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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 21시.
개인적으로 비 맞으며 보드 타는 것에 거부감이 없습니다. "비도 오는데, 웬?"
이라고 물으면 "당신은 비 오면 밥 안 먹수?" 라고 대답하는 사람이라서~. ^^
감안하고 읽으세요~.
*. 날씨.
6시 반 영상 3도 시작. 이후에도 거의 변동 없던 듯. 엷은 안개에 바랍은 없슴.
7시 반부터 '무시하기에는 약간 거슬리는' 정도의 비가 오다가 한시간 지나며
잦아 들고 짙은 운무.
*. 설질.
야간 시작 오렌지는 아주 좋음(강설을 선호하지 않아요). 시간 지나며 중단에
'삶은 감자밭' 형성 됨. 크기는 감자이나 치고 나가면 다 뭉개지는 "삶은" 감자.
비 오기 시작한 뒤 블루는 습기를 머금어서, 평소 오렌지에서 쏘는 속도 정도.
6번은 상대적으로 물기 적음. 7번은 떡진 상태로 진행 됨. 군데군데 슬러쉬화.
*. 인파.
오렌지와 블루에만 대여섯줄의 대기줄 있던게 전부. 반면 오렌지 슬로프에는
유난히 지뢰가 많음. 낙엽도 아니고 그냥 지뢰밭. 빗방울 굵어지고 난 뒤에는,
어디를 가도 '12월 말일 편의점 담배 진열대' 처럼 썰렁한 분위기. ㅋ
*. 기타.
-. 지산 락커에 보관하는 부츠는 드디어 양쪽 모두 내피 끈이 완전 절단이군요.
복숭아뼈 갉아 먹는 말라뮤트를 주말내내 용평에서 신다가 보드라운 부츠로,
그것도 외피 끈만 조였더니 발목이 마음대로~. 발레라도 가능할 듯한 기분. ㅋ
-. 이번 시즌 지산 패트롤이 잘 보이지 않는다기에, 나이 좀 있는 팀장 패트롤을
미리 찍어 뒀다가 리프트에 둘이 타고 가면서 '진솔한 대화' 의 시간을 가짐. ^^
인원 변동은 없으나 예년에 비해 스키 초보들이 주를 이루기에 교육중이라고.
훑어 보니 6번 슬롭에서는 썰매 구조 교육, 7번 슬롭에서는 스키 기조 교육 중.
버벅대는 그 애기들 실력 가다듬어서 부려 먹으려면 짧지 않은 시간 걸릴텐데.
당분간 제대로 '지산다운 패트롤' 근무 형태는 구경하기 쉽지 않을 듯..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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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래는 지나간 추억입니다. 그다지 읽을 필요 없습니다.)
지산 패트롤 얘기 나온김에.. 빠릿빠릿한 근무 태도에 감동했던 기억입니다.
헝글 게시판이 유실되었지만, 10여년 동안의 제 글을 모두 잡아 놓았던 분이
보내 준 내용을 살짝 복기 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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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이름모를 지산의 어느 패트롤에게 감사하며...
3/12에 뒤늦게 구입한 시즌권을 챙기고, 아침 8시 15분에 지산행 셔틀에 몸을 실었다.
3/11에 지산옆의 다른 곳(일명 "실미 리조트"ㅋ)에서 폐장을 맞고 나서야, 지산의
Farewell 시즌권이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걸 귀뜸해준 어떤 사람은, 김X범 사이트에서
지산 시즌권이 만원에 암거래된다는 친절한(?) 설명까지 덧붙여 주었다.
월요일 저녁, 지산 회원상담실의 발권을 담당하는 직원분이 되물었다.
"일주일 남았는데, 정말 끊으시게요? / 네." (일주일이건 하루건 끊을건 끊어야지..)
"슬로프 올라가 보셨나요? / 네." (검표원 없는거 알고 있어요~ ㅋ)
"환불 안됩니다. / 네." (그깐 10만원에서 위약금 떼고 뭐하면.. 소주 한잔값 남을걸?)
규정을 지키겠다고 하면, 왜 이상하게 보이기라도 하는 것일까. 고객이 어둠의 경로로
유통되는 불법 시즌권 따위나 사용하면 결국 리조트도 "양지같은" 짓을 하게 되는거다.
옛말에 '농부는 굶어 죽어도 종자씨는 베고 죽는다'고 했듯이, 산쟁이들 사이에는
'클라이머는 머리가 깨져 죽어도 자존심은 버리지 않는다' 는 말이 정설로 통한다.
원칙을 지켜라, 밥은 굶을 수 있어도 자존심을 꺾을 수는 없는 일 아닌가.
99,000원의 '본전 찾기'(^^)를 위해, 토/일 양일간은 하루종일 돌려야 한다.
3/17.토. 비가 그친뒤 슬슬 나른함이 온 몸을 감싸 오던 한낮의 오렌지 코스.
