 조절할 수도 있기때문에 여러모로 직활강보다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뉴트럴을 잡기위한 제일좋은방법을 설명할때는 완전한 업(해방)을 함과 동시에 턴의 체인지지점에서 데크의 바닥을 슬로프에 전부 밀착시키고 다음턴의 시작을 해라! 라고 합니다 위의 칼럼에 일정부분 반대하는 의견도 있으나 전체적인 칼럼의 내용을 보면 좋은 칼럼이라고 생각드네요 오랜만에 좋은글 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