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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솔로보더

조회 수 1143 추천 수 16 2020.12.25 00:54:01

아직은 밤과 같이 어두운

한창 겨울의 새벽 5시.

평소라면 절대 일어나지 못했을 시간이지만 수많은 알람소리와 함께 김군은 일어난다.

 

바로

스키장을 가야하기 떄문이다.

 

4조 3교대를 하는 김군

 

겨울이 오고

스키장이 열렸고

그 이후 매 휴일(주말이 아닌)마다 당일치기(혹은 1박2일)를 간다.

 

어제 오후 회사 업무를 하면서도 잊지 않고 왕복 셔틀버스를 예약한 김군은

 

이제 그럭저럭 구력이 붙고,  30대 중반이 들어서면서 현실과 타협하며 스노우보드에 대한 개인적인 목표가 줄어버렸다.

그래서인지 지금은 예전 초보일때 처럼 엄청나게 설레이거나 하지는 못해, 의무적으로 가는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래도 봄,여름,가을의 평소에는 절대 있을 수 없는

- 쉬는날  스스로 고생해가며 스키장엘 가고, 재밌게 보드를 탄다.는 생각이

 이른 새벽 잠에서 깬 그의 몸을 달군다.

 

'잘 일어났고, 이제 버스를 타고 셔틀버스 승차장을 간다음, 잠깐 눈 좀 붙이고....'

 

어젯밤 미리 챙겨준 백팩을 들고 집을 나서며 오늘 하루 플랜을 되짚는다.

 

그러다 문득 짜증이 난다.

 

' 아 그냥 카풀구할걸! 몇푼 아낀다고...'  하며 푸념하며 그는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길을 나선다.

 

버스를 타고, 또 버스를 타고, 쪽잠을 자는 2~3시간이 지난 후 도착한 강원도 스키장.

 

 

버스에 내리면 익숙한 풍경이 보이고

눈감고도 갈수있을듯한 잊을수 없는 길을 따라 시즌방에 들어선다.

김군은 시즌방에 매일 있는 인원들과 짧게 인사하고 곧바로 옷을 챙겨 입는다.

 

기능성 속옷

보드용 양말

보드용 각종 보호대

발목 보호용 테이핑

보드용 바지, 자켓...

 

의류를 챙기며

이번주 내내 확인했었지만 다시한번 스키장 온도를 체크해본다.

오늘 온종일 밖에서 입고 있을 의류이기 떄문에 바깥기온에 신경쓰게된다.

 

생각보다 따듯한 날씨에 양말을, 속옷을, 자켓이냐 후드냐 고민을 한다.

최종적으로는 비니를 쓸것인가, 헬멧을 쓸것인가까지 한참을 서성인다.

 

초보일적에는 옷도 별로 없었고, 그냥 타는 재미가 좋았던것만 생각했던지라

춥고 덥고간에 항상 같은 옷을 입었지만

 

지금은 아니다.

 

이쁘고 개성있고, 비싸보이는 남들에게 보이고 싶어하는 옷을 주로 찾게된다.

특별한 스킬업의 목표가 줄어든 지금은

남들의 시선을 즐기는 것이다.

 

뭔가 불순한 생각같지만

'뭐 나쁜것도 아니고 말이지...'

 

 

 

시즌권! 핸드폰! 이어폰! 장갑! 고글! 마스크! 

거울을 보고 하나하나 되새기며 준비를 마친 김군.

 

빠른듯 느린듯 노련하게 의류와 장비를 챙기고 시즌방을 나선다

매일 시즌방에 있는 일명 '상주' 인원들은 별달리 보드를 탈 생각이 없는것 같다.

그들은 그저 '조심히 타고와~' 하며 인사를 건네주었다.

 

 

장비를 가지고 익숙한 길을 걷는다

익숙한 문을 열고

익숙한 계단을 올라

익숙한 스키장 슬로프 앞에 선다.

 

'후..'

약간의 따분함 섞인 한숨을 내쉰다.

 

'오늘은 뭘 하지...?  하고싶은게 너무 많고, 할 수 있는건 너무 없다.'

'너무나 익숙한 슬로프 구성 지루하다.... 해외 가고싶다!'

 

혼자 생각하며 워밍업을 위해 초급자 리프트에 탑승하러 간다.

 

다년간 노하우로 가장 나에게 편하게 부츠를 묶고

바인딩을 조여준다.

 

리프트에 타고 아래를 둘러보며 사람들을 관찰한다.

리프트에서 혼자 심심한것도 있지만,

내가 조금이라도 배울것이 있는 사람들을 찾는것이다.

 

그러기를 몇분...

 

리프트의 끝에 도착한다.

 

스스로도 우습지만

아래와는 다르다고 느껴진다.

기계적으로 리프트에 내려서, 보드를 탈 준비를 하고있지만

 

아래에서  한 것 느껴졌던 

따분함, 막막함, 지겨움 등은 어디로 갔나 싶을정도로 설래는 마음이 몸과 마음을 감싼다.

 

'일단은 몸이 기억하는지 볼까?'

라고 생각하며 기본기를 연습한다

싶었다

 

내리쬐는 햇살에

내가 불러오는듯한 시원한 바람.

절로 좋은 기분에 연습은 뒷전으로 미루고 스피드를 즐긴다.

 

그렇게

슬로프의 2/3 쯤 내려와서야 정신을 차린 김군은 비로서 스노우보드의 기초적인 연습을 즐긴다.

 

그렇게 한번 두번....

 

해가 떠서 중천에 뜰때까지 김군은 혼자서 오롯히 스노우보드를 즐긴다.