리프트를 같이 타게 된 패트롤이 "오셨어요?"라고 다정하게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가
아니라 '오셨어요'라... 알고보니, 며칠전 블루코스 갈라지는 곳에서 그날 카풀로 들어간
일행을 기다리면서 그곳에 서 있던 패트롤에게 양쪽 슬로프의 상태에 대해 물어 봤었다.
그걸 기억하는게 고마와서, 주머니를 뒤져 손톱만한 초콜릿 남은 것을 모두 털어 주었다.
이번 시즌 지산 드나든지 닷새만에 나를 기억해 주는 사람이 있다니..
슬롭을 내려오며 보니 그 패트롤은 넘어져 있던 어린 스키어를 일으켜 주고는, 내가 준
초콜릿을 그 꼬마에게 건네고 있었다. 음~~ 마음씨도 착하군...
혼자 보딩하는 노곤함을 이기고자, 그 패트롤을 유심히 살펴 보기로 했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가면서도 아래에 넘어져 있는 고객의 부상 여부를 소리쳐 확인하고..
제대로 일어서지도 못하는, 그러나 내려가 보겠다고 끝까지 우기는 어떤 여성 스키어를
스키폴 두개로 지지해서 오랜 시간에 걸쳐 슬로프 아래까지 유도 하기도 하고...
시즌말의 래임덕 현상없이 끝까지 임무에 충실한 모습이 참으로 보기 좋았다.
오렌지 하차장 아래에서 자판기 커피를 뽑아 주었다. '고맙습니다 / 잘 마시겠습니다..'
연신 인사를 하면서도 시선은 여전히 슬롭을 향하고 있더니, 결국 다 마시지도 못한채
종이컵을 내려 놓고는 스프링처럼 튀어 나간다. 삼국지의 관운장이 술잔을 내려 놓으며
'이 술이 식기전에 목을 베어 오리다' 하며 말을 타고 내닫는 장면이 저런 모습이었을까.
반쯤 남겨진, 아직 온기가 남아 김이 피어오르는 커피잔을 바라보고 있는 사이, 벌써
현장에 도착한 그 패트롤은 쓰러져 있던 고객을 일으켜 세우고 눈을 털어 주고 있었다,
장갑도 끼지 않은 맨손인 채로.
돌고 돌고 돌다가 리프트에서 다시 만나게 되었을때, 지산 홈피의 '친절사원' 게시판에
"충실 패트롤"이란 제목으로(친절이란 표현만큼이나 충실이란 수식어도 어울릴듯 싶다)
글이라도 써 주고 싶어 말을 붙였더니, "제 할일 할 뿐인걸요..." 하며 그저 웃는다.
겸연쩍어 하는 그의 수줍음이, 얼굴을 가린 스카프 위로 배어 나오는 듯 하다...
나중에 리프트에서 만난 대원에게 그 패트롤 이름을 물으니 '고은이'라고 들린듯 하다,
바람소리에 섞여서.
"고 은이"? "고 운희"? 아니면... "고 운이"? 마음씨가 고와서 "고운 이" 인가?
자신의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아름다운 당신,
당신이 있어서 지산이 아름답습니다.
당신이 있기에 지산을 사랑합니다.
다음 시즌, 지산 시즌권을 끊으면 다시 볼수 있을까요..
' ') (2007년 3월 어느날의 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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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3월 어느날의 일기)
지난 시즌 성실히 근무하던 어떤 패트롤이 폐장일에 말했다, "다음 시즌에 뵈어요" 라고.
"다음 시즌도 지산에 근무하나요? / 아마 그럴거에요. / 그렇다면... 돌아 오지요."
흐르는 시간은 빠르기도 하다. 목련이 핀 것을 본 기억도 없는데 이내 장마가 시작 되었고,
입에 달고 살던 "아~ 덥다, 더워~~" 라는 말의 메아리가 채 가시기도 전에 서리가 내렸다.
드디어 0708 시즌.
..
....
(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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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드장 소식이지 무슨 박물관이냐?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까 봐, 일단 글을 끊습니다.
반응 괜찮으면 계속 연재를 하던가.. 말던가.. ;; ㅋ
각주 1 : 지금 블루라고 부르는 슬롭이, 예전에는 4번과 5번으로 나뉘어 있었습니다.
각주 2 : 당시에는 오렌지 리프트 내리는 곳 조금 아래에 커피 자판기가 있었습니다.
각주 3 : Farewell 시즌권이란, 마지막 한달(만 4주일) 동안 사용 가능한 상품이었슴.
어제 야간이 습설일망정 그냥저냥 괜찮았다고 해서, 날씨 추워진 뒤에
빙판을 뒹굴면서 덜~ 뭐시기가 거짓 정보 흘렸다고 투덜대기 없기.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