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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분들은 갑자기 웬 장례식 타령이야~ 하겠죠..
가끔 결혼식이나 장례식을 가보면 대체로 비슷비슷한 것 같습니다.
종교적인 의식의 차이가 약간 있는 것 외에는...
예식장이나 호텔에서 치뤄지는 결혼식도 얼추 비슷비슷,
병원 장례식장에서 치뤄지는 장례식도 비슷비슷...
상조회사가 망했다느니 사기를 쳤다느니 하는 뉴스를 보면서 어느날 문득,
꼭 장례식이 상조회사란 곳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걸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죽은 사람 맘대로 장례식을 하면 안되는 걸까요?
결혼식이든 장례식이든, 제일 중요한 건 당사자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아닐까요?
솔직히 제 결혼식은....
예식장은 양가 부모님 하객 오기 편한 곳으로 대충 정했었고...
드레스 입고 쇼 같은 것 정말 질색이었지만, 꼭 해야 한다는 말씀에 웨딩촬영도 예~!
가까운 친지와 친구만 딱 모아놓고 결혼식을 올리고 싶었지만
시골 사는 친지분들이 오해하실 수도 있다는 어른들 말씀에 아, 예~!
축의금은 받지 않고 싶었지만 며칠을 밤 잠 못이루시며 고민하는 친정 부모님 모습에
그건 내 몫이 아니니 결국 축의금 받지 않는 결혼식은 내 자식 결혼식으로 미룰 수 밖에 없었고...
결혼식 하루 전날,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어!!!! 하고 폭발 일보직전 까지 갔던 터...
그래서 결국 나 죽은 뒤 내 장례식 만큼은 내 맘대로 하겠다는
꼴통같은 고집이 생기고 말았습니다.
그래서 제가 하고 싶은 장례식에 대해서는 시시콜콜한 사항들을
일일이, 낱낱이 정해놓고
제 맘대로, 제 뜻대로, 제 의지대로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습니다.
어차피 죽음이란 내 맘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
제 장례식이라도 제 맘대로 하고 싶습니다.
남들은 이렇게 한다더라, 저렇게 해야 한다더라....이런 이야기에 휩쓸리지 않고,
오직 당사자가 원했다는 그 하나뿐인 진실에 따라
제 장례식을 치뤄주기를 바라는 마음에
저는 아무 내용도 없는 제 블로그에
제 장례식을 어떻게 치룰지 개략적인 내용을 올렸습니다.
일시 : 나 죽은 뒤
장소 : 상주 맘대로(인심 씀!)
부의금: 일체 받지 말것. 대신 장례식에 쓸 만큼의 재산은 내가 책임지고 남기고 죽겠음.
내 죽음을 알려야 할 사람 목록 : (실명으로 몇 명 적음.)
상주가 해야 할 일 : 1. 매 시간 단위로 새로 온 조문객들을 앞으로 나오게 해서 나와의 관계를 밝히고
나와의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을 하나 이상씩 앞에 나와 발표하게 할 것.
2. 나의 드러운 성격이나 식탐이나 본받을 데 없는 삶을 가장 잘 드러낸 에피소드 발표자들을
1,2,3위, 인기상 등으로 시상할 것.
조문객들이 해야 할 일 : 1. 쓸 데 없이 소란스럽게 울고불고 하지 말 것.
2. 나를 기억하게 할 만한 에피소드들을 잡스 오라버님 뺨치는 실력으로 프리젠테이션 하고 갈 것.
시신 처리 방식 : 죽었을 때 쓸 만한 장기가 남아 있거들랑 쓸 수 있는 부분은 다 기증하고 남은
부분은 화장해서 뿌릴 것. 어디다 뿌릴 지는 추후에 지정하겠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이 죽음, 장례식 이런 얘기 하는 게 거북하신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지만, 자기 장례식 자기 맘대로 하는 게 뭐 어때서? 하면서 제 의견에 한 표 주실 분들도 분명 계실 거라 생각합니다.
아, 물론 여기 계신 분들은 장례식보다는 일단 결혼이 시급한 경우가 많다는 거 잘 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