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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헝글대표 눈팅족 잃어버린카빙 입니다 (_ _);
그냥 갑자기 가볍게 쓰고 싶은 주제가 생각나서 짜투리 시간에 써봤습니다.
지금까지 쓴거랑 아주 많이많이 성격이 다르다는 말씀을 미리 드리면서...
웃자고 쓴거니 한번 웃어주시면 감사하다는 말씀도 함께 드리면서...
오늘도 역시 재미 없을지도 모른다는 말씀도 역시 드리면서... ㅠㅠ
그럼 오랜만에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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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스에서 이름도 빛도 없이,
문파도 없이 한 무명소졸로 강호에 뛰어들어
의지와 관계없이 자동으로 뛰어지는
삼단 둔덕 점프를 빙자한 맛있는 사과 쪼개기와 함께
육체적 강함을 익히고... (ㅠㅠ)
슬로프에 반짝반짝한 빙질 이외엔 아무도 없어서
수행자의 정신력을 삼배 이상이나 올려준다는 양지에서도
넘어져도 창피할게 *-_-* 없다는 마음하나로
열심히 슬로프를 낙엽으로 쓸고 다니며 정신력을 길렀다.
또, - -)
치악산, 선자령, 함백산의 정기를 동시에 받아
선천적으로 강한 기운이 내재되어 있는 곳인데다가,
수행자의 정신을 한 순간에 미혹시켜
문득 정신을 차려보면 카지노란 땅에서 영혼까지 탈탈 털려버리고
꿈에서나 그리던 무념무상보딩을 가능하게 한다던 하이원.
그곳에서도 살아 남으며 내공을 길렀다.
마지막으로
강호의 면벽 폐관수련자들이 많이 찾아오는 웅플동굴을 찾아가
뿜어져나오는 초고수들의 기운에 눌려서
여기가 어디인지 정신마져 혼미해져버릴 그 때,
속세를 초월한듯 공중에서 두바퀴나 돌아버리는 한 초인을 만나
"세상에 너의 뜻을 널리 알리라"
... 는 원포인트 가르침을 듣고 '알리' 까지 익힐 수 있었으니.
-_-...
이제는 조금 자신감이 생겨서 였을까.
홀로... 그 곳을 가보기로 했다.
내공이 3시즌 이상 수행한 삼갑자 이상이 아니면 버티지 못한다는 그 곳.
각 던젼 마다 크고 작은 마물(Big shopdory & Small shopdory) 들이
수행자의 정기(cash)를 빨아먹으려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는 그 무서운 곳.
각 종 이월영물과 신상보물들이 나를 가져가 달라고 소리를 지르지만,
아무 댓가 없이는 가지고 나올 수 없다는 황금률의 땅.
이름조차 함부로 담기 어려운 바로 그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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虐 疼! 학 동!
모질 <학> 자에, 아플 <동> 자를 써서.
수행자는 그 땅을 한 번이라도 밟는다면
모질만큼 아픔을 겪지 않고는
돌아 나올 수 없다는 그 궁극의 땅.
나는 그곳을...
다시 한번 찾아가 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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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몇 년 전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홀로 수행에 입문하여 신세계를 접하곤 유레카! 를 외치며
내 장비 하나 가져보겠다고 그곳을 홀로 방문했던 적이.
그 때 나는 -_-...
강호의 비정함과 무서움을 혹독히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기본스킬이 되어버렸지만,
수행자의 최소한의 방어를 도와주는 방어구인
스마트폰이라는 무기가 없어서 더 그랬을거다.
집에 와서 검색한 인터넷 가격비교 창에선
오늘 내가 맞은것이 무려 ㅠㅠ
눈탱이와 죽빵의 2단 콤비네이션 인 것을 알 수 있었고.
뭣도 모르고 바로 스키장으로 직행해서
장비를 신나게 사용해버려 교환과 환불조차 불가능 하다는 것을.
그런 쓰라린 기억들이
오늘의 날 이렇게 강함만을 추구하게 만든 것 일지도 모른다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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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와 같은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
오늘은 미리 가야할 던젼들을 미리 정해 놓고
조심스럽게 첫 던젼에 들어갔다.
'오호라... 여기는 단추사의 제품이 많구나.
나를 미혹시키려 이리도 휘황찬란하게 빛을 내고 있지만,
단추사 제품들은 가장 기본 아닌가! 내 다 꿰고 있지-_-)...'
"어서오세용! 뭐 보러 오셨어용^-^)?"
나의 눈을 현혹시키기에 충분한 절세미녀가 나를 맞았지만
나는 한번 주욱 둘러보고 난 후
짐짓 아무 내색치 않고 담담하게 말했다.
"여기 부츠 하나 내 와 보게."
"어떤거 찾으세요? 이거 올해 신상인데 제일 잘나가는 이옹 이라고...
특별히 손님은 30% 해..."
"갈!!!!!!
감히 시즌 끝물에 겨우 30%에 팔겠다는 말인가!!
그것도 한두푼도 아닌 이옹을!!!!!!"
-_-;; 이라 외치고 싶었으나
아직 사자후를 발하기에 내 내공은 많이 부족했고;
도무지 비싸서 발에 걸칠엄두도 못내보았던 신상보물을 눈앞에서 보니
내 의지와 관계없이 내 발은 이미 부츠 속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하... 고놈 참 땟갈 곱다...
이녀석이 말로만 듣던 슬로프에서 축지법 기능이 탑재된 이옹인가?'
헉 -_- 내가 무슨소릴 한거지.
