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헝그리보더닷컴 이용안내] |
서른넷의 나이, 열심히 꿈을 쫓는 친구하나가 있습니다.
올초쯤에 돈을 빌려달라고해서 라식수술하려고 빼둔돈의 일부를 빌려줬었지요.
휴일이라 7시 조조영화를 보고
마트들러 4일간 집밥먹을 장을 보고 회사에 잠깐 나오기까지 핸드폰을 방치해둔사이
세통의 전화와 10개의 카톡과 1개의 문자가 와있더라고요.
꿈을 쫓는 그 친구에게서요.
연락해보니 방값을 빌려달라고합니다.
싫다고 했습니다.
저는 이상주의를 꿈꾸지만 결국 현실주의자라
친구가 고민상담을 해올때면 항상 현실적인 얘기를 많이하는편이었습니다.
최근에는 언니와 동생과 함께 살고있는 투룸을 혼자 나와서 독립을 하겠다더군요.
집이 안락한 곳이어야하는데 자기공간이 없고, 시끄럽다는 이유였습니다.
하반기에 박사시작할 계획중이고 그러려면 학자금대출을 받아야하고
연구원 월급으로는 학자금도 모자란데 독립이라니
원하는걸 다하고 살수있냐, 감당해야할부분이 있다. 그게 독립을 미루는거다. 이야기했지만
하지만 기여히 부동산에 들러 원룸계약을 하고 오더니
이제와 저에게 방값을 빌려달라합니다.
전 잘모르겠습니다.
제 기준에서 꿈을 쫓는 그 친구는
'꿈'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철들기를, 나이값하기를 미루고있는것으로 보입니다.
저에게 아쉬운소리하는 친구의 마음도 편하지 않을테고
또 한번 연락하기까지 백번은 망설였을지도 모르겠지만
당장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그 돈 몇푼 빌려주고싶지 않았습니다.
훗날
친구가 꿈을 이뤄 오늘의 일이 자존심이 상하고 자극하였다로 기억할지라도
눈앞의 현실을 바로볼줄아는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고
그렇지 않을거라면
그 친구가 즐겨말하는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란 말이 틀렸다는것을 깨달을 일이,
한 개인이 세상에 나와 꿈을 쫓는것 이외에도
자식으로서, 언니로서, 동생으로서, 친구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이 있다는 것을 깨달을 일이
영원히 없기를 바랍니다..
거절하신 것은 잘하셨습니다...^^ 친구분이 세상 물정을 모르기도 하고 철이 없어 보이기도 하고
또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만 전 그렇게라도 꿈을 쫓는 친구분이 굉장히 용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사족입니다만, 인생을 살아감에 있어서 정답은 없는 것이니, 그렇게 현실의 벽에 부딪히고
좌절을 느끼기도 하면서 삶의 안목을 키우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방법이기도 하지요.
현실과 쉽게 타협하는 게 옳은 것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저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가면
실용적일진 몰라도 그 이상 나아질 것은 없는 하루하루를 살아갈 뿐이거든요. 우리는 그런 삶을
살아가는 것에 안심하고 합리화하며 이내 자식들에게도 그런 삶을 강요하고 벗어날 수 없는 고리가
있습니다. 현실만을 직시하고 타협하면 훗날 남는 것은 자신의 삶을 살아오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남기 마련일 것입니다. 꿈이라는 것은 원래 모순덩어리에요. 누가봐도 엉터리로 보이고
철없어 보이고 또는 무모해 보이기도 하지요. 시간적/경제적 이유를 들이대기 시작하면 끊임없이
현실과 타협해야 하거든요. 저는 적어도 그런 면에서 친구분의 도전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봅니다.
친구분이 나무 위의 열매를 따기 위해 겁과 철없이 달려드는 아이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실패할 가능성도 가지고 있는 아이로 보일 수도 있겠구요, 하지만 때로는 꿈을 쫓고 도전하는
과정에서 실패하다 보면, 진짜 열매 따는 법을 터득할 가능성도 있을 거니 너무 타박하지 마세요...^^
저도 스물여섯살때 꿈을 쫒는다고 학교도 휴학하고 했던 적이 있었죠. 쥐꼬리만한 고료받으면서도 꼴에 작가라고 그러고 다녔던게 지금 생각하면 참 이불킥감....
꿈을 쫒는다는건 참 아름다운 일이지만, 제 생각에 그때의 저는 그냥 현실에서 도망쳤던 것 같아요. 공부는 하기 싫고, 열심히 일하는 것도 싫고, 그냥 설렁설렁 놀면서, 대박한번 쳐서 부자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 한심했었죠. 나중에 남은건 엉망인 학점과 모조리 지나간 20대...
꿈을 쫒아서 성공한 사람들이 얼마나 부지런하고 열심히 했었는지도 모른채...
심지어 남들이 혀를 내두르만큼 힘들게 노력해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도 수두룩한 세상인데...
꿈을 쫒는건 좋지만, 그게 현실의 도피처가 되서는 안됩니다. 특히 예술하겠다고 하는 사람들중 그런 사람 많이 봤는데, 제대로 노력하고 있는 사람은 열에 두세명 정도가 다입니다.
잘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