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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드문 빅베어슬로프에서 비기너 턴을 꾸물꾸물 시전하며 내려가는데 지난번 지산에서 쏜살같은 스키어와의 딥임팩트 이후 토턴때 뒤에 가까이 오는 사람이 없는지 슬로프 위쪽을 확인하는 습관이 있어서 뒤쪽을 팩트체크 했더니 산쪽 펜스에서 큰 곰이 넘어와 이유는 모르겠지만 믿을 수 없는 속도로 나에게 달려들어오길래 계곡쪽으로 확실한 수신호와 함께 "큰 곰이 나타나서 직활강이다!" 외치며 돌아서는 찰라 과도한 로테이션과 전경으로 노즈박힘으로 자빠졌는데 아무리 잡아당겨도 눈속에서 이 미친 노우즈가 빠지지가 않아 전신이 오징어처럼 말려들어가며 썩 좋지 못한 신음을 내뱉던 그 때,
거실에 누워있던 헤머뎈이 바인딩 인서트홀을 후비며 말했다
"넌 날 탈 수 없ㅇ" 그대로 일어나 헤머뎈의 멱살을 잡고 베어스로 출발-
17일, 오늘 13도.
오늘은 한번에 리틀빅 주차장으로 안착.
차에서 내려 매표소를 지나, 리프트 움직이나 안움직이나 먼저 확인.
욧시.
오늘도 매표소 창구에서 휴먼 실루엣을 찾아 표를 끊고 슬로프 진입.
초중급 리프트 모두 일광 건조중.
솟아오르는 기쁨을 흐으응 감추며 오늘도 리프트쪽에 스을쩍 세련되게 어프로치.
알바들 슬슬 나오면서 얼굴에 써있는 마음의 활자를 읽음. '어휴 저 번거로운 녀석'
오늘은 리프트기사님에게 음성명령말고 아이컨택으로 요청드림. 세련미 작렬
포크레인 후진할때 나는 소리나면서 리프트 발진.
햇볕에 바싹 마른 리프트라 그런지 왠지 더 쾌적한 기분은 기분 탓이겠지 그게 몇년된건데
캬캬캬 유시민은 국회로, 나는 빅베어 정상으로.
올라가다보니 꽃스키어? 두분이 잔디위에서 담소중이었고, 리틀베어 중간쯤에 초보꽃보더 한분이 있었음.
그녀는 마치 십자가를 짊어지고 골고다언덕을 오르신 예수님처럼 데크를 짊어지고 오르심으로써 우리를 용서받게 함으로 영광 돌려보내고
올라가면서 내려다보니 슬로프 상태는-
비록, 계절의 도래에 잠식당하고, 빛처럼 하얗게 달아올랐던 유일한 순간들이 지금은 그을음으로 갈변했지만 그래도 좋아,
너라서.
그렇게 서너번을 오르내리면서 알바들을 못살게 굴고, 슬로프 내려오자마자 약간의 작은 변의가 있어서 화장실쪽으로 발걸음을 딱 한걸음 돌렸더니, 빅베어 리프트 바로 멈춤.
리프트기사님이 나의 발걸음 하나하나까지 예의주시한다라는 생각에 나 지금 존중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과 함께 자존감 +1
그리고 한가지 새로웠던 점은
굳이 데크는 들고 다닐 필요가 없음. 데크가 멈춘 자리에서 스트랩 풀고 바인딩에서 나와서 아무데나 돌아다녀도 됨.
많은 알바님들과 리프트기사님이 내 데크를 지켜주고있다는 생각에 아 나 지금 존중받고 있구나, 사랑받고 있구나라는 느낌에- 지랄하네
잠시 후 화장실에서 나와 데크를 집어들고 빅베어 리프트로 재진입.
리프트 앉는 곳 즈음에서 강렬하게 낚아채는 리프트에 대비해 미리 중경에 뉴트럴 기마자세를 취하고 기사님께 '나님 준비완료임 돌려주셈' 눈빛을 보냄.
리프트 안틀어줌. ㅇㅇ?
이내 기사님 나오셔서 잇츠 정설타임뫄 하셔서 엊그제와 같이 돈까스까페에 가서 돈까스를 먹음.
야간은 예상대로 7시쯤부터 날박기 아주 좋은 단단한 습설이었지만 내가 날을 박은건 솔직히 아니잖아
다행히 불금이라 열 몇분 더 오셔서 더불어 라이딩을 즐기다가 빅베어리프트 중간쯤에서 전여친에게 오빠 뭐해로 시작하는 전화를 받고 그 뒤로는 기억이 없음.
돌아오는 내내 기억났던 한가지는-
비록,
계절의 도래에 잠식당하고,
빛처럼 하얗게 달아올랐던 유일한 순간들이
지금은 그을음으로 갈변했지만
그래도 좋아.
너라서.
또지랄하네
끗.
목화씨는그렇구..
언제 해바라기씨앗같이드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