뒤늦게 후회 했으나 때는 늦었다.
십수년간 독심술을 단련했을게 뻔한 그녀가 내 말을 못들었을리가 없다.
그녀가 내 옆에 조금 더 다가온다.
"손님이 잘 아시겠지만, 이녀석 만한 제품 없어요 ^-^) 잘 아시잖아요 홍홍홍?"
크흑;;
첫 던젼부터 내상의 신호가 전해져 온다.
안된다.
여기서 이걸 사버리면,
난 쓰리퉤팀퉤는 고사하고 아무것도 내년시즌을 준비할 수 없어.
거기다 30% 밖에 안한다는데...
ㅠㅠ 안된다...
안된다...
의식이 멀어지고 자동으로 cash 가 빨리려는 그 순간.
집에 널부러져 있는 다 찢어진 바지와 장갑이 생각 났다.
그래.
오랜시간 함께 동거동락했던 그녀석들이 있었지. -_-
이젠 그만 보내주어야 할텐데,
내가 너희를 너무 오래 잡고 있었구나.
여기서 단추 이옹을 사버리면 너희는 또 고생할 수 밖에 없어.
"크험... 미안하지만, 내 다음에 다시 오겠네..."
하며 부츠에서 발을 빼자,
거의 다 됐었는데 아쉽네 _ _);;
라는 표정으로 인사하는 그녀를 볼 수 있었다.
음.
이 얼마나 무서운 곳인가.
정말 잠시도 방심할 수 없는 곳이었다.
하지만,
나도 예전의 내가 아니다.
지난날 눈물어린 수련이 없었다면,
난 이미 영혼까지 탈탈 털려 그곳에서 나올수 없었을거다.
그 순간
지난 시즌 잠깐 웅플에서 만나
나에게 큰 깨닳음을 주었던 초인의 말이 떠올랐다.
'자네 혹시 학동 가본적 있나?'
'네... 한번 가보긴 했습니다만, 영혼을 털리고 왔었습니다.'
'끌끌끌... 다음에 간다면 꼭 이 말을 기억하게.
장비는 거들뿐.'
'네? 무슨 말씀이신지...'
'하아~ 눈 녹는다 여기도 이제 짐 뺄 준비 해야겠구만!'
나같은 범인은
그땐 그게 무슨소린지 잘 이해할 순 없었으나
그 말을 부적같이 여기고 남은 동굴을 탐험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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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질 무렵.
학동에서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피곤해서 그런지 머리가 조금 지끈지끈 하다
하지만,
손에는 학동 좌판에서 샀지만 아주 훌륭한 이월 장갑과
떼가 아무리 묻어도 티가 나지 않을 검은 바지가 들려 있었기에
마음은 행복감에 가득 차 있었다.
조심스레 지갑과 영혼을 체크해 보았더니
충분한 양의 cash 가 남아 있었다.
아... 드디어 나도 고수가 된 것 인가.
학동에서도 혼자 살아남을 수 있을정도의 내공을 가지게 된 것인가ㅠㅠ.
그때.
- 띠롱 -
한 통의 문자가 날라왔다.
- 고객님께서 발송요청하신 상품이 출고 되었습니다, GG택배 -
-_-? 음? 모지?
나 요즘 택배 시킨거 없는데?
문자를 닫으려는데
그 밑의 카드사용문자가 보였다.
119질러스포츠
00:00:00
1,200,000
12개월
????????
-_-????????????
ㅡㅡ????????????????
지끈지끈 했던 머리가
갑자기 깨질듯이 아파왔다.
순간 화악!
흩어져 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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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 혹시, 망치 라고 아나? 해머 라고도 한다네...'
'자네 혹시 요즘 카빙이 잘 안되지 않나?'
'허허 망치엔 역시 이 바인딩이지... 아무거나 쓸수 없지 않은가!'
'이거 예판 가격이라 이렇게 되는거네... 다른땐 어림도 없어, 암!'
'혹시... 어디가서 소문내면 안되네... 특별히 자네니까 주는걸세...'
순간 아무말도 하지 못하고 자리에서 굳어버린 나는
주화입마라도 입은모냥.
내 영혼의 지갑을 붙잡고 쓰러지고 말았다.
그래도 지금의 고통은
앞으로 카드의 노예로 살아야 할 날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닌것을 알기에
눈물이 한방울
또르르 뺨을타고 흐르는 것이 느껴졌고
아직 차가운 겨울바람은 눈물을 금방 식혀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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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동.
모질 <학> 자에, 아플 <동> 자를 써서
한번이라도 그 땅을 밟은 수행자에게는
견디기 힘들만큼의 모진 아픔을 준다는 곳.
하지만 혹자는 학동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學 冬! 학 동!
배울 <학> 자에, 겨울 <동> 자를 써서
수행자들에게 겨울을 배울수 있게 해준 다는 땅.
자만했던 나는
그곳에서 오늘 겨울을 배울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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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겨울은 참 짧은거 같네요.
모두 부상없이 겨울시즌 잘 즐기셨는지 궁금해집니다. ^^
엊그제 홀로 학동에 다녀와봤는데요,
요즘 할인률이 어마어마해서 영혼까지 빨려들어갈뻔 하다가
겨우 참고 가시는 분들 조심하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서 한번 써봤습니다.ㅎㅎ
그럼 혹시 아직 시즌이 남으신 분들은 마지막까지 안전하게 보딩하시라는 말씀 드리면서!
다가올 비시즌도 모두 재미있게 보내셔요 >_<!
또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