 

잠깐이라도 있었던 스키장을 간다는 망설임

나태했던 마음

부족한 수면감

모두 없었다는듯이 사라진다.

 

그렇게

몇시간이나 차가운 바람을 맞으며 스노우보드를 즐긴 김군은

 

허전하다.

 

'내가 지금 뭘 하는걸까?'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걸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재밌가 있다는게 바로 의미지'

'의미란 내가 부여하는것! 이것이 내 삶의 활력이야'

 

라고도 생각한다.

 

잡념을 떨치고자 좀더 스노우보드에 열중한다.

배는 고프지않다.

다만 외로울 뿐.

 

 

리프트에서, 슬로프에서 좀더 내가 배울수 있을만한 사람들을 찾는다.

그들의 모습을 모방해보고 따라하다가

한번씩 잘되면 기쁘다.

 

하지만 얼마가지 못한다.

 

진짜 잘되는건지, 아닌지 김군은 스스로가 의심스럽다.

그리고 알고있다.

 

눈으로 쫒아서 당장 하더라도

다음주면

다음달이면

내년에 새로운 시즌이 돌아오면

 

잘 되지 않을거라고

 

날 알아봐줄, 내가 알아볼 수 있는 지인들을 찾아보기도 한다.

하지만 이내 그런사람은 몇 없다는 것을 알게된다.

 

 

슬로프가 황색으로 물들기 시작하면

30대 중반인 그에게도 피로감이 다가온다

 

트릭을 하다 상한 오른쪽 발목에 정성들여 감은 테이핑은 이제 제 기능을 하지못한다고  뻐근한 신호를 알려온다

기초없이 단순히 멋있다며 남들을 따라했던 자세들로 쌓인 피곤이 허리와 다리에 무겁게 다가온다.

 

매번 순식간에 지나가던 스키장에서의 시간들...

피곤한 몸을 이끌고 그는 고민한다.

'더 탈까? 이만 접을까?...  마지막에 사고가 많이나는 법인데...'

그는 의미없는 의무감을 느끼며 행군을 하듯이 버텨나간다.

 

 

 

그저 김군의 모호한 목표들을 향해 나아간다.

'잘타고 싶다.'

'더 재밌게 타고싶다'

'관심받고 싶다'

'매번 처음같이 즐거웠으면 좋겠다'

 

하지만 맞는길을 걷고 있지는 못한다.

사실 김군은 알고있다

 

그 길을

 

사람들과 어울려 같이 타는것이다.

눈대중으로 훔쳐서 배우지 않고,  서로 교류하며

즐겁게 서로 보완해주는 그런 스노우보드가 더욱 재밌을것이다.

식사를 굶어가며 많이 타는것이 아닌

즐기며 스킬업하고

즐기며 식사하고

 

그의 재미를 위해 스키장에 왔는데 온전히 즐기지는 못하고있다.

 

하지만 김군에겐 그런 다가감이 어렵다.

스스로 알고있지만 잘 하지 못하는 스스로가 답답하다.

 

'아는 사람이라도 바라클라바 쓰고 고글쓰면 누군지 전혀 모르겠는걸?'

'다음에는 꼭 단톡방에서라도 한명 잘 꼬셔서... 같이 타고싶다...'

'오늘 남는게 없네.  누가 영상이라도 찍어줬으면... 현장스케치라도 나왔으면...'  

 

특별히 친분이 있는 사람들을 만나지 못했던 스키장에서의 하루를 접는다.

시간은 15시 50분.

 

'17시 버스를 타려면, 방에 가서 씻고 빨래거리 챙기고, 밥대신 맥주 한캔 마신다음... '

피로한 몸으로 부츠를 풀고 시즌방에 돌아가는 길에 집에가는 스케쥴링을 시작한다.

마치 오늘 새벽에서와 똑같이.

 

그리고 똑같은 짜증이 몰려온다.

 

 

'아 집에가는 카풀 구해놓을껄!'

 

 

 

 

 

 

p.s 그냥 심심해서 즉석으로 써봤습니다;;  1시간전에 쓸려던 주제는 이런게 아닌데...  마무리가 산으로 갔네요

엮인글 :

clous

2020.12.25 01:30:43
*.228.86.212

등산은 추천!

리냥

2020.12.25 04:13:44
*.38.27.231

결론은 카풀 인가요??
메리클수마수입니다 ㅎㅎ

고고나죠

2020.12.25 06:58:18
*.139.145.29

그렇게 재미있지도 않았지만,

논스톱으로 한글자 한글자 읽었습니다. ㅎ

법의 한도내에서

여러분야의 설레임은 몇남지않은 쾌락인거 같습니다.

Amsterdam

2020.12.25 07:10:38
*.140.150.165

ㅊㅊ

덜~잊혀진

2020.12.25 09:38:46
*.226.207.85

춥고 덥고간에 항상 같은 옷..

역시 난 초보였구낭~. ;; ㅠ.ㅠ

베어그릴스

2020.12.25 11:30:57
*.157.23.90

김군은 아직 솔로... 너무 슬프네요 ㅠㅠ

Hate

2020.12.25 12:00:39
*.211.115.167

솔로로로

닉넴좀줘라

2020.12.25 22:23:30
*.66.235.172

소설 맞나요? 진짜 재얘기랑 똑같네요 시즌권만 다르고 전그냥 당일 리프트권사서 타거든요 같이 탈 친구 한명없다는게 슬프면서도 타고 내려오는중에 재밋다고 느끼고 ㅋ

Hate

2020.12.25 23:26:51
*.211.115.167

자전적 소설이랄까요...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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