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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헝글 자게를 하면서 본 일이다.
추레한 잦뉴비 하나가 운영자에게 떨리는 손으로 레벨 11 아이콘을 내놓으면서
"황송하지만 이 레벨이 정녕 11 레벨인지 좀 보아 주십시오"
하고 그는 마치 선고를 기다리는 죄인과 같이 운영자의 입을 쳐다본다.
운영자는 뉴비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다가 레벨 11 아이콘을 유심히 보더니
"좋소"
하고 내어준다. 그는 '좋소'라는 말에 기쁜 얼굴로 아이콘을 받아서 마우스 깊이 집어 넣고
절을 몇 번이나 하면 간다.
그는 자꾸 뒤를 돌아보며 얼마를 있다가 또 다른 서포터를 찾아 갔다.
품속에 손을 넣고 한참을 꾸물거리다가 다시 레벨 11 아이콘을 보여주며
"이것이 정말 레벨 11이 맞습니까?" 하고 묻는다.
서포터도 호기심 있는 눈초리로 바라보더니
"이 레벨 어디서 훔쳤어!" 그러자 그는 떨리는 목소리로
"아닙니다. 아니에요"
"그럼 아이디 해킹이라도 했다는 말이냐?"
"누가 그렇게 높은 레벨을 털리겠습니까? 아이디라도 잃어버리면 비번은 쉽게 찾나요?"
"어서 도로 주십시오"
뉴비는 손을 내밀었다.
서포터는 웃으면서
"좋소"
하고 던져주었다.
그는 얼른 레벨 11을 집어서 가슴에 품고 황망히 달아난다.
뒤를 힐끔힐끔 돌아다 보며 허덕이며 달아나더니 별안간 우뚝 선다.
서서 그 레벨이 빠지지나 않았나 만져보는 것이다. 거친 손가락이 키보드 위로 그 레벨을 볼 때
그는 다시 웃는다.
그리고 또 얼마를 걸어가다가 어떤 묻답 게시판 으슥한 곳으로 찾아 들어가더니
게시판 댓글란에 쪼그리고 앉아서 레벨을 모니터에 비추어 보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열중해 있었는지 내가 쪽지를 보낸 줄도 모르는 모양이었다.
"누가 그렇게 많이 도와줍디까?" 하고 나는 물었다.
그는 내 말소리에 움찔하면서 레벨을 가슴에 숨겼다.
그리고는 떨리는 손으로 일어서서 로그아웃을 하려고 했다.
"염려 마십시오. 뺏어가지 않소"
하고 나는 그를 안심시키려 하였다.
한참 머뭇거리다가 그는 나를 쳐다보고 이야기를 하였다.
"이것은 훔친 것이 아닙니다. 길에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괜히 묻답 게시판에 엉뚱한 댓글을 남겨서 얻은 것도 아닙니다. <- 중요 ★
누가 저 같은 놈에게 1만 포인트를 줍니까?
10포인트 한번 그냥 받아 본 적이 없습니다
추천 눌러 주시는 분도 백에 한 분이 쉽지 않습니다
나는 한 포인트 한 포인트 얻은 포인트를 수 년간 모았습니다.
이렇게 모은 포인트 수 천 포인트로 레벨 7을 만들었습니다.
이러기를 몇 번을 하여 겨우 이 귀한 레벨 11을 갖게 되었습니다.
이 포인트를 얻느라고 여섯 달이 더 걸렸습니다"
그의 뺨에는 눈물이 흘렀다.
나는 " 왜 그렇게까지 애를 써서 그 포인트를 만들었단 말이오? 그 포인트로 무얼 하려오?
하고 물었다. 그는 다시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네임콘 한 개가 갖고 싶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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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예전에 11렙이 될 당시에 썼던 패러디 글입니다.
당시에 저도 네임콘이 갖고 싶었고
레벨이 높으면 웃빵 들어가고 그러겠지? 라고 생각을 했습니다만!
레벨이 올라가는 과정에서 느낀 점은
이곳에 대한 저의 애정이었습니다.
레벨이니 네임콘이니 그런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헝글에 대한 애정이 얼마나 깊은가 하는 것이 중요하더라구요.
애정이 남다를수록 자연스럽게 레벨도 올라가고
애정이 겉으로 드러나서 다른 분들도 자연스럽게 그걸 봐 주시는거라 생각되었습니다.
결론은 애정이네요. ㅎㅎㅎㅎㅎ
전 생각지도 않은 네임콘이 감사할 따름입니다..
정말 헝글에서 생각지 않은 사랑 받은거구요. 제 닉네임콘 만들어주신 장인어르신도 감사하고...
지름신을 가까이 두게한 초보님도 감사..(아니 미오... .ㅠ.ㅠ) 하구요..
내가 여친..와이프를 얻고 아이를 가지면 어떤 가정이 될까... 스노보드를 탈까?
하는 의구심을 한번에 해결해 준 클아빠님도 뵙고.
한때 헝글을 싫어하고 애증의 츤데레 아웃사이더가
이젠 헝글 없으면 허전한 중독자가 됐네요..
네임콘을 보면서 요즘은 저같이 외면받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더 끌어안아야 하는 책임감도 더 느껴집니다.
전 어서 칼라네임콘을 쓰고싶습니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