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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휘발유 가격이 '지난 2002년 이후 최장 기간(19주) 하락'이라는 이례적인 기록을 세우고 있지만, 휘발유 가격은 여전히 리터(L) 당 1900원이 넘는 1920원 선에서 머무르고 있다. 지난해 7월 셋째 주 휘발유 가격이 1900원 아래로 하락하며 연중 최저가를 기록했던 것을 고려하면 휘발유 가격이 연속 하락한 기간(19주)에 비해 가격 하락폭은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또 휘발유 가격이 앞으로 더 내려갈 여지가 있는 것으로도 해석된다.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1월 넷째 주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922.5원을 기록했다. 19주 연속 하락세다. 그러나 이렇게 긴 기간 휘발유 가격이 내리는 사이 인하된 가격은 겨우 100원에 불과하다. 이는 하루 0.75원인 것으로 19주 동안 하루평균 1원도 내리지 않은 셈이다. 과거 국제 유가가 상승할 때 국내 휘발유 가격이 1주일에 100원가까이 큰 폭으로 오를 때와는 다른 모습이다.
한국석유공사는 "정유사들이 국제 유가 하락분을 국내 유가에 뒤늦게 반영하고 있는 사이,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이 크게 하락하면서, 국제 유가가 오르는 가운데서도 국내 휘발유 가격이 내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오랜 기간 내리는 것에 비해 휘발유 가격 내림폭이 적은 것에는 명쾌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휘발유 가격이 꾸준히 내리고 있지만, 국내 정유사들의 실적 전망은 나쁘지 않다. 석유 제품 정제 마진이 실적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정유사들은 일반적으로 국제 유가가 오를 때 휘발유 가격이 내리면 실적이 악화되지만, 대부분 경제 연구소와 증권사들은 올해 정유사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휘발유 가격이 이슈가 될 때마다 정유사들은 정제 마진과 시차 등 다양한 설명을 내놓지만, 결국 손해 보고 장사하지는 않는다는 것이 휘발유 가격 움직임에서 드러나고 있다"며 "소비자 피해로 돌아오는 휘발유 가격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새 정부가 더 머리를 맞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